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의사 밝혀

기존 핀테크 주도의 '인뱅 시장' 지각변동 가능

기존 은행업과의 시너지와 차별화 전략에 관심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미디어SR 김병주 기자] 국내 5대 금융지주회사(KB·신한·하나·우리·농협)와 3대 지방 금융지주회사(BNK·JB·DGB)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본격 타진한다. 거대 금융지주사들의 인터넷전문은행업 진출이 현실화 될 경우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기존 은행과의 치열한 경쟁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특히 향후 토스뱅크를 포함해 핀테크 업체들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관련시장의 판도 변화나 지각변동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은행연합회는 금융지주사 8곳이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 설립을 희망하고 있다는 내용을 정리한 의견서를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

해당 의견서에는 금융지주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넷은행 설립 관련 수요조사 내용을 비롯해 인터넷은행 설립에 대한 입장, 그리고 해외 사례 및 성과 등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각 금융지주사들은 약간의 온도차를 보이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인터넷은행 설립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오는 7월 금융업 경쟁도 평가 과정에서 인터넷은행 설립 관련 내용을 공식 논의할 방침이다.

금융지주사들이 인터넷은행 설립에 관심을 두는 데는 기존 금융권을 위협하며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 핀테크 업체들에 대한 경계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4월 말 기준 가입자 1700만명, 대출잔액 23조2000여억원을 달성하며 매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케이뱅크 역시 지난해 자금 수혈 이후 성장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지난달 말 가입자 수는 537만명으로 전월 대비 146만명이나 급증했다. 대출 잔액은 4조6800억원 수준인데, 지난해 7월 4000억원 규모의 자금 수혈과 이에 따른 대출 상품 확대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경우, 다른 나라의 인터넷은행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기존 금융사들도 양사의 성장세에 적잖은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기존 금융사들이 디지털 금융으로의 전환을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인터넷은행 플랫폼’을 선택한 것이 아니겠냐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기존 은행들은 영업점 내 대면 업무를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해왔다. 하지만 시대적 변화와 흐름에 따라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그룹 회장.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그룹 회장.

물론 최근 들어 주요 금융사들은 기존 서비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오픈뱅킹과 애플리케이션 통합,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앞세운 자체 모바일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다만 애초부터 ‘인터넷과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에 특화된 비대면 금융을 지향하며 출범한 인터넷 은행의 혁신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업계 내부의 자성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미 디지털 전략을 마련한 상황에서 인터넷은행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현실화될 경우, 조직 내 적잖은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반면에 '비대면 금융'으로의 전환과 디지털 혁신의 필요성, 그리고 새로운 수익모델 마련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꽤 많다”고 귀띔했다.

결국 기존 금융사들의 인터넷은행업 도전의 성공 여부는 기존 은행과의 ‘차별화’에 달려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차별화 포인트로는 이미 운영 중인 기존 은행과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창출, 전통적 금융사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을 통한 맞춤형 금융상품 출시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인터넷은행 설립 의사는 밝혔지만 실제 결론이 나기까지는 적잖은 기간이 소요되지 않겠나”라고 반문하면서 “그 사이 각 지주사별로 인터넷은행 설립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전략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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