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내실버타운

미리내실버타운 주변 자연 경관. 사진 제공 미리내실버타운
미리내실버타운 주변 자연 경관. 사진 제공 미리내실버타운

젊은 시절에는 사람들 대부분이 치열한 삶을 산다. 먹고살 궁리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사회활동을 하면서 각종 의무와 책임에 매일 수밖에 없다. 은퇴 뒤 그런 굴레에서 벗어나 후회 없이 인생 정점에 이르면 ‘이제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바삐 뛴 시간만큼 느린 걸음으로 호흡하고 자연을 느끼며 살면 얼마나 평화로울까. 미리내실버타운이라면 그런 삶이 가능하지 싶다. 넓고 짙푸른 저수지가 바라다보이는 미리내실버타운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있는 자와 없는 자들의 상통 공간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미산리에 있는 미리내실버타운은 용인까지 40분, 동탄과 오산은 1시간, 서울까지도 1시간 30분 정도의 거리로 주변 도시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천주교 수원교구 사회복지법인 오로지종합복지원의 산하 시설로, 2001년 9월 ‘있는 자와 없는 자들이 통하는 공간’이라는 깊은 뜻을 품은 ‘유무상통마을’이라는 이름으로 개원했다. 그러던 지난해 5월, 유무상통마을이라는 이름과 병용하던 미리내실버타운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누구나 쉽게 실버타운으로서의 목표와 의미를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미리내실버타운 1층의 성당에서 기도하는 입주자.. 사진 제공 미리내실버타운
미리내실버타운 1층의 성당에서 기도하는 입주자.. 사진 제공 미리내실버타운

미리내실버타운의 탄생은 1992년에 천주교 신자들의 후원으로 건립된 무료노인양로시설 ‘작은안나의 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도척성당 주임 신부로 부임했던 방상복(대건안드레아) 신부가 오갈 곳 없던 노인을 본인의 사제관에 모신 것이 계기였다. 이 작은 관심이 점점 커져 오로지종합복지원이 생겨났다. 이후 다양한 복지 사업을 할 수 있게 됐고, 첫 번째로 미리내실버타운을 개원했다. 
미리내실버타운의 경우 과거와는 달리 자녀의 부양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 변화와 가속되는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노후의 신체적, 심리적, 환경적 변화에 지혜롭게 대비하고 생활할 수 있는 주거시설의 필요성에 발 빠르게 대응한 시설이다.
특히 미리내실버타운 인근에는 미리내 성지가 있다. 한국 천주교의 역사가 깃든 곳으로,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안드레아 신부가 잠들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미리내실버타운이 성스럽고 고즈넉한 곳에 자리 잡았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천주교 산하 시설이기는 하나 종교와는 상관없이 혼자 생활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65세 이상 시니어라면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다.

6500여 평(21,542.43㎡) 규모인 미리내실버타운은 지상 9층과 지하 1층으로 지어졌다. 건물 1층에는 천주교 성당을 비롯해 사무실, 식당, 도서실, 프로그램실 등이 있다. 노인요양병원인 대건효도병원이 1층과 2층에 자리 잡고 있으며 3~4층은 미리내요양원, 5~9층이 입주자들의 주거 공간이다. 5층부터 7층의 일부 객실은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고 있다. 180명이 거주할 수 있으나, 일부는 종사자의 기숙 공간이고 피정(체험)형 객실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100여 명의 시니어가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체력단련실도 넉넉하다.  사진 제공 미리내실버타운
체력단련실도 넉넉하다.  사진 제공 미리내실버타운

누구든지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곳
미리내실버타운은 천주교 수원교구의 인준 시설로 수원교구 소속 신부가 시설을 총괄한다. 무엇보다 신부님이 실버타운 안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시니어의 정서적 안정과 우울감 해소에 도움을 주고 있다. 2층에 마련된 독서 휴게실은 입주 시니어는 물론 종사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만남의 장소이다. 코로나 상황이 아니라면 이곳에서 가족들을 만나 자유롭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소이다. 입주자의 생일 등 잔치와 이벤트 등을 하는 장소로 활용하는 공간이다. 

코로나로 인해 지금은 활발하게 운영되지 못하지만,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독서와 함께하는 여정’은 전문 심리 상담사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으로 주제 문장을 대독하고 감정카드, 미술재료 등을 활용해 시니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나누는 시간이다. 경계성 치매 입주자의 인지기능 활성화 프로그램인 ‘재미있는치매예방교실’도 있고, 신앙생활을 하는 시니어를 위한 ‘매일미사’, ‘가톨릭 교리’ 등은 물론 ‘가곡교실’,  ‘건강교실’ 등과 각종 행사, 야외 나들이, 공연 등도 입주자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시니어 주거 입지에서 병원을 빼놓을 수 없다. 미리내실버타운 내 대건효도병원에서는 노인성질환 진료를 볼 수 있고 물리치료, 한방치료 등을 받기 위해 이용하고 있다. 위급한 상황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경기도 안성의료원과 안성성모병원도 실버타운에서 20분 내외 거리이다. 용인 동백세브란스병원과 평택 굿모닝병원도 이용할 수 있다.

실버타운에 입주해서 생활하다가 치매나 노인성 질환이 발병하더라도 미리내실버타운에서는 집중치료를 위해 생활공간을 한꺼번에 바꾸지 않는다. 환경변화가 노인성 질환에 가장 좋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3층과 4층에 요양원, 1층과 2층에 요양병원을 설치했다. 요양원으로 거처를 옮기더라도 실버타운에서 생활할 때와 동일한 활동이 가능하다. 병원 외부활동이 제외된 환자가 아닌 이상 건물 안에서는 누구든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입주 비용은 보증금 정산형인 ‘가’형과 보증금 보전형인 ‘나’,  ‘다’형, 단기입주 프로그램인 피정형이 있다. 개인이냐 부부냐 혹은 간병인을 동반하느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다. ‘가’형은 보증금에서 0.4% 공제하는 방식으로 월 생활비가 90만~100만 원 선이다. ‘나’와 ‘다’형은 입주할 때 낸 보증금은 보전하면서 월 생활비를 따로 내는 것으로 식비 포함해 100만~120만 원 선이다. 피정형은 최대 30일간 머무를 수 있다. 하루 5만 원, 한 달 150만 원 정도 지불한다. 생활비는 물가 상승률에 따라 변동될 수 있고 전기료는 별도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이전에는 자유로웠던 가족 간 면회는 로비에 분리막을 설치해 면회실을 개설했으며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방역 게이트 등을 설치해 외부인 출입 기록과 열 체크, 신체소독 자동 시스템도 구축해 활용하고 있다. 

미리내실버타운은 인근에 미리내성지가 있다는 종교적 특색과 함께 낚시와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문화마을이기도 하다. 미리내실버타운 박신혜 사무국장은 “조용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는 시니어의 삶을 교감할 수 있도록 젊은 신앙인에게 피정형 객실을 개방하겠다”며 “체험형 객실을 통해 미리내실버타운을 경험하고 은퇴 후 노후 계획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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