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화 수원대 경제학부 교수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기업들은 탄소 저감이나 사회공헌, 그리고 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추구하며 기업의 가치 변화를 추구하였고,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ESG 경영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EU는 이미 기업들의 ESG 정보공개에 대해 ‘비재무정보 공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산 2조원이 넘는 코스피 상장사에 한하여 2025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는 2030년부터 ESG 정보공시를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특히 환경정보에 한해서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법인인 경우 2022년부터 환경정보 공개를 의무화한다고 한다.

이러한 정보공개 의무화와 함께 자금 조달 및 투자시장의 변화 대응도 중요한 기업들의 ESG경영 추구 가속화 이유이다. 먼저, 국내외 금융기관들은 자금 조달을 위한 기업여신 심사에 ESG 경영 요소를 고려하고 있다. ING, BNP Paribas와 같은 글로벌 대형 은행들은 ESG 평가기준을 대출 금리에 반영하고 있으며, EU는 역내 모든 금융회사에 대해 ESG 공시를 의무화하였다.

이는 ESG 경영을 소홀히 하는 기업은 자금조달 시장 참여가 어려워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도 KB금융과 신한은행은 환경 및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개발엔 자금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적도원칙’에 동참하면서 ESG 요소를 기업여신 심사에 도입하고 있다.

한편, KPMG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발행된 글로벌 ESG채권 규모는 4.84억 달러로 전년에 비해 60% 이상 증가하였다. ESG펀드 규모는 2020년 2월 기준 3869억 원으로, 2년 전에 비해 2.6배 증가하였다. 그리고 연·기금의 투자 심사에도 ESG 요소는 이미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기업들의 ESG경영 요구가 빠르게 증대되는 것과 달리, 기업들의 대응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ESG경영 전략을 새로 수립하거나, ESG 정보공개를 위한 별도의 비용 발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법인은 온실가스 배출이나 에너지와 물의 사용, 폐기물 배출 등 환경 부분 정보를 당장 2022년부터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공시 이후에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이므로 장기적 관점의 ESG 경영전략이 수반되어야 한다.

지속적인 ESG경영을 위하여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적극 고려해보면 어떨까? 실제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비즈니스에 접목하여 환경 및 사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ESG경영을 하고 있는데 블록체인도 중요 기술에 포함된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는 커피시장에서 농부의 이력을 포함한 커피 원두의 생산단계부터 매장에 이르기까지의 유통단계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빈투컵(bean to cup)’ 프로젝트를 통하여 소비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공정무역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공급망 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는 대표적 블록체인 기술 적용 사례에 해당한다.

공급망 관리 외에도 신뢰성과 투명성의 특징을 갖는 블록체인 기술은 기업의 ESG경영 활동에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블록체인 기반 탄소배출권 거래 시스템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기대할 수 있고, 에너지 산업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전력 거래 플랫폼을 통해 전력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환자 병원기록의 통합관리를 위한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효과적으로 의사들이 환자를 판단하도록 도와줄 수 있고, 스마트 계약을 통해 처방전의 실시간 변경이 가능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활용 가능하다. 기업의 기부금 사업이나 자선사업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진행 및 기록한다면 소비자 신뢰를 확보할 수 있으며, 블록체인 기반 주주총회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밖에도 규제 준수, 인사, 정보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하다.

기업의 ESG경영에 있어 블록체인 기술도입은 분명 위험요소가 존재한다. 아직 초기 단계의 기술이고, 참여자들의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 도입의 최대 장점은 지속가능성을 돕는다는 것이다. ESG경영이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인 만큼 보다 적극적인 기업들의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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