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식물원

서울식물원 식물문화센터 온실 입구로 들어가면 열대식물을 모아놓은 열대관이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서울식물원 식물문화센터 온실 입구로 들어가면 열대식물을 모아놓은 열대관이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얼어붙었던 몸이 녹아내린다. 습한 기운이 몸을 감싸 두꺼운 겉옷을 거추장스럽게 만든다.  걷다가 문득 밖을 쳐다보면 여전히 깊은 겨울, 아직은 추운 날씨. 이제 조금만 있으면 된다. 곧 땅에서 따뜻한 기운이 올라오면 움이 트고, 새싹이 올라오고 푸릇하게 바뀔 것이다. 세상 이치다. 하지만 지금 있는 이곳은 자연의 흐름을 붙잡아두고 있다. 바깥이 아무리 추워도 여긴… 계절이 멈춘 미지의 세계 속이다.

식물문화센터 바깥풍경. 꿀단지를 바닥에 내려놓고 온실 내부를 구경하고 있는 곰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식물문화센터 바깥풍경. 꿀단지를 바닥에 내려놓고 온실 내부를 구경하고 있는 곰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서울식물원(서울 강서구 마곡동, 서울특별시 등록 제2호 공립수목원)은 2019년 5월 1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개원 첫해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관람객으로 붐볐다. 무료 개방 효과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볼 수 없었던 대형 온실인 ‘식물문화센터’의 온실이 주목받으며 이색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식물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서울식물원 식물문화센터 내 온실 입구.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코로나와 추운 날씨에도 일요일 오후 서울식물원 앞은 식물원 주차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입구에서부터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승용차 이용객이 아니라면 서울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13번 출구에서 걸어가면 된다. 멀리서도 온실이 보이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다. 서울지하철과 공항철도 환승역인 마곡나루역도 식물원 가까이에 있으나, 온실 입구와는 거리가 있다.

서울식물원은 열린숲, 호수원, 습지원, 주제원으로 나뉜다. 온실이 있는 주제원은 유료(성인 5,000원/청소년 3,000원/어린이 2,000원)로 이용하는 공간이다.  지하 1층이 온실로 들어가는 주 출입문으로, 입장권 현장 판매 부스가 있으며, 키오스크를 이용해서도 입장권을 구매하거나 예매권을 받을 수 있다. 

열대기후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연출해 놓은 열대관.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열대기후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연출해 놓은 열대관.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추위를 뚫고 온실 안으로 들어서면 시간과 공간을 이동해 열대로 들어온 듯 산뜻해진다. 습도도 식물의 식생에 맞춰 놓았으나 기분 나쁘지 않고 상쾌한 정도다. 온실에 들어서는 사람들 모두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예쁜 꽃과 푸르른 나무 앞에서 울상 지어 보이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분 좋게, 마음도 가볍게 맑은 공기와 온실 속에 옮겨 놓은 자연을 느끼면 그만이다. 

지중해관에서 만날 수 있는 어린왕자 조형물.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지중해관에서 만날 수 있는 어린왕자 조형물.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특히 겨울철에 식물원이 매력적인 이유는 이렇듯 온실 덕분이다. 차가운 온도를 피해 겨울잠 자는 나무와 꽃들, 주변은 온통 앙상한 나무들뿐이다. 온실 안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식물로 채워 놓았다. 겨울에 있다가 순간 이동을 하여 새로운 환경으로 들어간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식물원 지붕이 봉긋한 돔 형식이라면, 서울식물원 온실은 위에서 보면 움푹 파인 접시 모양으로 마치 산꼭대기 호수나 제주 오름이 연상된다. 면적만 7,602㎡, 직경 100m 원형, 최대 높이 25m이다. 

지중해관 입구.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지중해관 입구.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온실 입구부터 반 정도씩 나누어 ‘열대관’과 ‘지중해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열대관에는 열대기후에 속한 4개 도시(자카르타, 하노이, 상파울루, 보고타)에 서식하는 뱅갈고무나무, 인도보리수, 망고, 코코넛야자 등이 있다. 특히 8m 높이의 스카이워크를 이용하면 키 큰 나무나 식물의 잎과 열매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계단 혹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된다.

 ‘지중해관’에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미국 샌프란시스코, 호주 퍼스 등 지중해성 기후 8개 도시에 사는 각종 식물을 관람할 수 있다. 열대관이 짙푸르게 우거진 밀림 분위기라면, 지중해관은 온실 바깥에서 쬐는 햇볕과 바오밥나무, 올리브나무 등이 어우러져 연둣빛의 잔잔한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열대관과 지중해관에서는 식물 총 900여 종이 자라고 있다.

햇볕이 내리 쬐는 지중해관 내부.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햇볕이 내리 쬐는 지중해관 내부.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지상 1층에는 온실 출구가 있다. 나오자마자 식물과 연관된 다양한 팬시상품 등을 판매하는 곳이 있다. 이외에도 토종 씨앗 등 씨앗 500여 종과 씨앗 세밀화, 사진, 표본 등을 전시하고 있는 ‘씨앗도서관’과 정원지원실, 카페 등이 있다. 실외로 나가는 문이 있어 야외 주제정원으로 갈 수 있다. 2층에는 식물 관련 서적 9000여 권과 영상자료, 연속 간행물 등을 소장하고 있는 ‘식물전문도서관’과 전시실, 강의실 등이 있다. 2층 전시실에서는 4월 17일까지 서울식물원 기획전 ‘더 튤립(The Tulip)’이 전시된다. 

2층 전시실의 기획전시전 '더 튤립'.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2층 전시실의 기획전시전 '더 튤립'.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바깥으로 나와 주제정원에 들어가려면 온실 입구에서 샀던 티켓이 필요하다. 한국의 식물, 식물문화 등을 볼 수 있다. 한국의 사계에 어울리는 한옥과 문화재로 지정된 옛 배수펌프 시설도 감상할 수 있는 곳. 겨울철보다는 꽃피는 봄과 여름, 가을에 다시 한 번 방문해 봤으면 한다. 이외 열린숲과 호수원, 습지원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봄이 온다. 마음 놓고 산책하고 다닐 그날도 다가오고 있다. 2월 4일이 입춘이었고, 19일이 우수다.    

열대 나무와 식물 등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스카이워크.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열대 나무와 식물 등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스카이워크.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스카이워크 위를 걷는 사람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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