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상록자원봉사센터장 김남심 씨

부천 상록자원봉사 센터장 김남심 씨. 작가가 꿈인 김씨가 자신의 습작소설이 실린 문예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부천 상록자원봉사 센터장 김남심 씨. 작가가 꿈인 김씨가 자신의 습작소설이 실린 문예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시루작은도서관(경기도 부천시 길주로)에서 만난 공무원연금공단 부천 상록자원봉사센터 센터장 김남심(63) 씨의 목소리엔 활력이 넘쳤다. 그는 이곳에서 책 읽기를 싫어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루를 여는 책 읽기’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디지털교육과 함께 10대들이 긍정적인 정서를 가지고 살아가는 방법을 찾게 돕고 있다. 매일 아침 도서관으로 출근. 현직 때 못지않게 활발한 생활을 하고 있다. 

“저는 36년의 공직을 우체국에서 시작해 우체국장으로 은퇴했습니다. 열심히 일했어요.”

김 씨는 지금까지 만나온 공무원 출신 은퇴자와는 달랐다. 노후생활이라는 기분으로 은퇴 생활을 즐기고 봉사도 할 수도 있을 텐데, 그의 얘기를 듣고 있으면 대기업 임원으로 정년을 마친 여걸 같았다.

누구보다 액티브한 삶을 살아온 그는 가정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던 사람이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해 공무원에 임용됐다. 공직생활 중 늦게나마 대학에 들어가 20여 년에 걸쳐 컴퓨터학과, 사회복지학과, 물류경영학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퇴직 후의 삶을 고려해 컴퓨터 교원자격증, 평생교육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한국어지도사 등 매년 자격증을 취득했다. 

“당신 놀지 말고 이거나 한번 해보지 그래?”
공무원연금공단 연금아카데미와 연이 닿은 것은 남편 덕분이었다. 교직에서 김 씨보다 1년 늦게 은퇴한 남편이 공무원연금공단의 문자 메시지를 알려줬다. ‘꽃중년 유튜브 교육’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남편의 한마디는 김 씨를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했다. 그렇게 도전이 시작됐다.

“공무원연금공단이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스마트 꽃중년 유튜버 양성과정’ 교육 프로그램을 열었습니다. 2019년 7월에 참여했어요. 이걸 계기로 유튜브 1인 크리에이터 1, 2급, 스마트폰활용 1, 2급, 인공지능 2급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지금은 메타버스 자격증 취득을 위해 준비하고 있어요. 유튜브 개인 채널을 가지고 있는데, 영상은 1000개 이상 만든 것 같아요.”

김남심 센터장이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개인 채널. 다양한 영상을 업로드해놓았다.  유튜브 화면 캡처.
김남심 센터장이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개인 채널. 다양한 영상을 업로드해놓았다.  유튜브 화면 캡처.

은퇴 공무원 교육 지원하는 공무원연금공단
공무원연금공단은 서울, 부산, 제주, 경인 등 10개의 지부를 두고 은퇴자의 삶을 위한 교육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회공헌, 은퇴 생활 지원 등으로 구분해, 은퇴 생활에 필요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최근에는 SNS와 스마트폰 활용, 유튜브 영상 제작 등 디지털 관련 교육을 전 지역에 걸쳐 많이 실시하고 있다.

공무원연금공단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최근 몇 년간 교육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지만, 지부별로 은퇴자들의 배우고자 하는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 중”이라고 했다. 수업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받을 수 있다. 적게는 10명에서 400명, 500명 정도로 인원을 모집하는 경우도 있다. 전 지역 아카데미 대부분이 무료로 진행된다. 김 씨의 경우 공무원연금공단 연금아카데미를 통하지 않았다면, 다른 방식으로 봉사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김 씨는 은퇴자 교육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발견,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디지털 강사, 경기도 ‘꿈의 학교’, 다문화학생 대상 디지털 교육을 진행했다. 공무원연금공단 ‘G시니어 유튜버 서포터즈’로도 활동했다. 지금은 연금아카데미 교육과 경인지부 봉사단의 유튜브 영상을 제작 홍보하고 있다. 

은퇴공무원 사회공헌 포털 G-시니어의 메안 화면. 사회공헌 활동은 물론 기부참여, 봉사단 활동도 이뤄지고있다. 
은퇴공무원 사회공헌 포털 G-시니어의 메인 화면. 사회공헌 활동은 물론 기부참여, 봉사단 활동도 이뤄지고있다. 

2020년 11월에는 부천 상록자원봉사센터를 발족했다. 이 센터의 '상록봉사단'은 은퇴공무원의 공직 경험과 전문성을 사회에 환원하는 단체로, 부천 지역에서는 김 씨가 처음으로 봉사단을 만들었다. 부천시 상록자원봉사단에서는 김 씨를 포함해 음악교사, 경찰공무원, 교장선생님, 시청 공무원, 체육교사, 심리상담 선생님, 대학교수 등 경력이 다양한 은퇴자들이 재능 나눔을 펼치고 있다. 

