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위 국감서 ‘한 달 내 후속안 제출’ 밝혀…프로멤버십 조정 등 전망

택시·대리운전업계 반발 지속…우티·토스 등 모빌리티 시장 공략 가속

4년 간 누적 적자 668억 달해…경영실적 개선-협력 사이 절충점 고심

류긍선 신임 공동대표 내정자.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류긍선 신임 공동대표 내정자.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택시·대리운전업계와의 상생방안을) 한 달 이내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지난주에만 3번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려가자, 카카오모빌리티는 더 적극적인 상생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대리운전업체 인수를 전격 취소한 데 이어, 프로멤버십 폐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택시·대리운전업계의 반발, 정치권의 공세가 지속될수록 ‘혁신’을 강조한 카카오모빌리티의 정체성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 회사측이 이같은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조만간 후속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는 경영 실적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여서 이번에 어떤 대안을 제시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에 시달려온 것이 카카오모빌리티의 '불편한 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 플랫폼 토스가 틈새를 노리고 타다를 인수하면서 독과점 사업자라는 카카오모빌리티 특유의 지위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수익성 개선과 시장 점유율 유지, 신사업 확장 등을 동시에 꾀할 '묘책'이 절실한 상황에 맞딱드린 셈이다. 

“공공성·사회적 책임 통감”…후속안 조만간 발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지난 8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국정감사에서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에 대해 통감하는 계기가 됐다”며 업계와의 상생을 약속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과도한 수수료 부담과 문어발식 사업 확장, 불공정배차 등으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국토위 국감장에서도 “기존 위치 정보와 기업 이미지,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해 (소상공인에게) 빨대를 꽂고 있다” “혁신의 탈을 쓰고 괴물이 되고 있다” “심판이 선수 역할까지 하려고 한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이에 류긍선 대표는 구체적인 개선안을 한 달 내로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프로멤버십을 포함해 유료화를 꾀했던 서비스 전반을 손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가맹택시, 비가맹택시, 승객에게 수수료를 삼중으로 떼가고 있다” “스마트호출은 없앴는데 프로멤버십을 왜 없애지 않았나” 등의 질의가 이어지자 류 대표는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해서 논의하고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찾겠다”고 밝혔다. 

사업방식도 전면 재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리운전업체 추가 인수를 철회키로 한 만큼, 대리운전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영세·중소업체와 마찰을 최소화하는 방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류 대표는 “플랫폼 혁신을 위한 노력이었지만 사회적 기대감과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특히 택시업계에 계신 분들에게 일방적이었던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택시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콜 몰아주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알고리즘 관련 후속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감에서 관련한 질의가 이어져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택시 호출을 할 경우, 인근에 비가맹택시가 있더라도 멀리 있는 가맹택시가 배차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을 들어 업계에서는 호출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국토위 국감에서도 “카카오 가맹택시의 배차 성공률이 78.5%인 것에 비해 비가맹택시는 4.5%에 그친다”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가맹택시와 비가맹택시 월평균 수입은 812만원, 554만원이고, 영업 건수도 766건, 579건으로 갈수록 차이가 확대되고 있다”(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 콜 몰아주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진 바 있다. 

류 대표는 “배차 로직상 가맹과 비가맹택시를 구별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미비한 부분이 있다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류 대표는 ”(호출 알고리즘에 대해) 지금도 일부 공개하고 있지만 사회적 눈높이에 부족했다”면서 “추가로 공개할 수 있는 부분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윈윈’ 구조 필요한데…택시·대리운전업계와 갈등 ‘여전’

김범수 카카오 의장까지 나서 ‘상생’ 의지를 강조했던 점을 고려하면, 독과점 논란의 중심에 있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후속안을 내놓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다만 문제는 상생의 수준이다. “플랫폼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로 짜야 한다”는 김범수 의장의 말처럼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익성과 택시·대리운전업계와의 공생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업계의 이해관계는 매우 복잡다단하다. 

택시 중개 서비스의 경우, 가맹택시와 비가맹택시가 문제삼는 부분부터 다르다. 개인 가맹택시에서 요구하는 것은 수수료 개선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자회사 KM솔루션과 계약을 맺은 개인택시는 카카오모빌리티에 매출의 20%를 수수료로 내고, 배회영업 데이터를 제공하고 브랜드 홍보를 한다는 이유로 16~17%의 제휴비를 돌려받는다. 제휴비가 매출로 잡히는 까닭에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이 개인 가맹택시들의 하소연이다. 

