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너티 "ICC 통한 풋옵션 이행시도 무산"…추가 소송 등 갈등 불씨 여전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 교보생명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 교보생명

[데일리임팩트 임은빈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어피너티컨소시엄(어피너티에쿼티 파트너스·IMM PE·베어링 PE·싱가포르투자청)과의 국제 중재 재판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어피너티 측은 "신 회장의 풋옵션 조항이 유효하다"며 본인들이 승소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한 상황이다.

7일 교보생명에 따르면 ICC 중재판정부는 지난 6일 어피너티가 주장하는 '41만원'이라는 풋옵션 매수 가격이 무효라고 판결했기 때문에 신 회장이 승소했다는 입장이다.

지난 6일 ICC 중재판정부는 신 회장이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제출한 40만9000원이라는 가격에 풋옵션을 매수하거나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풋옵션 행사 가격을 40만9000원으로 제출하며 이것이 신 회장 지분을 포함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가산한 금액이라고 주장했지만 중재판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번 사건의 핵심은 41만원이라는 가격에 풋옵션을 매수하느냐 마느냐였다"며 "ICC 중재판정부가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ICC 중재판정부는 그동안 어피너티 측에서 주장해 온 "신 회장이 주주 간 계약상 IPO를 위해 최선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조항을 위반했다"는 논리에 대해 "2018년 9월 이사회에서 이상훈 이사를 제외한 다른 이사들이 모두 IPO 추진을 반대했다는 점에서 주주 간 계약 위반 정도는 미미하며 신 회장이 어피너티컨소시엄에 손해배상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며 반박했다.

또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주장한 신 회장의 비밀유지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2년 교보생명은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캠코 보유 지분 처리 과정에서 2015년 9월까지 상장을 조건으로 내걸고 어피너티컨소시엄 측과 IMM PE 등 재무적투자자(FI)에 24%의 지분 매각을 단행했다. 당시 교보생명의 기업가치는 5조2000억원이었다.

어피너티는 신 회장이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를 하기로 한 약속을 어겨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졌다며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하고 그 다음달에 주당 가격 40만9912원(총 2조122억원)을 제출했다. 신 회장 측이 당시 어피너티의 풋옵션 행사를 무효라고 주장하며 인정하지 않자 어피너티가 ICC 중재를 신청한 것이다.

어피너티컨소시엄 측은 신 회장의 풋옵션 조항이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어피너티의 승소라는 입장이다. 어피너티에 따르면 ICC 중재판정부는 풋옵션 조항이 무효라는 신 회장 측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어피너티컨소시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교보생명 측은 가격에 집중하고 있지만 ICC에 중재를 맡긴 근본적인 이유는 풋옵션의 유효성 여부였다"며 "계약은 신뢰를 건 약속이고 자본시장의 근간임을 확인해준 판정 결과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ICC 중재판정부가 신창재 회장이 중재비용을 100% 부담하고 어피너티컨소시엄의 변호사 선임 비용 등의 50%를 부담하라고 판결한 부분에 대해서도 양측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법률비용 부담이 승패의 여부를 가리는 본질은 아니다"며 "중재 신청인이 어피너티컨소시엄인 점 등을 고려해 비용의 일부를 신창재 회장이 부담하도록 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피너티컨소시엄 관계자는 이에 대해 "ICC에서 중재비용은 원칙적으로 각자 부담해야 하나, 패소 당사자가 승소 당사자의 소송비용 일부를 부담하도록 할 수 있다"며 "ICC 중재판정부는 신창재 회장 측을 패소 당사자(losing party)로 선언했기 때문에 중재비용과 변호사 선임 비용을 배상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국내 법원에서는 어피너티컨소시엄 주요 임원들과 이들로부터 풋옵션 가치평가 업무를 수임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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