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SR 김다정 기자] 국내 71개 기업집단이 작년에 올린 매출 규모는 같은 기간 국내 명목 GDP 1924조원의 83.5%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국내 주요 그룹이 한국경제에 차지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 CXO연구소는 2일 ‘국내 71개 기업집단 경영 실적 및 고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자산 5조원 이상으로 지정한 71개 그룹이다. 조사는 공정위 기업집단포털 자료 등을 참고했고, 매출 등은 별도(개별) 재무제표 기준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공정위가 올해 지정한 71개 그룹에 속한 계열사 총 2612곳이 지난해 올린 매출액 규모는 1607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올해 파악된 71개 그룹의 계열사 수는 작년에 지정된 64개 그룹 내 2284곳 보다 300곳 이상이 많았지만 매출액은 전년 1617조원보다 오히려 적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미디어SR에 “지난해 편입된 그룹과 계열사 수는 더 많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 덩치는 1년 새 더 쪼그라든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룹별 매출 비중. 사진제공. 한국CXO연구소
그룹별 매출 비중. 사진제공. 한국CXO연구소

 

71개 그룹 매출 1607조원…4대 그룹 매출 영향력 ‘절반’

71개 그룹이 작년에 올린 매출 규모는 같은 기간 국내 명목 GDP 1924조원의 83.5%에 달했다.

조사 대상 71개 그룹 중에서는 삼성의 매출이 333조원으로, 전체 20.8%의 비중을 차지했다. 71개 그룹 전채 매출의 5분의 1정도를 삼성이 도맡은 셈이다. 330조원이 넘는 삼성 그룹 매출 중 49.8%는 ‘삼성전자’(166조원) 한 곳으로부터 나왔다.

삼성 그룹 다음으로는 현대차 181조원(11.3%), SK 139조원(8.7%), LG 123조원(7.7%) 등의 순으로 매출 외형이 컸다. 이들 4대 그룹의 매출 규모만 778조원을 웃돌면서 71개 그룹 매출의 48.5%를 차지했다.

이어 포스포 60조원(3.8%), 농협 59조원(3.7%), 한화 56조6000억원(3.5%), 롯데 56조4000억원(3.5%), GS 48조원(3%) 등의 순으로 매출 비중이 높았다.

71개 그룹의 작년 한해 당기순이익은 55조원 수준이었다. 이는 2019년 64개 그룹에서 기록한 57조원과 비교하면 2조원 남짓 줄어든 금액이다. 대기업 집단의 매출 외형과 함께 순익도 최근 1년 새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중 삼성은 20조7000억원 이상의 순익을 올려 조사 대상 전체 그룹의 37% 비중을 차지했다. 세부적으로 삼성이 올린 순익 중 75%는 삼성전자(15조6000억원) 한 곳에서 담당했다.

그룹별 순익 넘버2는 SK가 차지했다. SK그룹의 작년 한 해 당기순익은 9조8000억원으로, 71개 그룹 전체 순익의 17.7% 수준이었다.

이어 현대차 3조9000억원(7%), LG 3조2000억원(5.8%), 농협 2조9000억원(5.4%)로 5%가 넘는 순익 비중을 차지했다. 한화(1조8000억원)와 포스코(1조6000억원)도 각각 3.3%, 3%의 순익 영향력을 보였다.

그룹 전체 매출 대비 당기순익이 차지하는 당기순익률로 보면 자산 순위 34위 넥슨이 가장 높았다. 넥슨의 작년 그룹 전체 매출은 3조2000억원이 넘었는데, 당기순익은 1조1000억원 이상이었다. 당기순순익률만 해도 35.6%로 71개 그룹 중 가장 높았다.

이외 엠디엠(26.5%), KT&G(22.9%), KCC(21.7%), IMM인베스트먼트(20.9%) 등도 순익률이 20%를 상회했다. 지난해 71개 그룹 평균 당기순익률은 3.5%였다.

