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타워

노블레스타워 전경.  좌우 두 건물 사이로 하늘이 맑고 파랗다. 사진 노블레스타워 제공
노블레스타워 전경.  좌우 두 건물 사이로 하늘이 맑고 파랗다. 사진 노블레스타워 제공

시니어타운을 건립하고 유지하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우선, 한평생 열심히 살아온 60세 이상 노년층이 즐겁게 인생을 마무리하는 장소여야 한다. 서비스하는 처지에서는 각자 다른 환경에서 각자 다르게 살아온 입주자들의 눈높이에 제대로 맞춰야 한다. 세심하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물량을 투입하고 잘 만든 시니어타운이라도 오래도록 지속할 거라 장담하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 있는 노블레스타워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강북지역의 대표적 시니어 주거
노블레스타워는 2007년 생긴 이래 입소문과 함께 나날이 발전해온 서울 사대문 안의 몇 안 되는 시니어타운이다. 노블레스타워 한문희 대표는 건설과 건물 임대 분야 전문가로, 고령화사회로 빠르게 이행하는 한국 사회에 시니어 주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시니어타운을 세우고 실버산업에 뛰어들었다. 2011년 한 대표가 펴낸 저서 <고령화에 따른 시니어타운의 운영과 발전 방안>의 머리말에 “이론적 뒷받침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실버산업을 하고자 10년 전부터 선진국에 있는 시니어타운에 견학을 다니며 식견과 견문을 넓혀왔다”는 문구가 있다.

지금까지 만나온 시니어타운 경영자들은 종교적 신념 혹은 부모님의 질병이나 유고때문에 그 일을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 노블레스타워는 초고령사회를 준비해야겠다는 주거 건설 전문가의 시각에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대표는 특히 단순 주택보다 아파트 식의 노인복지주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노블레스타워가 성북구 종암동에 세워진 이유는 이 지역에 노인 인구가 많지만 시니어타운 인프라가 적었기 때문이다. 또 한 대표의 모교 사랑이 종암동에 시니어주거를 건립하게 됐다고 관계자는 귀띔했다.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인 서예. 사진 노블레스타워 제공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인 서예. 사진 노블레스타워 제공

노블레스타워는 지하 2층, 지상 15층 규모의 본관과 지하 1층, 지상 8층으로 지어진 신관, 요양원동으로 이뤄져 있다. 시니어타운의 경우 239세대가 입주할 수 있고, 25병상이 준비되어 있는 요양원 또한 운영 중이다. 현재는 약 300명이 입주해 생활하고 있다. 남녀 비율은 여자 7 대 남자 3으로 이뤄져 있다. 추후 111세대가 들어와 살 수 있는 건물을 신축해 액티브 시니어 층도 아우를 수 있는 시니어타운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노인복지주택으로 허가 받은 건물로, 세대(호수)별 전세권 설정이 가능하다. 

모두가 어울려 행복한 후반생 살기
시니어타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설은 온천수를 사용하는 수영장이다. 25m 길이에 3개의 레인으로 구성되어 관절 무리 없이 신체 단련을 할 수 있다. 사우나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한 규모다. 영화 상영을 주로 하는 시네마홀은 실제 영화관과 비슷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코로나 상황만 아니면 다양한 강연 프로그램과 각종 시청각 프로그램을 이곳에서 진행한다.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도 폭포, 대나무와 함께 거닐 수 있는 노블레스타워 속 오솔길인 워킹 트랙이 있다. 햇살공원, 옥상공원, 둘레길 등을 조성해 놓아 건물 안 공간을 알차게 활용했다.  

