아름다운 우리강산을 발견하다

한벽루에서 바라본 충주호.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한벽루에서 바라본 충주호.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충북 단양은 경치 좋다는 얘기만 들어봤지 발길 닿은 적이 없다. 생전 처음 단양을 둘러보고 온 간단한 소감? ‘육지 속 제주’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마음의 거리로만 생각했을 때 단양은 부산보다 혹은 제주보다 더 멀게 느껴진다. 거리상 가깝지만 늘 가던 곳, 익숙한 곳을 선택했던 무지에서 비롯된 결과다. 차로 2시간 남짓, 청량리역에서 KTX를 타면 1시간여 만에 단양역에 도착할 수 있다. 충북 제천이 단양과 이웃하고 있어 차로 이동할 때 제천을 거쳐서 가기도 한다. 그래서 단양으로 향하기 전 제천을 방문했다. 

동네 주민이 이용하던 근춘약방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전시했다. 수몰지역 전시관에는 주민들이 이주하기 전 냇가에 마지막으로 모인 모습을 담은 사진이 걸려 있다. 흑백이지만 아쉬움과 섭섭함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동네 주민이 이용하던 근춘약방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전시했다. 수몰지역 전시관에는 주민들이 이주하기 전 냇가에 마지막으로 모인 모습을 담은 사진이 걸려 있다. 흑백이지만 아쉬움과 섭섭함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수몰 지역 유물 모아놓은 청풍문화재단지
충북 제천 청풍문화재단지는 1980년대 중반, 충주댐 건설로 수몰된 제천시 청풍면 후산리, 황석리와 수산면 지곡리 등에 있었던 향교, 관아, 석상 등 문화재 43점을 옮겨 놓은 문화단지다. 수몰 전 시대상을 볼 수 있는 전시관은 물론 실제 사람들이 거주하던 민가 4채도 복원해 1600여 점의 생활 유물과 함께 전시하고 있다. 

제천 물태리 석조여래입상은 고려 초기 10세기 무렵 불상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청풍면 읍리에 있었으나 마을 수몰로 청풍문화재단지로 옮겨졌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제천 물태리 석조여래입상은 고려 초기 10세기 무렵 불상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청풍면 읍리에 있었으나 마을 수몰로 청풍문화재단지로 옮겨졌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고려시대 연회 장소이던 ‘청풍 한벽루’와, ‘청풍 물태리 석조여래입상’ 보물 2점과 청풍부 관문인 ‘팔영루’, 조선시대 청풍부 ‘금남루’,  ‘응청각’,  ‘청풍향교’ 등 충북 유형문화재 등도 이곳에 있다.  한벽루 위에 올라서면 푸른 빛 넓게 보이는 충주호와 2012년 완공된 청풍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추운 탓도 있지만, 수몰 지역민의 애환이 담겨서인지 유물이란 이름으로 한 곳에 모여 있는 모습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1985년 댐이 완공되면서 고향 잃은 사람들의 소소한 추억이 그때 그 시간에 멈춰 있는 기분이다. 입장료는 성인 3000원, 청소년‧군인 2000원, 어린이 1000원. 

연리지와 연리목. 가까이 자라는 두 나무가 맞닿아 오랜 세월 지나면서 합쳐져 한 그루가 되는 현상이 ‘연리’이다. 한 나무가 죽어도 다른 나무에서 영양을 공급해 살아나도록 도와주는 연리지는 귀하고 상서롭게 여겨져왔다. ‘두 몸이 한 몸 된다’ 하여  ‘사랑나무’라고도 한다. 나뭇가지가 이어지면 연리지, 줄기가 이어지면 연리목이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연리지와 연리목. 가까이 자라는 두 나무가 맞닿아 오랜 세월 지나면서 합쳐져 한 그루가 되는 현상이 ‘연리’이다. 한 나무가 죽어도 다른 나무에서 영양을 공급해 살아나도록 도와주는 연리지는 귀하고 상서롭게 여겨져왔다. ‘두 몸이 한 몸 된다’ 하여  ‘사랑나무’라고도 한다. 나뭇가지가 이어지면 연리지, 줄기가 이어지면 연리목이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3월까지 무료 개방하는 옥순봉 출렁다리 

코로나 시국이라 관광객이 많이 없을 줄 알았으나 제천 옥순봉 출렁다리 주변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현 상황만 아니었다면 더 많은 사람이 빽빽하게 출렁다리를 건넜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해 10월 개장한 옥순봉 출렁다리는 단양팔경 중 6경인 옥순봉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주탑(無柱塔)으로 설계된 다리에서 긴장감을 만끽하고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길이 222m, 너비 1.5m의 연결 다리와 함께 408m 트레킹 길을 조성해 청풍호와 옥순봉을 둘러볼 수 있게 했다.  

