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진. 효성 제공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진. 효성 제공

[미디어SR 김다정 기자]국내 50대 그룹 총수들이 올해 1분기 받아든 성적표를 두고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과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의 희비가 엇갈렸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올 1분기 주식재산이 3000억원 이상 증가해 주식평가액 증가율 1위를 기록한 반면, 서정진 명예회장은 2000억원 넘게 감소하면서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는 6일 ‘2021년 1분기 국내 50대 그룹 총수 주식재산 변동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 그룹 총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하는 대기업 집단 중 동일인에 해당하는 총수가 있는 50대 그룹이다.

조사 대상에는 50명의 총수와 함께 차기 총수로 유력한 현대차 정의선·효성 조현준 회장은 물론 아직 지분 변동이 이뤄지지 않은 고(故) 이건희 회장도 포함됐다. 다만 고 이건희 회장의 주식가치에 대해서는 개별 순위 등에서 제외시켰다.

이에 따른 조사 대상은 53명의 그룹 총수 중 상장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41명으로 집계됐다.

보유 주식은 금융감독원에 해당 총수가 직접 보유한 보통주 주식(우선주 제외)으로 한정했으며, 비상장사 등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 등도 이번 조사에서 배제됐다.

주식평가액은 총수가 보유한 보통주 주식수에 올 초(1월 4일)와 3월 말(31일) 종가를 곱한 값으로 계산했다.

효성 조석래·조현준 父子 주식자산 50% 이상 ‘껑충’

50대 그룹 총수 중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41명의 올 초 주식평가액은 75조8183억원으로 조사됐다. 이후 3월 말에는 3조3161억원(4.4%↑) 이상 증가하면서 79조1344억원까지 늘었다.

41명의 그룹 총수 중 1분기에 주식재산이 불어난 이들은 31명(75.6%)이었다.

주식평가액 증가율 1위 자리는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이 차지했다. 주식성적만 높고 보면 50대 그룹 총수 중 최상위급 1분기 주식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조 명예회장은 효성 그룹 계열사 중 효성첨단소재, 효성티앤씨 등 5곳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주식종목의 주가가 모두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지분가치가 크게 높아졌다.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5개 주식종목의 주식평가액은 올 초 3886억원 수준이었는데, 3월 말 6937억원으로 3개월 새 3050억원 이상 높아졌다. 지분가치가 올 1분기에만 78.5%나 퀀텀점프한 것이다.

50대 그룹 총수가 보유하고 있는 개별 주식종목 약 110개 중 올 1월 4일 대비 3월 31일 기준 주가가 가장 크게 상승한 곳은 ‘효성티앤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주식종목의 주가는 올 초만 하더라도 21만3000원이었는데 3월 말에는 57만 3000원으로 1분기 주가 상승률만 169%에 달했다.

조 명예회장의 지분가치를 크게 높인 효자 주식종목 역시 효성티앤씨였다. 올 초 754억원이던 지분가치는 3월 말 들어 2030억원으로, 1270억원 넘게 폭풍 증가했다.

‘효성첨단소재’ 주가도 이 기간 152%(15만1000원→38만500원) 폭등하면서 조 명예회장의 이 종목 지분가치는 3개월 새 1046억원 늘어났다.

이외 ‘효성화학’(319억원↑), ‘효성중공업’(140억원↑), ‘효성’(268억원↑) 세 곳에서도 700억 원 이상 주식재산이 급증했다.

조석래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효성그룹 차기 총수로 확실시 되는 조현준 회장의 주식평가액도 올 초 7117억원 수준에서 3월 말 1조1000억 원으로 54.6%(3883억원↑) 높아졌다.

최근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분쟁에 승리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도 같은 기간 주식재산이 3079억원에서 5405억원으로, 75.5%(2325억원↑) 가량 급증했다.

박 회장이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 주가가 올 초 15만1000원에서 3월 말 26만5000원으로 고공행진 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주식재산도 1154억원에서 1815억원으로, 3개월 새 57.3%(661억원↑)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동국제강 주가는 8680원에서 1만3650원으로, 57.3% 증가했다.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도 올 1분기 주식평가액이 2629억원에서 3450억원으로, 31.2%(821억원↑) 정도 올랐다. 조 회장은 ‘한국타이앤테크놀로지’ 지분을 다수 보유 중이다.

