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공원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밖에 없는 까닭

서울시 양천구 아파트단지에 프랑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파리공원'이 있다. 
서울시 양천구 아파트단지에 프랑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파리공원'이 있다. 

버스타고 가면서 문득 고개를 갸우뚱한 적이 있다. 차창에 비친 풍경이 예사롭지 않은데다 '파리공원'이라는 표지판이 유난히 눈에 쏙 들어왔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 사이 공원 이름이 왜 ‘파리공원’일까?” 호기심과 궁금증을 머금은 채 초록빛 아름드리나무가 우거진 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서울시 양천구 목동 2, 3단지와 5단지에 사이에는 파리공원이라는 이름의 고즈넉한 작은 공원이 있다.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농구를 하는 모습, 어르신들이 정자에 앉아있는 모습 등 여느 공원과 같은 평범해보이는 풍경이 펼쳐졌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좀 더 많은 사람의 발길이 닿았으련만 그렇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쉬웠다. 백신접종 등에 힘입어 잡힐 듯 하던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며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맨다.

코로나 탓에 멀리 여행은 못가도 집 앞 공원에 가는 발걸음 정도는 아직은 가볍게 느껴진다. 공원에 들러 잠깐이라도 자연 정취를 느끼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산책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호흡하는 모양이 자연스럽다.

아파트 숲을 지나 돌담 길을 걸어 파리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면 짙푸른 색의 자연이눈에 확 들어온다. 파리 에펠탑 조형물 등이 녹음과 어우러지 모습이 멋지기만 하다. 잠시나마 프랑스 파리에 온듯한 착각을 누리는 것은 자유다. 

파리공원 안에서 만날 수 있는 개선문과 에펠탑, 그리고 프랑스의 상징인 장미도 곱게 피어있다. 코로나19로 외국 여행에 못가는 상황, 잠시나마 이국의 느낌을 가져볼 수 있다.
파리공원 안에서 만날 수 있는 개선문과 에펠탑, 그리고 프랑스의 상징인 장미도 곱게 피어있다. 코로나19로 외국 여행에 못가는 상황, 잠시나마 이국의 느낌을 가져볼 수 있다.

파리공원은 1987년 6월 30일 당시만 해도 한창 개발이 진행되고 있던 목동 신시가지 주거 단지에 총면적 2만9,619㎡(약 9,000평)의 규모로 건립됐다.

한국과 프랑스 수교 100주년을 기념해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파리공원이, 같은 시기 프랑스 파리에 ‘서울광장’이 각각 조성됐다고 한다. 

공원을 거닐다 보면 '작은 프랑스'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각종 상징물들이 곳곳에 자리잡은 채 방문객들에게 손짓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원 안 시설의 색상 또한 한국과 프랑스 양국 국기에 공통으로 쓰인 청색, 백색, 빨강을 조합해 사용한 점이 눈에 띈다. 

파리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 한국과 프랑스 국기에 사용된 빨강과 청색, 백색을 사용해 구조물을 만들었다.
파리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 한국과 프랑스 국기에 사용된 빨강과 청색, 백색을 사용해 구조물을 만들었다.

 

파리 공원에는 공원 둘레를 크게 돌면서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분수대가 있는 인공 연못, 농구대, 다양한 체육시설과 발을 지압할 수 있는 건강지압로 등도 방문객들을 반기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어르신들이 매일 나와 즐겼을 공원 안 쉼터에는 빈 바둑판만이 덩그라니 놓여 있다.

한여름 찌는 더위에도 프랑스 전통양식을 옮겨온 자수화단에는 장미가 수줍은듯 피어있다. 장미꽃이 만개하는 5~6월에 찾으면 흐드러진 장미의 향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축소 모형 즉 미니어처로서 멋진 자태를 뽐내는 개선문과 에펠탑은 역시 프랑스의 상징물이 아닐 수 없다. 이곳이 파리공원임을 다시 깨닫게 해준다. 작아 보여도 주변 자연환경과 잘 어우러져 파리공원의 명소로 꼽힌다.  지나는 연인들이 그럴듯한 포즈를 취하며 스마트폰 셀카를 찍는 모양새가 마치 프랑스 여행객인 듯 싶기도 하다.  

코로나 이전이었다면  바둑을 두고 있었을 어르신들의 자리. 지금은 더운 여름을 피해 한 학생이 공부하고 있었다. 
코로나 이전이었다면  바둑을 두고 있었을 어르신들의 자리. 지금은 더운 여름을 피해 한 학생이 공부하고 있었다. 

 

2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나무들도 아름드리 나무가 많이 눈에 띈다. 이들이 바로 도시 속 작은 생태공원의 주인공들이다.

소나무를 비롯해 모과나무, 물푸레나무, 단풍나무 등 수종도 다양하다. 산책로에 들어서니 매미 소리가 귀가 따가울 정도로 시끄럽게 울려 퍼진다. 다만 신기하게도 소음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한여름임을 알리는 자연의 교향곡이라고 생각하면 시끄러운 와중에도 나름의 운율이 느껴지기도 한다.

매미채와 곤충 채집통을 들고나와 공원을 돌아다니며 잠자리 등 곤충몰이를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도 정겹다. 운동도 할 수 있고 사색도 즐길 수 있어 공원은 문화적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공중전화박스 뒤로 보이는 체육 시설.  
공중전화박스 뒤로 보이는 체육 시설.  

파리공원의 주요 기능은 주민의 쉼터지만 최근 코로나19 선별진료소가 설치된 모습에도 눈길이 간다. 어린이들이 드나들던 공원 내 책놀이터는 휴관한 상태로, 지금은 선별진료소 운영진 지원공간으로 쓰임새가 바뀌었다.

코로나 상황 이전에만 해도 양천구에서 운영하던 체조교실이 아침, 저녁으로 열렸으나 모든 활동이 전면적으로 중단된 상황이다. 무엇보다 파리공원은 지난 2월 리모델링 공사가 확정됐으며, 4월부터 파리공원 리모델링과 관련한 논의가 한창이다. 공원 내 나무 등 자연 훼손을 우려해 주민과 관계당국 간 이견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  

장미꽃 화단 뒤로 보이는 양천구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장미꽃 화단 뒤로 보이는 양천구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코로나 상황과 리모델링 공사까지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앞으로 파리공원이 새로 단장되면 현재의 공원은 더욱 멋지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파리공원에 발길을 들여놓으면 누구든지 위로받고, 이국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자연친화적인 공간(空間)은 아무리 시간(時間)이 흘러도 인간(人間)에게 여유를 가져다 준다. 무수히 많은 파리공원이 우리 곁에 , 그리고 우리 마음 속에 오롯이 함께 하기를 기원해본다. 

파리공원 둘레를 돌아볼 수 있는 산책로. 아파트 사이에 있다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나무가 울창하게 자랐다. 
파리공원 둘레를 돌아볼 수 있는 산책로. 아파트 사이에 있다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나무가 울창하게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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