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임철순 주필] 반성문을 영어로 ‘글로벌’이라고 한다. global이 아니라 ‘글 쓰라고 벌을 준다’는 뜻이다. 택배는 영어로 ‘짐 캐리’다. 캐나다 출신 코믹 배우 짐 캐리(Jim Carrey·59)의 이름을 이용한 개그인데, 검색을 하다가 여행짐을 당일 배송해주는 짐캐리(zimcarry)라는 회사가 실제로 있는 걸 알고 놀랐다. “역·공항 수하물 보관 & 픽업 서비스, 여행은 물론 마음의 짐까지 덜어드려요”라며 영업을 하고 있다.

원래 일본어에서 유래한 택배(宅配)는 말 그대로 집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국립국어원이 ‘문 앞 배달', '집 배달'로 고쳐 쓰자고 순화어를 제시했지만, 택배는 이미 우리 일상어로 정착됐다. 인터넷 쇼핑이 활성화하고 코로나로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택배 수요는 폭증하고, 업계 규모도 비약적으로 커졌다. 우리나라는 택배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 와서 살게 된 일본인이나 외국에서 살다가 돌아온 한국인들은 우리나라의 신속하고 광범한 택배시스템에 놀란다. 주문을 하자마자 새벽이나 당일에 원하는 물건이 문 앞에 배달되니 얼마나 편리한가. 특히 느리고 불친절한 우체국 서비스에 학을 뗀 재미동포들은 한국의 택배를 몹시 부러워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보기에 한국인들은 여러 가지로 놀랍다. 식당이건 어디건 자리를 맡거나 주문을 한 경우 (그 비싼) 휴대폰을 턱하니 좌석에 올려두고 화장실에 가거나 다른 일을 본다. 택배 물품도 누가 가져갈지도 모르는데 배달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문 앞에 둔 채 집을 비우고도 태평이다.

이런 건 택배기사들의 이야기로도 확인된다. 한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그들의 경험담을 들어보자.

A기사=택배 간다고 연락하면 집 앞이나 대문, 현관 문 앞에 두고가라는 사람의 비율이 70%가 넘는다. 비밀번호가 없는 아파트는 물론 골목길에 있는 집인데도 대문 밖에 두고가라고 한다. 내가 오히려 겁이 나서 “예? 진짜 거기 두고가요?"라고 물어도 ”네. 그냥 두고가세요.“라는 사람들이 많다.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지 정말 신기한데, 정말 신기하게도 물건이 안 없어진다.

B기사=4층 빌라의 1층인 집인데, 주인이 놔두고 가래서 그냥 놔두고 옴. 주인이 여행가서 2박3일째 그대로 있었지만 안 없어짐. 현관 앞에 두고 가는 거 보고 가끔 외국인들이 놀람. 일본만 해도 도장 받는 게 필수라는데, 이렇게 현관 앞에 배송하고 가도 안 없어지는 나라는 매우 드물 듯.

C기사=택배를 몇 년 했는데, 누가 훔쳐가서 없어진 건 한두 건 있을까 말까. 물건이 없어지는 건 누가 훔쳐가기보단 1)가족이 갖고 들어가선 말 안 함. 2)주소 잘못 적어서 엉뚱한 곳 배송. 3)이사갔는데 실수로 먼저 주소로 주문. 4)의도적으로 받고도 못 받았다고 우기는 극히 일부 주민. 이런 정도이지 훔쳐가는 일은 거의 없음. 정말 신기하리만치 치안이 좋고 국민성이 정직한 것 같음.

      아파트 문을 막은 타이어. 주민이 본의 아니게 ’감금‘당했다.
      아파트 문을 막은 타이어. 주민이 본의 아니게 ’감금‘당했다.

