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시그넘 하우스

더 시그넘 하우스 전경 . 사진 더시그넘하우스 공식 홈페이지

서울 강남을 말할 때 떠오르는 몇 가지가 있다. 끝없이 펼쳐진 고층빌딩, K팝을 알린 노래 강남스타일, 젊음이 넘치는 거리. 세련됨 혹은 패션의 상징이라는 선입견 때문일까? 시니어타운이 있다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편견은 좀 내려놓고 자연스럽고 멋진 하루하루를 사는 이들이 모여 산다는 ‘더 시그넘 하우스’를 소개한다.

강남 속 고즈넉한 시니어타운

서울 강남구 자곡동 보금자리주택 지구에 자리 잡은 ‘더 시그넘 하우스(이하 더시그넘하우스)’는 2017년에 문을 열었다. 시그넘은 시그니처와 프리미엄의 합성어다. 당초 엘티에스그룹의 자회사인 ㈜도타이가 노인주거복지 발전에 일조하고, ‘은생(恩生:은혜로운 삶)’의 장소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설립했다. 더시그넘하우스는 원래 원불교 교당이 지어질 자리였다. 교당 부지 옆에 마련된 노인복지용 부지를 원불교 산하 세계봉공재단이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자 엘티에스그룹의 박세훈 회장이 직접 운영을 맡게 됐다. 강남의 교통과 접근 편리성, 녹지가 살아 있는 공간이었기에 노년의 삶을 영위하기에 적합한 위치라 판단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강남에 있는 시니어타운의 이점이 발휘된다. 삼성서울병원까지 5.6km로 15분 내외 거리다. 119를 호출하면 30분 이내, 자체 차량을 이용하면 20분 내로 응급실에 도착할 수 있다. 

서울지하철 3호선 수서역과 SRT 수서역이 가까워 수도권은 물론 다양한 곳에서 입주자들이 모여들었다. ‘강남’이라지만 ‘빌딩숲’이 아닌 ‘푸른 숲’이 둘러싸고 있고, 대모산이 지근거리에 있어 자연 속 삶을 흠뻑 느낄 수 있다. 

삼시세끼 식사 장소. 매달 1인 당 60식이 기본이다.  사진 더시그넘하우스 제공
삼시세끼 식사 장소. 매달 1인 당 60식이 기본이다.  사진 더시그넘하우스 제공

더시그넘하우스는 지상 5층, 지하 3층의 연면적 3만936㎡(9375평) 건물이다. 시니어타운과 너싱홈이 있으며, 총 230세대로 이루어져 있다. 시니어타운의 생활공간은 B타입부터 L타입까지 다양한 면적과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독신자와 부부 입주자의 특징을 고려해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객실의 구성만큼이나 입주 보증금도 3억 대에서 8억 대까지다. 입주인의 상황에 맞게 보증금도 고 보증금과 저 보증금 방식으로 조정할 수 있다. 4년마다 재계약하는데 입주 보증금은 주거공간에 대하여 납부하는 보증금 성격으로, 최소 거주 기간 2년 이후에는 이주할 때 전액 반환해준다. 월 생활비는 일반관리비와 식비가 있고, 식사는 1인 기준 한 달 60식이 의무식이다.  

다른 시니어타운의 입주 조건과 마찬가지로 독립생활을 할 수 있는 만 60세 이상 85세 미만이면 입주할 수 있는데, 부부가 입주할 때는 한 명만 만 60세 이상이면 들어갈 수 있다. 시니어타운만 169세대로 객실에는 현재 202명(여 128, 남 74)이 입소해 있다. 

건강에 정신까지 챙기며 돌보다

입주 시니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만 역시나 코로나19로 인해 활동의 제약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매주 금요일 저녁 식사가 끝남과 함께 진행했던 합창 프로그램이 입주자들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다. 입주자 100여 명이 시니어타운 로비에 모여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동요 및 가곡, 가요 등을 같이 부르며 어울리던 자리였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다시 모여 함께 노래 부를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이 아니었다면 바로 적용했을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코로나로 인해 실제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으나 KT의 MR 서비스 ‘리얼큐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KT의 혼합현실(MR)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입주자의 ‘치매 예방 실내 체육활동’을 지원하는 장비가 있다. 현실 공간에 반응형 기술과 위치, 동작 인식이 가능한 센서를 연동해 가상현실(VR) 기기(HMD)나 증강현실(AR) 고글(글래스) 없이도 가상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한다. 장비 착용을 하지 않아도 모든 입주자가 가상현실 환경에서 실감 나는 체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조만간 '리얼큐브'를 통해 ‘치매 예방 실내 체육활동'을 할 계획이다. 사진 KT엔터프라이즈 채널
 조만간 '리얼큐브'를 통해 ‘치매 예방 실내 체육활동'을 할 계획이다. 사진 KT엔터프라이즈 채널

