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8경을 담은 '속초 사잇길’

제3길 수복길이 시작되는 지점. 표지 왼쪽에 북을 바라보는 어머니와 아이 형상의 수복탑이 있다. 사진 권해솜 기자
제3길 수복길이 시작되는 지점. 표지 왼쪽에 북을 바라보는 어머니와 아이 형상의 수복탑이 있다. 사진 권해솜 기자

‘걷기’. 이제는 열풍이라는 말을 넘어 생활이 됐다. 전국 곳곳애서 걷기 좋은 길이 있고, 지자체와 시민이 나서 길을 내고 가꾸기 위해 힘을 모은다. 지방으로 여행갈 때마다 그 도시를 대표하는 길이 있나 찾아보는 것도 여행의 묘미다.

‘속초 사잇길’이 그렇게 만난 보석 같은 길이다. 바다도 보고, 시장도 보고, 숲도 산도 , 그리고 우리의 생활사와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속초에 대포항과 설악산만 있다고 생각한다면 안 된다. 여유 있게 걸을 수 있는 속초 사잇길 정보를 확인하고 떠나보면 어떨까?

제3길 수복길을 걸어 동네 뒤 마을 길을 걷다 내려오면 벽화마을이 나온다. 사진 권해솜 기자
제3길 수복길을 걸어 동네 뒤 마을 길을 걷다 내려오면 벽화마을이 나온다. 사진 권해솜 기자

‘속초 사잇길’은 속초시지속발전가능발전협의회(속초에살자)에 의해 2019년 조성됐다. 

제1길 영랑호길을 시작으로 제2길 장사・영랑해변길, 제3길 수복길, 제4길 아바이마을길, 제5길 속초해변길, 제6길 청대산길, 제7길 청초호길, 제8길 청초천길, 제9길 설악누리길, 제10길 대포만세운동길까지 10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속초를 대표하는 속초8경(동명항 등대전망대, 범바위, 청대산, 청초호, 조도, 대포 외옹치, 설악 해맞이 공원, 학무정) 또한 코스 곳곳에 있다. 짧게는 2km(제3길 수복길)과 7.3km(제1길 영랑호길)이 있고 코스별로 1시간에서 2시간이면 비교적 짧게 걸을 수 있다. 

길 조성과 맞물려 속초 사잇길을 안내하는 자격이 주어지는 ‘속초에살자 사잇길 안내자’도 제7기생까지 배출됐다. 속초 사잇길에 관해 공부하고 안내자로서 소양을 쌓기 위해 수료자를 위한 ‘심화 학습 과정’도 있다.  

 실향민의 마을을 돌아볼 수 있는 제4길 아바이마을길 표지판. 사진 권해솜 기자
 실향민의 마을을 돌아볼 수 있는 제4길 아바이마을길 표지판. 사진 권해솜 기자

어떤 이들은 “속초에 가면 뭘 할 수 있냐?”고 묻는데, 속초 사잇길만 제대로 걸어도 속초 명소를 다 둘러볼 수 있다. 계절마다 변화하는 모습이 달라 매일 걸어도 아깝지 않은 길이 속초 사잇길이다. 시간만 잘 맞으면 날마다 길 유지 보수도 하고 건강을 챙기는 ‘두발로걷기팀’ 또는 ‘노르딕 걷기팀’과도 함께 걸을 수 있다.

걷기 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탬프도 코스별로 3개씩 준비돼 있다. 속초8경을 담아낸 길답게 스탬프 디자인도 예쁘다.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패스포트는 속초시지속발전가능발전협의회 사무실 혹은 사무실 밑 실버 카페에 있다. 설악산자생식물원에서도 받을 수 있다. 패스포트는 스마트폰 플레이 스토어에서 워크온을 다운로드하면 GPS를 정보를 받아 길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최근 사잇길을 걷는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사잇길 안내자들은 코스 곳곳을 이동하면서 길 안내를 위한 리본 달기 작업을 하고 있다. 

제6길 청대산길 정상에서 보이는 설악산 울산바위. 속초의 해변과 산을 걷다 보면 울산바위가 도시를 품은 듯 따뜻하게 감싸고 있다. 사진 권해솜 기자
제6길 청대산길 정상에서 보이는 설악산 울산바위. 속초의 해변과 산을 걷다 보면 울산바위가 도시를 품은 듯 따뜻하게 감싸고 있다. 사진 권해솜 기자

속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바로 실향민에 얽힌 사연이다. 속초는 해방 이후 북한 치하였다가 1951년 남한으로 수복되면서 북이 고향인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정착한 곳이다. 제3길 수복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아이의 손을 잡은 채 북한을 바라보고 서 있는 여인상이 인상적인 ‘수복탑’이 있다. 제4길 아바이마을길은 특히 이북오도민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고, 제7길 청조호길은 실향민 2세, 3세가 새롭게 형성한 현대적인 장소이다. 자연 경관뿐 아니라 우리 역사 속 슬픈 이야기가 길 사이사이에 깃들어 있다. 

제7길 청초호 길에서 스템프를 찍고 있는 걷기 참여자들. 사진 권해솜 
제7길 청초호길에서 스탬프를 찍고 있는 걷기 참여자들. 사진 권해솜 기자

사잇길 안내자 3기인 이은순 씨는 속초 사잇길에 대해 “이 지역에 살면서 이렇게 예쁜 곳이 있다는 것을 모르다가 속초 사잇길의 매력에 빠져 안내자의 길에 들어섰다”라고 말했다. 숲해설사이기도 한 이 씨는 특히 건강이 좋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 이제는 ‘최고 2만 보는 걸어야 운동했구나’라고 느낄 정도가 됐다. 안내자 중 1급 걷기지도자 자격증을 갖춘 걷기지도자를 통해 바른 자세로 걷는 방법을 알게 된 이 씨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를 알려주고 있다.

이 씨는 데일리임팩트에 “속초 사잇길은 혼자 걸어도 좋은 곳이지만 매일 소수의 인원이 꾸준히 걷고 있다”며 “코로나 시대에 건강도 좋아질 수 있는 자연 길인 속초 사잇길에 꼭 한번 와보시라”고 말했다.  

제4길 아바이마을길에서 탈 수 있는 갯배. 배를 끌어주는 분도 있지만 직접 체험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사진 권해솜
제4길 아바이마을길에서 탈 수 있는 갯배. 배를 끌어주는 분도 있지만 직접 체험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사진 권해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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