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지 않을 권리, 어울려 살 권리’ 저자 김수동, 김학수, 손웅익

왼쪽부터 김수동 더함플러스협동조합 이사장, 손웅익, 김학수 이사. 사진 구혜정 기자
왼쪽부터 김수동 더함플러스협동조합 이사장, 손웅익, 김학수 이사. 사진 구혜정 기자

집은 사람이 사는 공간이다. 집에 함께 산다고 하면 대부분은 가족이려니 한다. 그게 아니라면 요즘은 1인 가구이지 싶다. 과거에는 핵가족화를 걱정했는데, 지금은 그것도 모자라 홀로 사는 이들이 넘쳐나는 시대가 됐다. ‘이웃사촌’이라는 말도 옛 드라마 속에나 존재하는 세상, 외롭지 않을 방법이 있기는 한 걸까? 

공동체 주거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삶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지난해 ‘외롭지 않을 권리, 어울려 살 권리’라는 책을 발간했다. 더함플러스협동조합의 김수동 이사장을 중심으로 김학수, 김현지, 박건우, 손웅익, 임정연 씨가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 중 김수동 이사장과 김학수, 손웅익 더함플러스협동조합 이사와 만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책은 네 가지의 큰 주제로 ‘외롭지 않을 권리’, ‘어울려 살 권리’, ‘조금은 다른 집과 마을 이야기’, 마지막으로 ‘공동체 주거 이야기’라는 주제로 묶어 놓았다. 

가족이 아니어도 함께 어우러져 살 권리

김수동=지난해 은평구 평생학습관에서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 동안 책 제목과 같은 ‘외롭지 않을 권리, 어울려 살 권리’라는 장기 강좌를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때 강좌를 통해 나온 결과물과 지금까지 제가 여러 매체에 썼던 칼럼을 엮어서 책으로 펴냈습니다. 1장은 최근 3년 사이 제가 썼던 칼럼을 정리한 것이고, 2장은 청년활동가로 참여한 김현지 씨가 청년의 시선으로 강좌를 정리한 것입니다. 3장은 투자나 돈 되는 집 이야기 말고, 돈 안 되는 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4장은 공동체 주택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생각해야 할 이슈를 1에서부터 0까지 숫자로 엮어 정리했습니다. 

이 책은 강좌에 참여했던 모든 이와 함께 했던 이야기를 담아 놓았다. 공동 저자 6명의 일방적인 출판물이라기보다 강좌에 참여한 이들의 의견, 그들의 변화과정도 담았 다. 공동체 삶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3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도 다양했다.

김수동=작가 황두영 씨가 쓴 ‘외롭지 않을 권리’라는 책이 있습니다. 입법은 안 됐지만 ‘생활동반자법’ 입법 작업을 주도한 분인데,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발간한 책이었습니다. 저희가 낸 책과 강좌 제목도 그분의 책 제목에서 시작했습니다. ‘외롭지 않을 권리’라고는 하는데 1인 가구도 늘고 갈수록 심화하잖아요. 공동체 주택은 부담스럽지 않지만 느슨하면서도 믿을 만하고, 안전한 관계망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부분 중 큰 부분입니다. 외로움에 대한 문제가 크게 작용해 공동체 주택에 참여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주거권에 관해 이야기할 때 주택의 품질이나 주택 공급에 대해서만 집중한다. 그리고 주택은 실제 공간을 공유하고자 하는 ‘혼인에 의한 가족’에게만 혜택이 주어진다. 혼자 사는 사람이거나 누군가와 주거를 공유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법적, 사회적 제약이 많다.

김수동=가족이 아니더라도 어울리고 싶은 사람과 함께 사는 것 또한 권리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제약이 많습니다. 그래서 책의 부제목을 ‘각자도생의 시대 함께 사는 즐거움과 주거권을 이야기하다’로 했습니다.

2018년 '모두의 집'에 이어 더함플러스협동조합이 지난해 펴낸 '외롭지 않을 권리, 어울려 살 권리'.
2018년 '모두의 집'에 이어 더함플러스협동조합이 지난해 펴낸 '외롭지 않을 권리, 어울려 살 권리'.