  입주자들이 좋아하는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인 가곡교실 현장. 사진 노블레스타워 제공
  입주자들이 좋아하는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인 가곡교실 현장. 사진 노블레스타워 제공

입주자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교육 프로그램은 가곡교실과 노래교실이다. 매일 아침의 개운산 산책 또한 입주 시니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매주 화요일에는 나들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근교로 떠날 때는 5000원 정도, 국내에서 좀 먼 곳을 가면 3만~7만 원 정도 회비를 따로 걷는다. 코로나가 없을 때에는 해외여행도 했는데, 여행 경비로 70만 원에서 그 이상이 들기도 하지만 신청자가 많다. 
근교는 한강이나 서울대공원 장미축제, 억새풀 축제 등 갈 수 있는 곳은 빠지지 않고 다녔다. 조금 먼 곳은 철원, 강원도, 경상북도 단풍놀이, 캠핑, 힐링캠프 등을 진행했다. 해외여행으로는 백두산 여행(3박 4일), 베트남 여행(3박 4일) 등을 다녀왔다. 코로나 상황이 좋아져야 해외건 국내 여행이건 원활하게 다닐 수 있을 것이다. 

입주자를 위한 의료시설이 건물 내에 있다. 사진 노블레스타워 제공
입주자를 위한 의료시설이 건물 내에 있다. 사진 노블레스타워 제공

노블레스타워 내 부속 의원인 노블레스 클리닉은 시니어타운 건립과 함께 개원했다. 내과 전문의와 간호사가 상주해 입주민과 직원, 직원 가족에 한해 진료를 하고 있다. 의료법상 외부인 진료는 할 수 없다.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고려대 안암병원과 경희의료원이 각각 차로 5분, 10분 거리에 있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노블레스타워 안에서 생활하다 낙상 등 사고를 당하거나 연로하게 되어 거동이 어려운 경우 요양병원으로 옮겨 생활한다. 3개월에서 6개월 여 요양한 뒤 시니어타운으로 돌아오거나 그러지 못하면 요양원에 입소하게 된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가족과의 면회는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요양원 발 집단 감염 우려 때문에 상황이 악화하면 방문을 금지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속 의원이 있어 코로나 자체 진단 키트를 보건소로부터 받아 코로나 검사를 직접 하고 있다.
현재 노블레스타워는 시니어타운뿐만 아니라 더 큰 발전을 꾀하고 있다. 시니어타운과 요양원, 후불제 상조회를 갖추고 있으며, 철원에 봉안당인 노블레스 공원을 지어 60세부터 행복한 노후 너머 사후도 생각하는 ‘실버 그룹’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시네마홀. 코로나가 아니면 영화 상영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곳에서 진행한다. 사진 노블레스타워
시네마홀. 코로나가 아니면 영화 상영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곳에서 진행한다. 사진 노블레스타워

외롭지 않게, 젊게 사는 법    

[입주자 인터뷰] 송송자(77) 씨 

송송자 씨 목소리에서 통통 튀는 귀여움이 묻어난다. 이게 일흔을 훌쩍 넘긴 숙녀에게 할 소리인가? 그러나 이야기 나누는 내내 밝고 좋은 기분 좋은 느낌을 주니 딱 떠오르는 단어가 그저 “귀엽다”였다. 역시나 노블레스타워 내에서 송씨는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운영위원회는 입주자와 외부 감사, 직원, 가족 대표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입주자는 두 명이다.

옥상공원. 사진 노블레스타워 제공
옥상공원. 사진 노블레스타워 제공

송씨는 시니어타운 예찬론자다.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 들어서 가는 곳이 시니어타운이라고 생각하는데 되도록 빨리 들어와 살아야 적응도 하고 제공되는 프로그램도 이용할 수 있고 여자라면 가사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점이 큰 이유다. 
노블레스타워는 송씨에게 두 번째 시니어타운이다. 이곳에 들어와 살기 전 A시니어타운에서 6년쯤 생활했다. 전에 살던 곳이 문을 닫자 뜻이 맞는 친구 20여 명과 함께 노블레스타워로 이주했다.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33년을 살다가 2011년에 집에서 좀 가까운 시니어타운에 들어가게 됐어요. 남편에게 경증 치매가 온 것도 이유이지만, 원래 나이 들면 시니어타운 들어가서 살아야지 했어요.”
첫 시니어타운에서 나오면서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으나 노블레스타워 행을 택했다.
“시니어타운에 살다 보니 이제 바깥에서는 못 산다 생각했어요. 연희동 집은 크기도 컸고, 남편도 신경 써야 했고요. 가사노동에서 해방됐는데 뭘 또 해요? 그래서 서울 시내에 있는 시니어타운을 찾아보다 노블레스타워를 알게 됐습니다. 솔직히 제가 살던 곳이랑 종암동이 멀기도 해서 고민했는데 온천 수영장이 있잖아요. 그거 보고 ‘우리 다 같이 가자!’ 이렇게 된 거죠. 수영장이 마음에 들었어요.”

