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의 현장터치] 오수훈 레페리 CFO “라이브커머스에 집중”

뷰티 크리에이터 사관학교 … 뷰티 라이브커머스 시장을 선도

오수훈 레페리 CFO가 서울 강남구 레페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오수훈 레페리 CFO가 서울 강남구 레페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병주 기자] 흔히 해외에서 인기있는 국내 콘텐츠에는 ‘K’라는 알파벳이 붙는다. K팝(노래), K드라마, K음식 등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시대에는 K방역도 한몫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해외 여성들 사이에 하나의 문화현상으로까지 불리는 한국의 콘텐츠가 바로 ‘K-뷰티’다.

품질이 우수하고 메이크업이 살아나는 국내산 화장품에 대한 인기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K팝스타, K드라마 속 배우들의 화장법을 익히고자 하는 외국 여성들이 직접 각종 동영상 및 커뮤니티에 접속, 메이크업 방법을 배우고 이를 공유하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이처럼 한국의 뷰티는 단순 시장과 산업을 넘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까지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수준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데는 거대 기업이나 마켓의 힘 뿐 아니라 실제 구매자층 사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뷰티 크리에이터’도 큰 역할을 했다.

뷰티 크리에이터들은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셀럽’ 그 이상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같은 영향력은 ‘마켓 파워’로도 고스란히 연결된다. 인기있는 뷰티 크리에이터의 경우, 수십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잠재적 고객이다. 그런 까닭에 최근에는 대형 화장품 제조사나 유통사에서도 뷰티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을 통한 마케팅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오수훈 레페리(Leferi) 부사장은 14일 “이제 더 이상 대형 마켓 중심의 판매만이 이뤄지는 세상은 끝났다”며 “이제는 뷰티 인플루언서(크리에이커)가 마치 ‘디지털 방판’을 하듯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중심에 설 것”이라고 역설했다.

오 부사장은 커머스 영역 강화를 위해 레페리가 영입한 인재로, 모건스탠리와 프랭클린템플턴투신 등에서 소비재 부문 애널리스트로 국내외 뷰티산업을 분석해온 전문가로 꼽힌다. 현재는 애널리스트로서 오랜기간 국내 뷰티시장을 바라본 통찰력으로 레페리 커머스 비즈니스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사실 레페리는 뷰티 크리에이터(인플루언서) 매니지먼트 회사라 할 수 있다. 지금도 레페리는 ‘크리에이터 양성’을 핵심 가치로 둔다. 기존 크리에이터를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 크리에이터를 직접 키워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를 위해 레페리는 정기적으로 뷰티 크리에이터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또 ‘뷰티 크리에이터 오디션’등을 통해 ‘연습생’으로 불리는 예비 뷰티 크리에이터도 선발한다.

이들은 최소 한달 간 영상 제작 노하우뿐 아니라 이후 발생할 수익 관리 등 크리에이터가 갖춰야 할 모든 부분을 빠짐없이 교육받는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레페리 소속의 정식 뷰티 크리에이터로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이들의 교육에 추가된 커리큘럼 중 하나가 바로 ‘라이브방송에 대처하는 법’이다. 이는 곧 레페리의 사업 방향성과도 연관이 있다.

사업 초창기, 레페리는 개인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에 기반한 제품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관련 수익을 창출했다. 실제로 깁습습, 레오제이 등 인기 크리에이터들이 화장품 제조사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선보인 제품은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거나, 일주일에 5만개 이상 판매되기도 했다.

오수훈 레페리 CFO. 사진. 구혜정 기자.
오수훈 레페리 CFO. 사진. 구혜정 기자.

지금도 수많은 소속 크리에이터들은 레페리 사업 전반의 핵심이다. 오수훈 부사장은 “현재 레페리가 영위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은 모두 레페리 소속 인플루언서를 기반에 두고 있다”며 “최근 레페리가 주력사업으로 밀고 있는 미디어 커머스 역시 인플루언서들이 가진 영향력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오 부사장이 언급한대로 현재 레페리의 주력 사업은 미디어 커머스다. 쉽게 말해 다양한 미디어매체를 활용해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라이브커머스’가 대표적인 미디어 커머스 사업 중 하나다.

