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연간 ESG채권 발행 규모 2조원 달성 유력

영세 소상공인 돕기 위한 금융지원 목적 발행 '눈길'

'그린워싱 리스크' 방지위한 사후관리 필요성도 대두

[미디어SR 김병주 기자] 국내 카드사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발행에 공을 들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 업체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발벗고 ESG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연간 ESG 발행 채권 규모는 무려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수수료율 재산정 여파로 수익성 하락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ESG채권 발행을 통한 신성장동력 발굴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기준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의 ESG 채권 발행 규모는 1조6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연간 ESG 채권 발행규모(1조2500억원)를 이미 상반기에 훌쩍 뛰어 넘은 셈이다.

ESG채권이란 친환경, 사회 및 지배구조 등 ‘ESG’ 각 요소의 강화를 위해 발행되는 채권을 말한다.

ESG채권은 크게 ▲녹색 채권(Green Bond) ▲소셜 채권(Social Bond)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으로 분류된다. 그동안 ‘친환경’ 테마의 녹색 채권 발행에 집중해왔던 금융권에서는 최근들어 사회적 채권·지속가능 채권 발행에도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카드 업계에서는 ‘소셜 채권’ 발행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상공인 가맹점들의 피해가 큰 만큼, 이들을 돕기 위한 금융지원의 일환으로 소셜채권 발행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국내 금융사들이 ESG채권을 발행하는 이유는 ESG채권이 가진 다양한 장점 때문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인 ESG투자 열풍으로 ESG채권을 찾는 국내외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점도 한몫했다. 일부 글로벌 투자운용사는 아예 ESG경영 노력을 투자 고려 요소에 포함토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SG채권 발행 과정에서 수수료 면제와 같은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점도 매력 포인트로 거론된다. 현재 ESG채권에 대해서는 자금 조달 비용 절감을 위해 신규 상장 수수료 면제와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낮은 금리의 자금 조달도 가능해 금융사뿐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ESG채권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카드사들의 지난 상반기 ESG 채권 발행 현황을 살펴보면 우리카드가 지난 상반기에만 7500여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하며 선두를 달린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카드는 지주사인 우리금융그룹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ESG 채권 발행량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미 지난 상반기 발행량이 지난해 연간 발행량(15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며 “향후 조달원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재무 안정성을 높이고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자금지원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카드에 이어 현대카드가 4500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고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도 각각 2800억원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카드와 BC카드 역시 500억~1000억원 규모의 ESG채권을 지난 상반기 중 발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흐름은 하반기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롯데카드는 최근 영세·중소 가맹점을 지원하기 위해 20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다. KB증권이 주관해 공모 방식으로 발행된 이번 채권은 총 2000억원 규모로 각각 3년 만기( 1300억원), 3년 2개월 만기(300억원), 5년 만기(400억원)로 구성;돼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번 ESG채권 발행은 연간 기준, 지난 5월 4억5000달러(약 5040억원) 규모 ESG 해외 ABS 발행 이후 두 번째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번 ESG 채권은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 일자리 창출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발행되는 사회적 채권인 소셜 본드 형태로 발행됐다. 조달한 자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중소 가맹점의 카드결제대금 조기 지급에 사용될 예정이다.

롯데카드 뿐 아니라 주요 전업카드사들 역시 하반기에도 ESG 채권 발행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주요 카드사들이 ESG 전략을 총괄하는 소위 ‘ESG위원회’를 신설하며 ESG 채권 발행, 나아가 ESG경영 강화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 역시 눈여겨볼 대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채권 발행 이후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곳곳에서 ESG채권과 관련한 ‘그린워싱(Greenwashing) 논란이 부각되는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한 철저한 검증이 수반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린 워싱'은 일종의 '위장 환경주의'로, 초록색 마크를 달아 마치 친환경-유기농 제품이라 속이는 행위 등을 포괄적으로 표현하는 용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카드 업계는 상대적으로 다른 업종에 비해 사후보고 체계가 잘 돼있어 그린워싱 리스크가 적은 편”이라면서도 “미래를 위한 목적이 아닌, 현실적 어려움을 겪는 영세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ESG채권이 많은 만큼 철저한 사용처 관리 및 사후관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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