마음이 기억하는 집에 대한 추억을 끄집어내다

프리랜서 건축가이자 심리상담가이기도 한 손웅익 이사는 ‘모두를 위한 집과 마을’이라는 워크숍을 진행했고, 그 강좌 내용을 책에 소개했다. 모두를 위한 집과 마을, 따로 또 같이 더불어 사는 집과 마을을 상상하고 만들어 보면서 지금까지 살았던 집에 대한 기억을 소환해 보는 시간이었다고 손 이사는 말한다.

손웅익=각자 자기의 인생 그래프를 그려서 그것과 자기 마음속에 가장 기억에 남는 집과 교차시켜봤습니다. 그래프와 자기가 살았던 공간이 어떻게 결합되는지, 그 속에서 자신을 찾는 시간이었습니다. 대부분 어릴 때 살던 마을이라든지, 대가족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었어요.

참가자 중에는 오래전 일임에도 선명하게 옛 기억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장독대 위에 꽃이 있었다거나, 어디에 고추를 널어 말렸는지 ,친구들과 어떤 놀이를 했는지 등을 기억해냈다.

손웅익=어릴 때는 대부분 행복한 기억을 갖고 있었지만, 평범하게 살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어요. 누구나 좌절을 겪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했습니다. 사람마다 보이는 것보다 더 상처가 깊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워크숍을 통해 많은 이들이 힘들거나 아픈 일들을 삭이고 살아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손 이사는 말했다. 외롭지 않은 삶을 위해 누군가와 함께 살고 싶지만, 타인에 대해 너무 많이 알아버린 게 문제였다. 동네 골목 뛰어다니고 가까웠던 이웃들이 사라진 시대. 대도시, 대단지 속 무미건조한 삶을 살다 보니 마을 풍경, 따뜻했던 그 날의 분위기는 추억으로만 봉인돼 있었다. 이제 다시 사람 냄새를 꿈꾸는 사람들은 공동체 주택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했다. 실제로 한 참가자는 공동체 주택에 입주하기도 했다. 

큰들 산청 마당극 마을에 지어진 집. 소통하고 함께 생활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공동체 마을이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큰들 산청 마당극 마을에 지어진 집. 소통하고 함께 생활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공동체 마을이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마을의 의미를 공동체에서 찾는다

건설회사 출신이자 부동산학 박사인 김학수 이사는 ‘도시의 선택, 주택의 미래’라는 주제로 도시와 집의 주인이 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우리가 사는 도시와 집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각자 사는 동안 여러 선택지 앞에서 끊임없이 선택한 결과로 만들어졌음을 의미한다.

김학수=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만들어진 도시와 집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까요? 앞으로는 “어디서 사는가?”가 아니고, “누구와 사는가?”가 중요한 세상이 올 겁니다. 사는 공간이 바뀌면 삶 또한 바뀝니다. ‘사는 공간’을 어디까지 나의 공간으로 볼 것인가. 자기 울타리를 넘어서 마을로, 도시로 공간 확장해 도시와 집의 주인이 되는 모습에 대해 김 이사는 이야기했다.

김학수=그것을 저는 ‘주인행세’라고 말합니다. 도시를 바꾸는 사람도 우리고, 공간을 바꾸는 것도 ‘나’입니다. 어떤 집에서 살 것인가 생각했을 때, 공동체 주택은 어떤 곳인지에 대해서 조목조목 대안을 설명하고 개념을 정의해 나갔던 강좌 내용을 책에 담았습니다.

세상은 부동산을 재산적 가치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지만, 부동산을 살아가는 공간, 관계 맺고 어울리는 공간으로 보는 부동산학자들도 있다고 김 이사는 말했다.

김학수=집값의 대세 상승이 모두에게 유익한 것인가 고민해봐야 해요. 집값이 계속 올라가는 것은 유익하지 않다고 봐요. 집 한 채만 있는 사람들 말고, 집값이 오르고 내리고는 다주택자, 투기하는 사람, 건설회사의 관심사입니다. 제일 좋은 것은 ‘자가(自家)’가 아니더라도 살기에 불편함이 없고, 그게 아니라면 지급 가능한 조건으로 ‘정주(定住)’ 할 수 있는 집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돈이 되는 집’에 몰두하는 사회
현재 대한민국에서 말하는 집은 건설회사가 지어놓은 투기시장, 공기업이 만드는 임대시장으로 분리돼 있다고 말한다. 소위 제3지대 집, 건설회사도 공기업도 아닌 사람들이 집을 짓되 자본 논리가 아닌 좋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살 집을 만들어 보자는 게 공동체 주택의 취지 중 하나다. 그런 게 결국 ‘제3 섹터’라고 하는 비영리 주거모델, 사회주택, 공동체 주택, 협동조합주택을 말한다. 사는 방식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인 상태에서는 층간소음, 흡연 공해, 쓰레기 무단 투기, 경비원 갑질 등 공동주택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가 당연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공동체 주택 혹은 소규모 단지는 익명성이 없다. 서로 안다는 것 자체가 상대를 배려하고, 일을 함께 도모하게 만든다.

