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임철순 주필] 김승원이라는 국회의원이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GSGG’라고 욕한 것은 청사든 흑사든 대한민국 헌정사에 길이 남을 전대미문의 파천황적 ‘업적’이다. 그런 말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파벳 넉 자로 고급지게 만든 욕 ‘개새끼’를 알게 했고, 그런 욕을 하고 싶어도 체면 때문에 참던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었으니 이게 어디 보통 업적인가.

대체 어떤 사람이관대 신천지가 안전(眼前)에 전개되는 전인미답의 언어 구사로 새 지평을 열었는지 궁금해서 본인의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국회 홈페이지 등을 뒤져보았다. 혹시 본인이 개띠라서 그런가 했더니 아슬아슬하게 한 해 빠른 닭띠(1969년생)였다. 자기 집 개하고 놀 때 먹이만 받아먹고 돌아서는 녀석에게 “넌 아빠가 아니라 간식만 좋았던 거니?”라고 제목 붙인 동영상을 보면 그가 개와 절친인 건 분명하다. 스스로 개의 아빠라고 하지 않았나.

그는 서울대 법대 공법학과 88학번이라는 자랑스러운 학벌에 사법연수원 28기, 전주지법 판사, 법무법인 호민 변호사,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작년에 경기도 수원 갑구에서 제21대 국회의원이 됐는데 의원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초선답지 않게 그동안 당 내외에서 혁혁하고 삼삼하게 맹활약을 해왔다.

한자 이름은 勝源이다. 어디 김 씨인지까지는 알아보지 않았으나 김남국 김용민 김의겸 김종민 등 성이 같은 여권 국회의원들과 헷갈리지 않게 더 도드라지려고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다가 ‘GSGG’를 활용한 건지, 원래 이름 그대로 남한테 이기기를 좋아해서 드디어 유명해지게 된 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

하여간 그는 ‘장안의 아들’을 자처해왔다. 수원 장안구룰 말하는 건데, 이번에 그는 확실히 ‘장안의 장한 아들’이 됐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수원시 갑(장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수원시 장안구에서 나고 자란 장안 사람. ‘착한 사람이 이기는 세상, 약한 사람도 행복한 세상’, 진심은 늘 통한다는 생각으로 살겠습니다.”라는 말이 잘도 씌어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기수원갑 국회의원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경기수원갑 국회의원 김승원.

놀라운 것은 그가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겸 기율위원장이라는 점이다. 기율위원장이라는 완장을 차려면 나름대로 기율에 충실하고 '타의 모범'까지는 못 되더라도 최소한 나쁜 언행을 들키지는 말아야 할 텐데 어찌 된 건지 모르겠다. 게다가 지난해 12월에는 불법 사행산업 근절과 게임산업 건전화에 기여한 공로로 중독예방시민연대가 주는 제3회 이용자보호대상을 수상했다.

또 있다. 올해 3월에는 내외뉴스통신, NBN시사경제가 제정한 ‘혁신인물대상'의 문화의정부문 대상을 받았다. “새로운 언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ABC협회 정상화와, 공직사회의 윤리 기강을 확립하기 위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끝까지 챙기겠다”는 게 수상소감이었으니 의정활동이 더 용감해진 건 당연한 수상효과라고 하겠다.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 부위원장을 맡아 언론중재법 개정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다가 애국단심(愛國丹心)의 충정을 몰라주는 국회의장에게 욕설을 내뱉게 된 것이다.

지난달 30일 언론중재법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가 무산되자 그는 다음 날 새벽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오늘 실패했습니다. 국민의 열망을 담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눈물이 흐르고 입안이 헐었습니다. 도대체 뭘 더 양보해야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을 제대로 통과시킬 수 있는지. 모든 직을 걸고 꼭 제대로 더 쎄게 통과시키겠습니다. 박병석. 정말 감사합니다. 역사에 남을 겁니다. GSGG.” 그 이후 GSGG라는 문구를 빼고, 이름 뒤에 의장님이라는 직책을 덧붙여 게시물을 수정했다. 일곱 번인가 고쳤다.

GSGG가 말썽이 되자 그는 “정치권은 국민의 일반의지에 서브해야 한다는 뜻을 적은 것”이라며 “(GSGG는) Government Serves General Goods”라고 둘러댔다. 사진으로는 입 주변이 지저분해 보이는 사람이 역시 머리는 좋다. 그러자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GSGG가) 무슨 편의점 이름인 줄 알았다"면서도 국회 차원의 징계를 다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김승원 의원님, 문재인 정권은 GSGG(일반의지에 복무하는 정부)입니까, 아닙니까?”라며 “그렇다고 하시면 국회 징계를 면하실 것”이라고 비꼬았다.

 김승원 의원의 페이스북 수정 내역.
 김승원 의원의 페이스북 수정 내역.

그는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와 함께 국회의장실을 찾아가 죄송하다고 사과했다는데, 박 의장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정말 진짜 궁금하다.

페이스북에서는 많은 사람이 이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다. “Government Serves General Goods가 아니라 Gaesaeki Says Gigantic Gaesori(개새끼가 거대한 개소리를 했다)”라고 비꼰 사람이 있다. 또 다른 사람은 “DTB 같은 놈”이라고 했다. 자기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가 차마 우리말로 할 수가 없어 개발한 ‘Dog Ten Bird’라는 것이다. 나도 이걸 우리말로 옮기기 거시기하니 독자 여러분이 알아서 새기시라.

배구선수 김연경은 “아 식빵!”이라고 귀엽게 욕을 했다가 식빵회사의 모델로 발탁됐다. ‘식빵언니’는 은퇴를 하면서 이렇게 성공했다. 김승원도 앞으로 개 사료회사의 모델이나 뭐 그런 걸로 데뷔하는 게 아닐까? 의원이 부업을 하면 안 되니까 설마 그런 일은 없겠지?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시의적절하게도 청와대가 풍산개 새끼 일곱 마리를 분양한다는 뉴스가 이어진 것이다. 북한 김정은이 선물한 풍산개 ‘곰이’가 새끼를 낳은 건 한 달도 더 전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GSGG사건’을 계기로 ‘양념’을 치며 분양작전에 나선 것이다. 원하는 지자체에 나눠주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인가 본데, 그 기준과 원칙이 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건 고민하고 고심할 것도 없이 다 경기도 이재명 지사에게 주면 된다.  개를 사랑하는 이 지사는 열흘쯤 전에 반려동물 양육비 부담을 줄이고 개식용 금지를 추진하는 내용 등을 담은 반려동물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개를 잘 키울 것이다. 그리고 또 욕이라면 이 지사 아닌가. 김승원 의원도 그런 이 지사 지지를 표명한 사람이니 'GSGG'로 더 공고하게 서로 인연을 키워가도록 배려하는 게 대통령으로서는 초유의 창의적 분양행정의 슬기로운 마무리가 될 것 같다.

어쨌든 김승원이라는 국회의원은 너무 무리하지 말고 초조해하지 말기 바란다. ‘이 정도로는 어림없다, 난 더 떠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김승원’ 하면 'GSGG'가 평생 따라다닐 테니 전혀 걱정할 거 없을 것 같다. 박병석 의장에게 역사에 남을 거라고 했지만, 본인은 더 확실히 역사에 남게 됐다는 걸 잘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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