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전국 방방곡곡 꽃놀이

[미디어SR 권해솜 객원기자]

올해에도 결국 작년에 이어 ‘봄의 관문’과도 같았던 꽃놀이 행사는 즐길 수 없었다. 꽃은 또 왜 이리 빨리도 피었단 말인가. 기상청 서울관측소 벚꽃이 지난달 24일 꽃망울을 터트리면서 평년 기준 개화일이 17일이나 빨라졌다. 3월 27일 꽃이 피었던 작년보다 3일 더 빨라진 것도 모자라 올해는 1922년 기상 관측 이래 99년 만에 가장 이르게 벚꽃을 볼 수 있었던 해로 기록됐다.  

기록은 기록일 뿐 코로나19 여파로 어쩔 수 없는 집콕, 방콕 신세다. 이것만 아니었으면 전국 꽃놀이 명소는 사람 사는 냄새와 꽃향기가 진하고 짙었을 것이다. 그저 차를 타고 가다 '어쩌다 마주치는 그대 모습'처럼 벚꽃 길이 보이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보는 정도가 지금의 벚꽃놀이가 됐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봄이 되면 울려퍼지는 노래 '벚꽃엔딩'(노래 버스커 버스커)처럼 봄바람 휘날리며 벚꽃 흩날리는 모습이라도 제대로 봤으면 좋았을 텐데, 지난 주말 비로 인해 꽃도 함께 지고 시들어 결국 소리소문없이 벚꽃은 왔다 가버렸다. 우산에 잔뜩 묻은 연분홍 꽃잎을 털며 '이것도 추억이 되려니' 하는 마음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두 번째를 맞은 봄꽃놀이 없는 봄. 그래도 컴퓨터를 켜고 스마트폰을 열어보면 생각은 달라진다. 봄구경 명소로 유명한 각 지자체는 찾아오지 못하는 방문객들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로 '꽃잔치'를 벌이고 있다.  또 먼저 꽃을 만나고 온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2021년 봄 분위기를 영상에 담아 잠시나마 봄날 기운을 느끼게 하고 있다. 

송파구 11일까지 '2021 벚꽃이 보이는 라디오' 운영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벚꽃 개화기에 맞춰 서울 송파구는 석촌호수를 전면 통제했다. 대신 이달 11일까지 오후 2∼5시 유튜브 채널 '송파TV'를 통해 '벚꽃이 보이는 라디오'를 방송한다. 석촌호의 벚꽃이 바라보이는 '문화공간 호수'에서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송파구민들과 지역 예술가 등이 출연하며 중간 중간 석촌호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벚꽃을 감상할 수 있게 한다. 

온라인으로 즐기는 2021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 

영등포구는 지난 2일 영등포문화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채현일 구청장이 '2021 영등포여의도봄꽃축제' 개막을 선언하며 4월 한 달동안 열리는 온-오프라인 봄꽃 축제를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11일까지 매일 제한 인원 504명만 예약받아 '봄꽃산책’을 하려 했으나 이른 낙화로 4일이나 앞당긴 7일에 조기 종영했다. 

대신 온라인에서는 축제가 계속되고 있다. ‘모두의 봄’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선보이는 온라인 봄꽃축제 기간은 30일까지다.

봄을 주제로 현대 무용가 안은미의 '춘춘향향' 온라인 공연이 영등포문화재단 채널에 공개됐다. 봄꽃축체가 열리는 웹 가상공간(blossom.or.kr)에서는 꽃잎 모으기 미션, 봄꽃나무 기르고 나만의 메시지 남기기, 가상공간 내 개화‧낙화 구경 및 이벤트 참여 등의 온라인 콘텐츠를 즐기며 나만의 봄꽃축제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하나의 랜딩페이지에서 봄꽃축제와 관련된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랜선 강원도 경포 2021 랜선 벚꽃 축제

강원도 강릉시의 경포호를 중심으로 피어난 벚꽃도 감상할 수 있다. MBC강원영동방송은 지난 2일 유튜브채널을 통해 경포호 주변 분위기를 라이브로 전달했다. 별다른 편집 없이 편안한 음악과 함께 방송해 감상하기 좋다.  경포대 진입로 3㎞ 구간은 벚나무가 즐비해 매년 봄 전국에서 인파가 모여드는 벚꽃 명소이다.

'경포벚꽃잔치'는 1993년부터 매년 3월 말~4월 초 벚꽃 개화 시기에 열렸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강릉시는 벚꽃 잔치를 취소하고 경포호, 남산공원 등의 벚꽃 명소를 폐쇄했다. 축제는 취소됐지만 벚꽃개화 시기에 많은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돼 시는 방문 자제를 홍보하고 상황에 따라 벚꽃길 구간·정차를 금지하고 있다.

 소문난 경주시 벚꽃 개화 영상

경주의 벚꽃은 이미 지난달 말 절정을 이뤘다. 경주시 또한 공식 채널에 드론을 이용해 벚꽃 명소 곳곳을 찍어 랜선 봄꽃놀이를 선도했다. 황룡사 마루길과 동궁과 월지, 분황로, 보문단지 등 만발한 벚꽃 모습을 영상에 담아 직접 가보지 못하는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2021 창원 랜선 벚꽃나들이

창원시도 랜선 벚꽃 나들이를 준비했다.  창원시 공식 채널인 '추천창원' 에 창원지역곳곳에 활짝핀 벚꽃 영상을 올려놓았다.  여좌천, 안민고개, 경화역 등 평소 같았으면 발디딜 틈이 없이 인산인해였을 곳의 여유로운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영상 설명창에 뜨는 "올해까지만 랜선 벚꽃 나들이! 내년에는 꼭 직접 만나요!"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매년 진해 군항제로 인산인해였던 곳이 지금은 한산하지만 언젠가 꼭 다시 방문객들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대전 대청호 벚꽃길 나들이

대전시 동구 대청호의 벚꽃도 중요한 봄꽃 명소 중 하나다.  세상에서 가장 긴 벚꽃길로 유명한 대청호 벚꽃길은 무려 26.6km. 벚꽃길이 유명해지면서 원래 명칭이던 '회인선 벚꽃길'을 동구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오동선 대청호 벚꽃길'로 변경했다.

대청호 양옆으로 길게 펼쳐진 벚꽃길로 금강의 아름다운 경관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드라이브 스루로만 벚꽃 즐기기를 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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