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135주년을 맞아…이철순 몽양여운형기념관장

이철순 몽양여운형기념관장  
이철순 몽양여운형기념관장  

5월 25일은 몽양(夢陽) 여운형(呂運亨) 선생 탄생일이다. 1886년이니 올해 135주년이다.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신원리 묘골에서다.

1947년 7월 19일 혜화동 로터리에서 암살로 서거하기까지 61년간의 그의 삶은 세기말에서 20세기 중반까지의 역사와 다름아니다. 몽양은 그 시대적 요구와 환경에 따라 교육가, 선교사, 체육인, 독립운동가, 외교가, 언론인, 정치가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스포츠를 나의 가장 좋아하는 취미로 생각하는 모양이나 나는 스포츠보다도 여행을 훨씬 더 사랑한다”고 할 만큼 활발한 여행가이기도 하다. 따라서 족적이 다양한 만큼 몽양을 돌아보는 관점과 시각도 다양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몽양은 1947년 7월 19일자로 삶이 가두어졌다. 극단 공산주의자들은 몽양을 기회주의자로, 우익 보수에서는 몽양을 공산주의자로 가두려는 시도를 계속했고, 몽양은 결국 열두 번째 테러 끝에 암살당했다. 그동안 냉전시대의 빨갱이 이데올로기로 가두어둔 몽양의 제 모습을 밝히기 위한 많은 노력과 진전이 있었다. 이런 노력을 해온 이들은 주로 지식인, 독립 운동관계자와 단체, 역사 연구자, 민주화 운동권 인사와 단체였다. 이부영, 강창일에서 현재 장영달 이사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몽양 여운형 선생 기념사업회는 그 중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경기 양평군 양서면 몽양길 66 생가에 조성된 몽양 여운형기념관을 찾는 관람객들은 몇 가지 공통점과 관람객별 특성이 있다. 몽양을 깊이 이해하고 높은 존경심과 경외 내지는 사상의 동지로서 찾는 분이 있고, 때로는 과거 냉전시대의 희생자로서 아직도 끝나지 않은 역사를 안고 사는 분도 있다. 또한 후대에 귀감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며 가족 단위로 찾기도 한다. 그리고 중·장년층 트레킹이나 등산객들도 많다.

엊그제 경상남도 함안에서 찾아온 중노인이 생생하다. 1943년에 조선민족해방연맹에 참여했으며 1947년 몽양이 창당한 근로인민당 당원이었던 삼촌의 행방은 1947년 이후로 알 수 없고, 아버지는 보도연맹(保導聯盟) 사건으로 총살당하였다. 연좌제로 많은 고통과 굴욕을 받으며 살아온 분이다. 최근에 발간된 김민환(고려대 명예교수)의 소설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난다’의 정해룡 가족사와 맥을 같이하는 미완의 역사가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먹먹해서 말을 할 수 없었다. 이 두 경우 몽양을 추종한 사람이 겪어야 했던,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다. 어디 이뿐이랴.

독립운동가 몽양은 노비를 해방하여 평등사상을 실천한 평등주의자이자 사회주의자, 광동학교 인성학교 등 학교 설립과 교육을 통한 국민 계몽에 앞장선 교육자, 계몽운동가, 포용과 협력을 중시하는 온건주의자, 통합주의자, 지구적 차원의 국제 정세에 밝은 문명가, 인민에 의한 민주공화국을 신봉한 공화주의자, “피는 물보다 진하다[血濃於水]”며 공산 이데올로기보다 남북통일 국가를 건설하고자 한 통일 민족주의자다.

그럼에도 몽양 여운형은 10대 20대층은 배운 바가 없어 잘 모르고, 대중에게는 냉전 시대의 논리에 갇혀 있기가 십상이다. ‘이러한 과거의 인물을 현대에 이끌어내 부활하게 한다? 그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가? 이 시대에 되살려야 할 이유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2008년 국가가 1급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상훈함으로써 독립운동가 몽양 여운형은 공식적으로 서거 60여 년 만에 되살아난 셈이다. 그리고 그 이후 2011년에 생가가 복원되고 몽양여운형기념관이 건립되어 국가 보훈 시설로 등록됨으로써 몽양은 고향에서 되살아났다.

몽양의 다양한 인간적 면모와 활동, 특히 그의 유연하지만 원칙에 입각한 곧고 바른 강직함, 담대함, 그리고 세계 문명에 대한 흡수력과 대응 역량, 양심과 비전은 코로나 환경으로 새로이 맞는 오늘의 신냉전시대에 지식인들 사이뿐 아니라 남과 북의 전 국민에게 필요한 공감대이다. 이 시대에 '몽양의 대중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개관 10주년을 맞은 올해 기획한 '탄신 135주년 몽양 여운형의 날 기념식 및 기획전시', '제4회 몽양 여운형 동화·스피치 대회', '제14회 몽양 학술 심포지엄' 등의 행사가 많은 이들이 몽양의 다양한 면모를 알게 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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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행정학 박사. 예술의전당 예술사업국장, 양평군립미술관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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