레페리는 크리에이터 에이전시로 출발한 기업들 가운데서도 가장 커머스 영역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이다. 지난 2017년 업계 최초로 인플루언서 커머스 중 하나인 ‘소셜 마켓’을 도입해 성공을 거뒀다. 레페리측에 따르면 소셜마켓 비즈니스 도입 후, 3년 간 무려 147%나 매출이 수직 성장했다.

오수훈 부사장은 “당시 소셜마켓은 거대한 중국시장에서 이미 검증받은 비즈니스였기 때문에 망설임없이 도입할 수 있었다”며 “결국 소셜마켓의 고도화와 진화를 통해 현재의 라이브커머스 비즈니스까지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 부사장의 말처럼 라이브커머스의 뿌리는 소셜마켓 비즈니스다. 다만 마케팅 자체를 인플루언서가 직접 화면에 등장해 실시간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소셜마켓보다 몇배 이상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역시 인플루언서가 가진 영향력, 그리고 인플루언서를 추종하는 수많은 Z세대(1020세대) 고객이 비즈니스 잠재력의 원천이다.

레페리는 라이브커머스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인플루언서’가 있다. 수많은 자체 콘텐츠를 통해 ‘미디어’채널에 익숙한 그들이지만 라이브커머스는 또 다른 영역이다. ‘실시간 방송’은 분명 일반 콘텐츠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오 부사장은 “최근 소속 인플루언서 대상 라이브커머스 트레이닝을 지속하고 있다”며 “라이브 방송의 특성상 편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연습을 통해 라이브커머스 콘텐츠에 적응하고자 한다”고 귀띔했다.

콘텐츠의 차별성도 중요한 요소다. 아무리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가 등장해 상품을 소개해도 방송 자체의 재미가 없다면 실제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레페리는 라이브커머스 콘텐츠를 ‘디지털 방판(방문판매)’라는 흥미로운 용어로 비유하고 있다. 과거 화장품을 가득 들고 집집마다 예고없이 방문해 화려한 언변과 스킬로 제품을 팔았던 소위 ‘방판 아주머니’의 디지털 버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오 부사장은 “라이브커머스 콘텐츠의 가장 큰 강점은 ‘스토리텔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레페리의 생각”이라며 “방판 아주머니들의 화려한 스킬처럼 맛깔나는 방송을 구성해 시청자들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수훈 CFO는 "라이브커머스 콘텐츠의 가장 큰 경쟁력은 바로 콘텐츠에 담긴 인플루언서들의 진정성"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구혜정 기자.
오수훈 CFO는 "라이브커머스 콘텐츠의 가장 큰 경쟁력은 바로 콘텐츠에 담긴 인플루언서들의 진정성"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구혜정 기자.

인플루언서가 실제 방송의 중심이라면, 나머지 비즈니스는 회사의 몫이다. 라이브커머스에 특화되거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상품을 발굴·개발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레페리는 제품 소싱부터 광고, 마케팅, 라이브커머스를 통한 판매에 이르는 ‘패키지’ 상품 비즈니스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광고주로 하여금 판매의 모든 과정을 한꺼번에 레페리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오수훈 부사장은 “이러한 패키지 상품은 분명 라이브커머스 영역에서 충분히 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다양한 상품 개발과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 확대를 기반으로 라이브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본질적으로 연예인도 아닌 일반 인플루언서들의 라이브커머스 방송에 수많은 시청자들이 몰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기자의 질문에 오수훈 부사장은 ‘진정성’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인플루언서들의 진정성있는 방송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핵심 요인이라는 얘기다. 

오수훈 부사장은 “인플루언서들은 하나의 상품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최소 한달 이상 상품을 직접 써보고 연구하며 콘텐츠 구성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다듬는다”며 “이러한 진정성 있는 노력이 결국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현재 레페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느라 한창이다. 뷰티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라이브커머스 제품 고도화, 패키지 상품 개발 등에 적극 나서서 주도권을 거머쥐겠다는 것이 레페리의 전략인 셈이다. 

오수훈 부사장은 "뷰티 시장의 제품 판매량은 사실상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오히려 상품 판매를 늘리는 것 보다는 상품을 판매하는 인플루언서 기반의 유통 채널을 다양화해 레페리로의 유입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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