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시중은행 상당수 상반기 신입채용 문 '쾅' 닫아

하반기 공채도 불투명…디지털 인재 수시채용 문은 '활짝'

한 시중은행 내부 모습.  사진. 이미지투데이.
한 시중은행 내부 모습. 사진. 이미지투데이.

[미디어SR 김병주 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상반기 공채의 문을 사실상 닫았다.

비대면 금융 기조속에 영업점 및 인력 감축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신입 행원 채용까지 줄어드는 암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인재 채용 트렌드가 더욱 급격하게 변화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26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NH) 가운데 NH농협은행을 제외한 4개 은행은 상반기 신입행원 공채에 관해 사실상 빗장을 걸어잠그기로 결정했다. 

더욱이 하반기 공채 여부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중은행들은 일단 하반기 로 예정된 비대면 공동 채용박람회를 통해 인재풀 모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박람회에서는 실제 채용이 아닌 추후 공채 진행시 서류전형 면제 등의 혜택을 주기 위한 면접 절차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 역시 올 초 계획된 일정의 일환일 뿐, 하반기 공채가 진행될지 여부도 사실 불투명하다”며 “올해 신입공채가 아예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으로부터 건네받은 채용 실적·계획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 은행이 올해 이미 채용했거나 채용 예정인 인력 규모는 전년 대비 73% 급감한 369명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은행권의 신입공채 감소 추세는 2~3년전부터 점진적으로 이뤄져왔다. 2018년 3500여명 수준이던 신입행원 공채 규모가 2019년 2000명대, 2020년 1000명대로 눈에 띄게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여파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업계 전략이 맞물리며 공채 자체를 진행하지 않는 은행들이 속속 생겨났을 정도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신입공채를 뽑지 않았고, 우리은행 역시 지난해 수시채용만 실시한 바 있다.

반면 디지털 인력 채용의 문은 그 어느때보다 넓어진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오는 28일까지 디지털‧IT부문 신입행원 채용 절차를 이어간다.  이번 채용에선 서류심사, 필기전형, 디지털 인사이트인터뷰, 인공지능(AI) 역량검사‧최종 인터뷰를 통해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

하나은행의 경우, 상반기 지역인재 신입행원 공채에서 지원자들의 디지털 역량을 평가한다. 특히 필기전형 과정에서, 디지털 소양 평가를 위한 ‘소프트웨어 역량검정(TOPCIT) 비즈니스영역 문제도 함께 출제된다.

TOPCIT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검정시험이다. ICT산업 종사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이 업무를 잘 수행하는데 요구되는 기본적 핵심 지식·스킬의 종합적 능력을 진단해 평가한다.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본점. 사진. 각 사 제공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본점. 사진. 각 사 제공

아울러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등도 디지털·ICT, IT개발 등 IT전문인력 대상 수시채용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은행업계에서는 이러한 은행권의 채용 트렌드의 변화가 향후 가속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미 대면 영업 비중의 급감과 디지털금융으로의 전환이 업계의 지상과제가 된 상황에서 디지털 인력 확충 역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을 포함한 소위 ’빅테크‘의 등장 역시 디지털인력 채용을 가속화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빅테크는 최근 디지털 금융의 혁신을 넘어 기존 금융시장까지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전문은행 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케이뱅크는 최근 인터넷은행 역대 최대 규모인 1조2000억원의 증자에 성공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카카오뱅크 역시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기업가치가 무려 4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양 사 모두 경쟁적으로 각종 혜택과 우대정책을 내세우며 우수 디지털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토스뱅크와 같은 후발 주자들의 등장도 예고된 만큼 플랫폼 강화, 디지털 혁신 금융의 고도화를 위한 기존 은행업계의 디지털 인재 영입전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금융의 디지털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만큼 우수 디지털 인재 확보는 곧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신입 보다는 경력을, 일반직 보다는 IT인재를 선호하는 흐름도 더욱 뚜렷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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