더시그넘하우스에는 치매와 관련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코그니사이즈’라는 치매 예방 프로그램이다. 헬스트레이너가 아닌 운동치료사 3명이 상시 근무하여 운영하고 있다. ‘코그니사이즈’는 단순 운동프로그램이 아닌 몸을 움직이면서 뇌를 단련하는 유산소 운동이다. 몸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머리도 사용해 몸과 머리 모두에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표이다. 
혹시나 더시그넘하우스에서 생활하다 경증치매가 생기면 세대 내 요양보호사의 방문 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외부 데이케어와 연계해 외부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치매가 아니더라도 건강관리센터에서 24시간 상주하는 전문 간호사가 꼼꼼하게 건강 체크를 하고 있으며, 회원관리팀 사회복지사의 세대 방문 등을 통해 입주자의 건강 상황을 꾸준히 돌보고 있다. 특히 건강관리센터는 입주자 편의를 위해 혈당 혈압 체크, 상처 드레싱, 건강상담, 병원 연계, 방문 요양 서비스 연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입주자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건강관리센터. 사진 더시그넘하우스 제공
입주자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건강관리센터. 사진 더시그넘하우스 제공

더시그넘하우스에는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는 입주자들이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시니어타운과 함께 24시간 간병을 해주는 너싱홈이 있다. 너싱홈은 간호·간병·재활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맞춤형 전문 요양 시설이다. 물리 치료사와 작업 치료사의 개인 맞춤형 기능 회복 훈련 등 이용자 중심으로 집중 관리한다. 실버타운과 마찬가지로 전문 영양사의 영양식, 다양한 문화·여가 프로그램 등이 있다. 

입주자가 시니어타운에서 생활하다 건강이 나빠지고 입주자는 물론 그의 가족이 너싱홈 입소를 요청할 경우 상담을 통해 우선 입소를 할 수 있도록 연계한다. 다만, 일시적 컨디션 약화의 경우 너싱홈 단기 입소 후 세대에 복귀할 수 있다. 장기 치료가 필요하게 되면 외부 적합한 요양병원을 안내해주기도 한다. 이를 위해 다수의 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보다 안정적인 치료와 회복을 위해 애쓰고 있다. 

긴 코로나 시국, 슬기로운 시니어타운

코로나19가 불어 닥치고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접어들면서 더시그넘하우스는 가족 방문은  가급적 자제해달라고 입주자들에게 요청하고 있다. 다만 간호 목적의 방문은 상시 운영 중이다. 더시그넘하우스는 60세 이상의 시니어가 거주하는 노인복지주택으로서 사회에서 은퇴한 입주자뿐만이 아니라 사회 활동을 이어가는 이들도 함께 거주하고 있다. 한마디로 시니어타운 혹은 실버타운으로 불리는 곳은 ‘노인복지주택’이지 ‘요양원’이 아니다. 

입주자의 정서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의견에 따라 면회의 개념을 사회와의 격리 혹은 차단이 아닌 ‘왕래’에 두고 있다.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직원을 포함한 외부인이 출입할 때 체온을 반드시 점검하고 방문 시간 및 방문목적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모든 직원이 주 1회 이상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으며, 하루 두 번 2회 이상 관내 환기, 식사 2부제를 실시 중이다. 택배 물품은 더시그넘하우스 직원이 입주자에게 직접 배송을 하는 등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더시그넘하우스는 설립 목적을 말할 때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정신을 언급한다. 즉,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자신을 이롭게 만든다’라는 뜻이다. 자리이타의 정신을 기반으로 입주자들은 물론 직원을 비롯해 함께하는 모든 구성원이 행복하고 성장하는 터전이 되기를 지향하고 있다. 

창립자 박세훈 회장은 데일리임팩트에 “강남을 시작으로 지난달에 인천 청라지구에 제2 더시그넘하우스를 착공했으며, 경기도 가평에 중증장애인을 위한 요양원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여행이 쉽지 않은 시니어를 위한 시니어 전용 펜션도 제주도에 지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리이타의 정신 실현을 위해 재산을 자녀에게 상속하지 않고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더시그넘하우스, ‘강남을 대표하는 시니어타운’이라는 말보다 자연과 도시, 두 가지 삶을 누릴 수 있는 ‘반전 매력 있는 시니어타운’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다.    

컬처존은 여가와 문화 프로그램 운영 및 각종 이벤트 등 친목 도모 공간이다. 사진 더시그넘하우스 제공
컬처존은 여가와 문화 프로그램 운영 및 각종 이벤트 등 친목 도모 공간이다. 사진 더시그넘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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