조금 멀리서 바라본 옥순봉 출렁다리.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조금 멀리서 바라본 옥순봉 출렁다리.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관광객들이 장난으로 출렁다리를 일부러 흔들면서 걸을 수도 있으니 노약자나 평소 무서움을 많이 느낀다면 휴게소에서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단, 무심코 다리 위에 발을 내디뎠다면? 사람들이 많아 되돌아가기 쉽지 않으니 앞만 보고 걸어가야만 한다. 

옥순봉 출렁다리. 꽤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고 있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옥순봉 출렁다리. 꽤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고 있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옥순봉 출렁다리는 3월 31일까지 무료 개방하고 이후에는 3000원을 내야 입장할 수 있다. 기상 문제로 출렁다리 운영을 제한할 수 있으니 날씨를 확인하고 가야 한다. 

단양의 백미 ‘도담삼봉’

도담삼봉의 모습. 중봉을 사이에 두고 남봉과 북봉이 있다. 중봉에 삼도정으로 불리는 정자가 보인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도담삼봉의 모습. 중봉을 사이에 두고 남봉과 북봉이 있다. 중봉에 삼도정으로 불리는 정자가 보인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단양에 갔으니 도담삼봉은 꼭 가봐야 한다. 남한강 위에 작은 섬 세 개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마치 수묵화에서 튀어나온 듯 단아함 그 자체다. 경치가 빼어나 평소 같았으면 관광버스가 주차장에 빼곡히 들어서 있었을 텐데 그 정도는 아니다.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44호이기도 하며, 단양팔경의 7경에 해당한다. ‘섬이 있는 호수 같다’하여 ‘도담(島潭)’, 강 가운데 봉우리 세 개가 섬처럼 떠 있는 듯 보이니 ‘삼봉(三峰)’, ‘도담삼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중봉 꼭대기에서 오랜 시간 쉬고 있는 백로 한 마리.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중봉 꼭대기에서 오랜 시간 쉬고 있는 백로 한 마리.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단양군 매포읍과 단양읍 사이에 있는 도담삼봉 중 가운데 있는 봉우리인 ‘중봉’이 6m로 가장 높은데, 이곳에 삼도정(三嶋亭)이라 불리는 정자가 있다. 이를 사이에 두고 ‘남봉’과 ‘북봉’이 있다. 
이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설화로 인해 각각 ‘첩봉‧딸봉’,  ‘처봉‧아들봉’, 중봉은 ‘장군봉’이라는 애칭이 있다. 한 장군의 아내가 아이를 낳지 못해 첩을 들인 후 임신을 하자 장군봉과 첩봉은 마주보고, 처봉은 마음이 상해 뒤돌아섰다는 내용이다. 이 외에도 강원도 정선군 삼봉산이 홍수로 떠내려왔다는 내용의 설화가 있다. 또한 도담삼봉이 있는 마을은 고려 말, 조선 초 문신이자 유학자인 삼봉 정도전(三峯 鄭道傳, 1342∼1398)이 태어났다는 설이 있어, 정도전이 설화의 주인공으로도 이야기되고 있다. 

남한강을 도는 유람선에서 바라본 석문.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남한강을 도는 유람선에서 바라본 석문.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시간이 맞으면 남한강을 돌아볼 수 있는 유람선을 타고 아름다운 단양의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단양팔경의 8경이자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45호인 ‘석문(石門)’을 보는 것도 진귀한 경험이다. 석문은 구름다리 모양의 돌기둥인데 자연현상으로 생겼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경치가 좋다. 도담삼봉에서 남한강 상류로 200m 정도 가면 볼 수 있다. 석문 아래로 하늘나라에서 물을 길러 내려왔다가 비녀를 잃어버린 마고할미가 살았다는 작은 동굴도 있다. 이외에도 술병과 긴 담뱃대를 들고 서 있는 마고할미 바위와 자라 형상을 한 자라바위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카페 ‘산’은 패러글라이딩의 성지다. 단양과 제천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어 꼭 패러글라이딩이 아니더라도 시원하게 펼쳐진 모습을 커피를 마시면서 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많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카페 ‘산’은 패러글라이딩의 성지다. 단양과 제천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어 꼭 패러글라이딩이 아니더라도 시원하게 펼쳐진 모습을 커피를 마시면서 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많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익숙하게 걷던 길을 재발견할 때도 좋지만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곳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우리나라라고 해서 다 알 것 같다가도 여행을 해보니 모르는 것, 알아야 할 것이 넘쳐난다. 올봄 진짜 봄다운 봄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단양 명물 마늘치킨과 '식객'의 만화가 허영만이 다녀갔다는 순댓국밥집도 '단양 9경'이라는 시장에  있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단양 명물 마늘치킨과 '식객'의 만화가 허영만이 다녀갔다는 순댓국밥집도 '단양 9경'이라는 시장에  있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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