공무원연금공단 경인지부도 부천시 상록자원봉사단에 학생과 이용주민을 위한 코로나 예방 방역 물품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김 씨를 디지털의 세계로 이끈 남편은 교직 생활 34년을 마치고 퇴직해 대학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시간 나는 대로 봉사단에 와서 취업과 진로 등 재능 나눔에 참여하고 있다. 

“2년 동안 특별한 청소년을 보면서 현직에 있을 때 나는 내 아이에게 어떤 것을 못 하고 놓쳤는지 보게 되더라고요. 청소년 프로그램을 통해 단 한 명의 아이라도 자신의 미래를 위해 목표를 가지고 학교생활을 잘했으면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고등학교 졸업장이 중요하잖아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학교생활을 마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시루작은도서관에서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 사진 김남심 개인 블로그.
시루작은도서관에서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 사진 김남심 개인 블로그.

청소년 문제는 단순히 그들의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 코로나로 인해 가중된 소통의 부재와 무관심이 마음을 병들게 한다. 가족, 학교, 사회공동체와 또래 친구 간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청소년 사회문제는 더 해결이 어렵게 된다.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문제가 된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퇴 공무원은 공직에서 평생 봉사한 것처럼 동참해야 한다”고 김 씨는 말했다.

김남심 씨가 직접 쓴 스마트 활용법. 사진 김남심 개인 블로그.
김남심 씨가 직접 쓴 스마트 활용법. 사진 김남심 개인 블로그.

은퇴 이후 봉사로 하루하루가 바쁘다
김 씨는 자신의 역량 강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여성 창업 사업계획서 작성 방법과 제안서 만들기, 중기청 벤처사업 제안, 창업 사업장 입점과 인터넷 쇼핑몰 입점 컨설팅, SNS 채널(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네이버스토어, 쿠팡, 우체국인터넷 쇼핑몰 등) 광고 방법과 광고 홍보물  제작, 명함 만들기 등 재능 나눔을 통해 알리고 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봉사에 몰두하고 있다.

“연금관리공단 아카데미 경인지부 봉사단원과 지역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시 낭송 반을 줌 수업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그런데 어르신들은 이 수업이 어려워 개인적으로 전화해서 물어오는 분들이 많아요. 100명 이상 디지털 교육 수료를 마쳤습니다. 대한노인회 경기연합회가 실시한 ‘어르신 영상 편집’에 도전해 수상도 많이 하셨어요. 부천시 상록봉사단 디지털 나눔 봉사의 스마트폰 활용과 유튜브 영상편집 교육 소문이 나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넘쳐납니다.” 

친정어머니로부터 이어받은 봉사정신 
“봉사에 대한 생각은 늘 하고 살았습니다. 아흔셋 되신 제 친정어머니께서 지금까지도 동네 어르신 점심 봉사를 하세요. 군수 표창까지 받으셨고요. 어머니를 가장 존경합니다. 저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어머니께서 ‘봉사는 마음이 가는 대로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공직에서 물류 책임자로서 새벽에 물류센터에 나가 직원들과 함께 택배 상하차 작업은 물론 배달 현장을 누볐던 김 씨. 퇴직하는 날까지 국내외 물류 사업을 추진하고 조직의 장기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 앞만 보고 뛰었다. 김 씨는 실제 나이보다 호적 나이가 세 살 더 많다. 2015년 말 정년 1년을 앞두고 명예퇴직을 했을 때는 여전히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충분한 나이였다,
“그만큼 젊은 나이에 은퇴한 거죠. 일할 여력이 충분하니 조직을 나와서도 봉사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했습니다.” 

작가가 꿈이라는 김남심 씨. 부천소설가협회가 내는 연간(年刊) 문예지 '소설과 비평' 2022년 제14집에 그가 쓴 소설이 실려 있다.  일상의 모든 일과 경험이 소중한 문학 소재다.

김 씨는 경기 디지털사업단으로부터 소정의 강사비를 받아 단원들에게 맛있는 점심을 제공하고, 임대료도 지급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30명 단원이 등록되어 있지만, 나이가 많은 단원들의 건강을 위해 줌 교육으로 최소한의 단원이 재능 나눔을 하고 있다. 

매일 아침 '오늘은 어떤 아이들을 만날까?' 설레는 마음으로 도서관에 출근한다는 김남심 씨. 사진 구혜정 기자
매일 아침 '오늘은 어떤 아이들을 만날까?' 설레는 마음으로 도서관에 출근한다는 김남심 씨. 사진 구혜정 기자

김 씨는 데일리임팩트에 “공무원연금공단 연금 아카데미는 은퇴 공무원의 소통 장이 되고 있다"면서 "은퇴 공무원이라면 퇴직 후에도 지역사회에서 재능을 나누고, 겸손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위의 어렵고 아픈 곳이 있으면 좀 나누고 살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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