김학수=함께 살되 간섭하지 않고, 필요할 때 가족이 되어주는 느슨한 공동체가 필요한 것입니다. 서로 너무 많이 아는 것 말고 ‘따로 또 같이’ 하는 게 공동체에서 필요합니다.

김 이사는 "내 집만 생각하지 말고, 마을과 도시를 생각하자"는 말을 하고자 했다. 마을에 거점이 만들어지고, 이웃이 생기면 공동체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사회가 정착된다면 공동체 주택을 짓지 않아도 될 것이다.

김학수=오랜 과거에는 사랑채나 개울가, 우물 등 사람들이 모이던 거점이 있었습니다. 현대 시설로 바뀌면서 점점 거점은 사라졌고요. 아파트 단지에 이웃이 관계 맺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자는 얘기를 합니다. 최근 들어 각계의 노력으로 ‘작은도서관’이나 어린이집이 생겨났지만, 문제는 관리가 잘 안 된다는 점입니다.

관리가 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아파트 내 공공의 자리가 많으면 그만큼 돈으로 사고팔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게 든다. 아파트라는 공간에는 상당히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다.

안산자락길에서 바라본 서울의 모습.. 산이 아파트 숲을 둘러싸고 있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안산자락길에서 바라본 서울의 모습.. 산이 아파트 숲을 둘러싸고 있다. 사진 권해솜 객원기자.

김수동=전체 인구의 60%가 아파트에 삽니다. 아파트에서 공동체의 실마리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아무리 우리가 사회주택을 지어본들 주택의 절대수요를 충족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집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사는 동네를 바꾸는 게 중요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이니 주택 상품을 가지고 돈을 벌려는 사람이 없어질 수는 없다. 문제는 ‘정주’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에게 다른 선택이 있어야 하는데, 선택권이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손웅익=열심히 공동체 주택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알려 봐도 결국 이 모든 일은 민간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결국에는 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공권력과 건설회사의 긴밀한 관계는 오래전부터 유지되고 있어요. 그리고 또 하나 힘든 것 중 하나는 전통적으로 집에 대한 소유 개념이  강하게 박혀 있습니다. 고향 혹은 지역 간 갈등 등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정착지에 대한 애착이 강해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공동체 주택, 공동체 마을의 좋은 점, 필요한 이유를 너무 잘 알지만 부딪히고 고민할 것들이 참 많습니다.

책에는 이들이 쓴 부분 이외에도 강좌에서 다뤄진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김수동=기록으로 남기겠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더함플러스협동조합이 어떤 일을 하고 있다는 결과물이기도 하고요. 강좌를 마치고 나면 휘발되더라고요. 제가 올해 이사장 직을 내려놓습니다. 책을 내지 않았으면 허전할 뻔했어요. 비영리 출간을 했고, SNS로 신청을 받고 이틀 만에 마감했습니다. 지금도 책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있어서 2쇄를 찍을 생각이고, 이 강좌 이후 올해 강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외롭지 않을 권리, 어울려 살 권리’는 공동체 삶에 관심 많은 이들에게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신청한 100여 명에게 전달됐다. 강좌를 열면 매번 열다섯에서 스무 명 정도 되는 인원이 꾸준히 참여했지만, 공동체 주택을 접하고 아는 사람 혹은 알아가려는 이들은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김수동 이사장은 데일리임팩트에 “앞으로도 꾸준하게 공동체 주택, 어울려 사는 삶을 알릴 계획”이라며 “사람들이 모른다고 가만히 있기보다, 조금이라도 공동체를 이루고 가꾸는 삶의 소중함과 함께 살아가는 가치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수동 손웅익 김학수 씨. 사진 구혜정 기자.
왼쪽부터 김수동 손웅익 김학수 씨. 사진 구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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