비가맹택시에서는 불공정 배차를 문제 삼고 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한국노총),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민주노총),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개인택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법인택시) 등 택시4단체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콜을 몰아주거나 배제하는 방식으로 업계를 교란시키고 있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9월 경기도가 카카오T블루 콜 몰아주기에 대해 실태조사를 한 결과, 카카오T블루 운행 지역 콜 수는 평균 29.9%, 매출은 13% 감소했다. 운행 미지역 콜 수가 평균 2.7%, 매출은 3.6% 올랐다는 점에서 콜 몰아주기 의혹이 짙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개인 가맹택시와 비가맹택시 모두 카카오모빌리티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가 이뤄지길 바라는 눈치지만 아직까지 진전된 것은 없다. KM솔루션은 서울 지역 103개 운수사가 참여한 가맹점협의회와 상생협약을 맺었다. 이들 회사는 카카오T블루를 운영하는 법인회사로 카카오모빌리티의 의견을 무시하기 어려운 처지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서울 카카오T블루 80% 이상이 개인택시이고, 일반택시 10대 중 9대는 카카오T 앱을 이용한다”며 “문제는 이처럼 다수의 종사자들을 논의 테이블에서 여전히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대리운전업계도 종사자와 운영회사 간 입장이 엇갈린다. 종사자들의 반발은 누그러졌지만 운영회사들은 ‘대기업 총량제’까지 들고 나왔다. 

대리운전 호출은 80%가 전화로 이뤄진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시장 지배력을 빠르게 강화하기 위해 파격적인 수수료를 내놓고 1위 업체를 인수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7월 전화호출 1위 업체 1577 대리운전을 인수하며 앱·전화 호출이 모두 가능하도록 했다. 또 전 지역에 0~20%까지 변동수수료를 적용키로 했다. 기존 대리운전업체의 수수료가 20~30%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수익이 늘어나게 될 대리운전기사들은 우호적인 분위기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을 노동조합법상 정식 노조로 인정하고 2만2000원에 달하는 카카오 T 대리 프로 멤버십 개선을 검토하기로 하는 등 단체교섭에 돌입키로 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반해 단번에 기사와 손님을 한꺼번에 빼앗길 처지에 놓인 대리운전업체들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사업을 축소하도록 압박하고 있다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대기업(카카오)의 시장 잠식이라는 주장을 펴며 ‘대리운전 사업에서 손을 떼 달라’고 요구한 데 이어, 동반성장위원회에 ‘대기업의 시장점유율이 도합 25%를 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의 상생안도 냈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 15%, 티맵모빌리티 10%로 상한선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해당 안대로라면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점유율 30% 안팎에 달하는 앱·전화 호출을 축소해야 한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 3파전으로…격화된 경쟁 앞에 수익성 ‘고심’

카카오모빌리티는 플랫폼을 통해 이동수단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서비스형 모빌리티(Mobility as a Service·MaaS)를 지향한다. 택시 중개 서비스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구상하는 사업의 일부일 뿐이다. 미국의 우버처럼 업무용 배달(경조사 꽃·간식 등)·퀵서비스·주차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왔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MaaS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전세계 MaaS 시장이 2025년 1847억달러(220조9012억원) 규모로 연평균 23%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시장 주도권을 노린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들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금융 플랫폼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는 쏘카가 보유한 타다 운영사 VCNC 지분 60%를 인수키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에 이어 우티(SK텔레콤·우버), 토스·타다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3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현재로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위상이 압도적이다. 관련 규제로 인해 국내 모빌리티 사업은 택시 호출을 기반으로 영위된다. 이와 관련, 8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카카오T 1016만명, 우티 86만명, 타다 9만명이다. 

그러나 후발주자들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모빌리티 업계의 중론이다. 토스는 연내 새로운 타다 서비스를 선보이고, 2000만명에 달하는 금융 앱 토스와 900만명인 차량 공유 앱 쏘카의 이용자를 타다로 유도해 플랫폼 영향력을 대폭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쏘카·타다 구독상품도 대폭 늘린다.

우티는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주차장 중개·물류·음식 포장 주문 등으로 영역을 넓혀 MaaS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한편, 연내 우버와의 통합 앱을 선보여 영향력을 강화한다. 

독과점 논란에서 벗어나는 대신 치열한 경쟁에 접어들게 된 만큼, 카카오모빌리티의 고심이 깊어지게 됐다.

더욱이 카카오모빌리티는 수익성 개선이 요원하다.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누적 적자만 668억원에 달한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임팩트에 “동반위에서 대리운전 진출 철회와 같은 이야기가 나와 내부적으로 골목상권 침해 사업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렇지만 향후 상장 등을 고려하면 적자 규모를 줄이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카카오모빌리티가 상생과 이윤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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