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화 논설위원, 수원대 경제학부 교수
국내 메타버스(metaverse) 플랫폼인 네이버 제페토의 이용자가 2억 명을 넘었다고 한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Meta)과 세계, 우주(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의 가상세계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영화 ‘매트릭스(Matrix)’처럼 가상세계 속에서의 나를 만들 수 있고, 영화 ‘아바타(Avarta)’에서와 같이 현실에서 나와는 다른 캐릭터가 될 수도 있다.
영화에서처럼 가상세계에서의 나만의 아바타 현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서비스는 아직 많이 없지만, 메타버스는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MR(혼합현실) 기술을 이용해 현실과 가상세계를 연결하는 기술로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우리에게 메타버스는 어느 정도 친숙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초 국내 많은 인터넷 이용자들은 싸이월드의 ‘미니홈피’에서 개인 사진이나 음악 등을 공유하였다. 당시 싸이월드는 페이스북보다 먼저 등장하였고 훨씬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국내에서는 페이스북을 ‘미국의 싸이월드’라고 할 정도였다.
이후 ‘미니홈피’는 비록 글로벌화에 성공하진 못했지만 나만의 아바타가 살아가는 가상의 3D 세상인 ‘미니라이프’로 진화하였다. 가상의 세계에서 친구들과 만나 채팅하는 정도의 서비스로, 지금의 메타버스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의 메타버스와 2000년대 싸이월드의 가장 큰 차이점은 현실과의 연결성, 그리고 사업성에 있다. 미니라이프는 가상공간에서 개인 아바타를 꾸며주고 다른 아바타와 상호 작용하는 것으로 현실 세계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네이버 제페토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국내 메타버스 시장은 본인의 얼굴 사진을 기반으로 아바타를 생성하고 한강공원 등 실제 장소를 가상의 세계로 가져왔으며, 현존하는 옷, 신발, 가방 등의 아이템은 물론, 아바타가 생활하는 공간도 실제의 가구, 가전제품, 자동차 등을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업무나 행사 등 일상의 일부분을 메타버스에서 진행하기도 한다. 순천향대의 2021학년도 입학식은 메타버스를 이용한 가상세계에서 열려 학생들이 자신만의 아바타를 통해 입학식에 참여하였다. DBG금융은 임원회의를, LG화학은 2박 3일의 기업 연수를, 그리고 현대자동차는 신차 시승식을 메타버스 세계에서 개최하였다. 정치권에서도 참여가 활발한데 대선 후보들이 메타버스를 이용한 홍보는 물론, 대선 출정식 등의 정치 행사를 메타버스에서 진행하기도 하였다. 앞으로 VR, AR 기술을 더욱 접목하면 영화에서처럼 다른 장소에 있어도 마치 함께 있는 것과 같은 경험을 이용한 업무 회의나 행사가 더욱 증가할 것이다.
메타버스에서는 경제활동도 현실과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가상세계에서만 존재하는 명품 가방이 400만 원에 팔리기도 했고, 가상의 강남 지역 부동산 가치가 400만 원에 가깝다고도 한다. 기업들에게는 광고 및 신규 사업의 기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나이키, 디즈니 등의 글로벌 기업을 비롯해 CU, 신한카드, 하나카드, 현대자동차 등의 국내 기업들은 네이버 제페토와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자사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메타버스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사실, 메타버스 시장을 선도해 가는 기업은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다. 메타버스 속 아바타가 게임이나 액티비티를 즐기고 현금으로 환전 가능한 가상자산을 이용하여 아이템을 매매한다. 유명 가수나 연예인의 아바타가 콘서트나 팬 사인회를 하고, 가상의 연예인을 만들기도 한다. 작년 9월 제페토에서 열린 블랙핑크 아바타를 이용한 팬사인회에 무려 4600만 명이 넘는 팬이 접속했다고 한다. 국내 유명 연예기획사들은 이미 메타버스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 들어갔다.
최근 페이스북은 5년 이내에 SNS 기업에서 메타버스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메타버스는 이제 단순히 젊은 세대의 놀이터가 아니라 유튜브를 잇는 새로운 경제활동의 무대라고 판단한 것이다. 국내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네이버의 제페토, 10년 전 이미 메타버스 세상에 발을 들여놓았던 싸이월드, 그리고 최근 출시한 SKT의 이프랜드(ifland)까지 내 아바타는 어느 메타버스 세계로 들어가야 할지 결정할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