높은 ‘삼성’ 의존도…다만 매출 ‘350조원’ 벽은 여전히 높아

이번 경영 실적을 통해 국내 주요 그룹이 한국경제에 차지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간판 기업인 삼성 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2010년부터 최근 10년 간 국내 1위 그룹인 삼성의 매출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아직 350조원의 벽을 뚫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 당시 삼성 그룹 계열사 전체 매출액은 254조원이었다. 이후 매출은 증가해 2013년에 333조8920억원 수준까지 높아졌다. 이때가 최근 10년 간 삼성 그룹이 올린 최고 매출 기록이다.

2015년에는 271조원대 수준까지 낮아졌다가 지난해 다시 333조8310억원로 높아졌지만 2013년 매출 기록을 경신하지는 못했다.

삼성의 고용 현황도 지난 2010년 22만7269명이던 것이 2013년에는 26만4928명으로 처음으로 26만명대를 돌파했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26만533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6년과 2017년에는 24만명대로 다소 감소했다. 이후 2019년에 26만명대를 다시 회복했고, 작년에는 이전해보다 고용 규모가 1000명 정도 더 많아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2014년 고용 수준을 뛰어 넘지는 못했다.

삼성에 속한 계열사 수도 점차 감소세를 보였다. 매각 등으로 인해 계열사 수는 2010년 87곳→2011년 81곳→2012년 76곳→2013년 74곳→2014년 67곳→2015년 62곳 순으로 점차 줄어들었다.

지난 2019년 이후 삼성 그룹의 계열사 수는 59곳으로, 60곳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고용비중. 사진제공. 한국CXO연구소
고용비중. 사진제공. 한국CXO연구소

 

SK, 1년 새 3000명 이상 고용…롯데, 7000명 이상 해고

고용 부분에서도 주요 71개 그룹의 영향력이 크다. 이들 71개 그룹에서 고용된 전체 직원 수는 162만1958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작년 말 고용보험에 가입된 인원 1411만명의 11.5% 수준이다. 국내 고용보험에 가입된 직장인 10명 중 1명은 71개 그룹에 소속된 셈이다.

이중에서도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에서 책임지고 있는 고용은 70만명에 육박했다. 이는 71개 그룹 전체 직원 수의 43%에 달한다.

그룹별 고용 현황으로 살펴보면 고용이 증가된 곳과 감소한 그룹이 극명하게 갈렸다. 특히 4대 그룹은 2019년 대비 2020년에 고용 인력을 7000명 넘게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71개 그룹 중 가장 많은 고용을 책임지고 있는 삼성전자의 직원 수는 작년 말 기준 26만2127명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년도 26만886명 대비 1241명 증가한 숫자다.

현대차는 16만7839명으로, 두 번째로 많은 직원을 책임지고 있다. 2019년 대비 2020년에 증가한 현대차 그룹 직원 숫자는 삼성과 동일한 1241명으로 나타났다.

LG도 2019년 15만2897명에서 2020년 15만3920명으로, 그룹 고용 인력이 1년 새 1023명 많아졌다.

4대 그룹 중에서는 SK 그룹의 고용 증가가 눈에 띄었다. SK 직원 수는 2019년 11만544명에서 2020년에는 11만4481명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고용 인력이 3937명 증가한 것이다.

4대 그룹 고용 인력은 2019년 69만925명 대비 2020년에 7442명 증가하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고용 성적표가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10대 그룹으로 범위를 넓혔을 때 고용 상황이 확 달라진다는 점이다. 국내 10대 그룹의 직원 수는 2019년 97만2945명에서 2020년 96만5258명으로 1년 새 7687명 감소세로 돌아섰다.

여기에는 롯데 그룹의 고용 한파 여파가 가장 컸다. 롯데는 2019년만 해도 그룹 전체 직원 수가 9만1748명이었는데 작년에는 8만4295명으로 1년 새 7453명이나 되는 일자리가 증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 한화(3435명↓), GS(2434명↓), 포스코(1490명↓) 등도 같은 기간 1000명 넘는 직원이 줄었다.

오일선 CXO연구소장은 “2021년 올 한 해 주요 그룹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고용 확대로 응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소장은 이어 “국내 기업 환경 여건 상 일반 제조업에서 고용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여건은 점점 줄고 있기 때문에 유통과 서비스 산업 등에서 얼마나 많은 직원을 더 많이 채용할 수 있을 지에 따라 올 한 해 대기업 집단의 고용 성적표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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