송송자 씨가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꼽은 온천수영장. 사진 노블레스타워 제공
송송자 씨가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꼽은 온천수영장. 사진 노블레스타워 제공

시니어타운에 함께 살던 친구들과 함께 들어와 살아서 그런지 특별히 적응하려 할 게 없었다. 외로움이란 단어도 잊은 지 오래다. 처음 입주했을 때 노블레스타워가 자리한 종암동이 다른 동네에 비해 낙후된 것이 좀 아쉬웠는데 도시 개발이 되면서 점점 살고 싶은 동네로 거듭났다.

무엇보다 시니어들에게 중요한 식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송씨는 말했다.
“꾸준히 개선해서 지금은 다들 만족하면서 식사하고 있어요. 예전에 살던 곳과 비교가 되더군요. 그때는 영양 관리도 잘 안 됐거든요.”

식당 내부. 사진 노블레스타워 제공
식당 내부. 사진 노블레스타워 제공

지난해 송씨 남편이 작고하면서 혼자가 됐지만, 시니어타운에 살아서 그런지 심적으로 위로 받고 기운도 금방 차렸다.
“제가 단독주택에 살았으면 대화할 곳도 없고, 할 일도 없으니 우울증이 찾아왔을 겁니다. 여긴 현관문만 나가면 한마디씩이라도 하잖아요. 외롭지 않잖아요. 평일은 밥 먹고 바로 휘트니스에 가서 운동해요. 하루에 30, 40명이라도 인사하고 대화하니 적적하지 않죠. 직원들도 오래 살다보니까 손자나 조카 같아요. 사장님도 좋으세요. 농담도 잘 하시고, 가족적입니다.”
슬픈 마음을 가질 새가 없다고 송씨는 말했다. 노래 배우고, 게이트볼, 탁구, 포켓볼도 하고, 온천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물 안마에 찜질방에서 누워서 자기도 한다.
“잠자는 시간 빼고 하루 15시간을 정말 알뜰하게 씁니다. 시설 내 병원에서 물리치료 받고, 마트도 바깥에 나가지 않고 배달도 시킬 수 있어요. 2층에 정원이 있는데 자갈돌이 있어 맨발로 걷는 느낌도 좋고요.”
송씨 자신은 시니어타운에 너무 일찍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인제 보니 최대한 빨리 들어와 적응하는 편이 80대가 되어서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참 왕성할 적에 와서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면 좋잖아요. 서예, 바둑도 있고요.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다 할 수 없어서 아쉽습니다.”

송송자 씨와 노블레스타워 직원 오민성 대리. 임직원과 격없이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사진 노블레스타워 제공
송송자 씨와 노블레스타워 직원 오민성 대리. 입주민들은 직원들과 격없이 생활하고 있다. 사진 노블레스타워 제공

최근 코로나로 인해 확진자 수도 늘고 걱정되는 상황이다 보니 가족들에게는 오지 말라고 당부했다는 송씨. 하루하루 시설 안에서 프로그램 참여하는 게 재미있다. 송 씨는 쭉 이대로 살면 행복이라고 말했다.
“아프면 119 불러주고 약 처방도 해주고 부탁하면 다 사다 주잖아요. 이곳에 사는 우리들이 0.1%라고 누군가 그러더래요. 친구도 얻고 외로움도 없습니다. 자식들 다 독립시키고 여유만 된다면 이렇게 살아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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