이렇게 택배 배송과 접촉이 많다 보니 우스운 일도 많고, 택배 차량을 아파트 단지 안에 못 들어오게 해서 분쟁이 빚어지는 등 매일 뉴스와 화제가 이어진다. 최근엔 택배기사가 타이어 4개를 현관문 바로 앞에 쌓아 두고가 집 안에 있던 사람이 감금된 사건이 보도됐다. 문 앞에 두고가라고 했더니 아예 문을 막아버렸다는 건데, 피해를 당한 사람은 택배기사의 ‘보복’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리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

생수가 문 앞을 가로막아 ‘감금’ 당한 일도 있다.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의하면 그 대학생은 생수가 떨어질 때마다 48병씩 시키는데 그날은 생수가 4열 종대로 통로에 놓여 있었다고 한다. 발로 쾅쾅 밀어봐도 밀리지 않아 한참 낑낑대다가 친구를 부르려 했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도와줬다고 한다. 그는 ”감금당했을 때 도와줄 사람 없으면 생수시킬 때 조심하라"고 썼다.

이 글을 본 이들은 "저런 사람들이 있으니 생수 배달 수량을 제한하는 게 맞다", "배송 일 잠깐 했을 때 물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지금도 2개 이상은 주문하지 않는다", "어차피 배달량은 정해져 있는데 한 군데만 가면 더 좋은 거 아니냐" 등 의견이 분분했다. 생수 주문에 따른 택배 기사들의 고충이 알려지면서 몇 업체는 인터넷을 통해 주문할 수 있는 생수 개수를 총 2~3묶음까지 가능하도록 제한했다고 한다.

       택배 기사와 주문자들의 카톡엔 재미있는 게 참 많다.
       택배 기사와 주문자들의 카톡엔 재미있는 게 참 많다.
     택배기사들은 힘들고 괴롭다. 어지간하면 이해해줘야 한다. 
     택배기사들은 힘들고 괴롭다. 어지간하면 이해해줘야 한다. 

어쨌든 서로 지켜야 할 예절과, 택배를 안전하게 받는 요령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주문자들은 택배 기사들의 수고에 감사하며 친절하게 대해주어야 한다. 더운 여름철에는 시원한 음료라도 제공하는 게 좋다.

하지만 반대로, 택배 기사들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주문인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마땅하다. 나도 몇 번 경험했지만 멀쩡히 집에 있는데도 벨도 울리지 않고 문간에 물건을 놓고 간 뒤, “가족에게 안전하게 전달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택배 기사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택배 안심접수 요령’을 정리해본다. 1)생수. 대형 박스등 소위 ‘똥짐’(부피가 크고 무거운 택배 물품)은 절대 분실되지 않는다(그렇다고 늘 방심하지는 마라). 2)비번을 알아야 들어갈 수 있는 아파트에선 거의 분실사고가 없다(그렇다고 늘 방심하지는 마라). 3)아파트 현관 앞에 택배 전용 상자를 두면 좀 더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 4)아파트 현관 옆에 난방파이프나 소화전이 있을 경우 그 안에 넣어두도록 하면 편리하다. 5)일반주택의 경우 끈에 열쇠를 매달아 대문 안에 넣어두고 끈을 당기면 열쇠가 딸려와 열 수 있도록 해 대문 안에 배송받거나 화분, 우편함, 벽돌 빠진 구멍, 우유 주머니에 열쇠를 두어 열고 넣고 닫고 가라 하면 부재중이거나 해외출장을 갈 때 편하게 받을 수 있다(그렇다고 늘 방심하지는 마라).

택배 물품을 주문할 때는 이런 것에 유의하라. 1)휴대폰 공기계나 금장식 제품, 시계나 신발 같은 고급품은 택배로 시킬 경우 중간에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택배 물류센터의 상·하차 직원이 대부분 외국인 일용직이라 값나가는 물건을 훔쳐가는 일이 있으니 너무 비싼 것은 오프라인에서 사자. 2)상·하차 직원들은 터지는 물건만 아니면 다 집어던진다. 컴퓨터건 텔레비전이건 킥보드건 전부 날아다닌다. 오프라인을 이용하라. 3)택배 주문할 때 분실되면 안 되는 비싼 물건은 기사에게 미리 말하라. 그러면 신주단지 모시듯 갖고 온다.

택배 없이는 못 사는 세상이다. 신중하게 주문하고 안전하게 바로 받자. 오고가는 택배 속에 대한민국 발전한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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