이외에도 50대 그룹 총수 중 5명은 1분기에만 주식재산이 20%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28.7%(1조7960억원→2조3109억원),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24.5%(3963억원→4932억원), 이우현 OCI 부회장 23.4%(1184억원→1460억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22.4%(4조9502억원→6조609억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22.3%(3조6716억원→4조4907억원) 등도 주식평가액 상승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지분가치 하락 가장 커

반면 셀트리온 그룹 총수인 서정진 명예회장의 주식재산은 올 초 2조5735억원에서 2조3133억원으로, 1분기에만 10.1%(2602억원↓) 내려앉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서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가 하락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최근 경영권 분쟁 터널에서 빠져나온 조원태 한진 회장의 주식가치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조 회장의 지분가치는 올 초 2409억원에서 1분기 말 2223억원으로, 7.7%(185억원↓) 감소했다.

재계 1위인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주식재산도 올 초만 해도 9조5747억원이던 것이 3월 말에는 6.8% 하락한 8조9255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에만 6490억원 넘는 주식재산이 증발한 셈이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S, 삼성엔지니어링 5개 주식종목의 지분을 보유한 이 부회장의 경우 조사 대상 50대 그룹 총수 중 지분가치 하락 금액 규모가 가장 컸다.

특히 삼성물산의 지분가치가 올 1분기에만 13.5%(6371억원↓) 하락하며, 이 부회장의 주식가치도 8조원대로 뒷걸음쳤다.

스마트폰 철수를 최종 결정한 구광모 LG 회장의 주식재산 역시 올 초 2조6677억원 상당의 지분가치가 석 달 새 2조4887억원으로, 6.7%(1789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박정원 두산 회장도 1225억원에서 1148억원으로 주식평가액이 6.2%(76억원↓) 떨어졌다.

주식재산 1조 클럽 ‘13명’…조현준 효성 회장 첫 입성

지난 3월 말 기준 50대 그룹 총수 중 주식재산 1조 클럽에 입성한 사람은 총 13명이다.

1위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차지했고, 2위는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꿰찼다. 3위는 현대차 그룹 정몽구 명예회장(5조 6931억 원)에게 돌아갔다.

이어 4위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5위 정의선 현대차 회장(3조8124억원), 6위 최태원 SK 회장(3조6604억원) 등의 순이었다.

7~10위는 2조원대 주식재산가 그룹에 속했다. 7위 방준혁 넷마블 의장(2조6741억원), 8위 구광모 LG 회장, 9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10위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이 2조원대 주식재산가 반열에 포함됐다.

이외 11위 이재현 CJ 회장(1조2414억원), 12위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1조2249억원), 13위 조현준 효성 회장도 주식평가액 1조 클럽에 등극했다. 이중 조 회장은 이번에 처음으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고 이건희 회장 주식 상속에 쏠리는 ‘관심’

CXO연구소는 삼성 계열사의 주식가치 하락에 따른 고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상속에 주목하고 있다.

고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은 삼성전자 보통주 4.18%와 우선주 0.0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6%, 삼성SDS 0.01% 등이다.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평가액은 올 초 24조7112억원에서 3월 말 24조2108억원으로, 5000억원 이상 감소했다.

유족이 부담해야 할 이건희 회장 주식 재산에 대한 상속세는 사망 전후 2개월의 시가 평균 금액을 적용해 계산된다.

최대주주였던 고인의 주식이므로 주식 평가액의 20%를 할증한 뒤, 최고 상속세율인 50%와 자진신고 공제율인 3%를 적용한다. 이렇게 하면 상속인들의 상속세액은 주식 평가액의 약 60%에 달한다.

24조원이 넘는 이 회장의 주식재산이 향후 유족들에게 어떻게 상속될 것인지에 따라 각 유족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 규모 등이 결정된다.

오일선 CXO연구소장은 미디어SR에 “이번 상속 이슈의 핵심은 이건희 회장의 유언장 여부”라며 “특히 이 회장이 보유하던 삼성전자 지분이 이 부회장에 집중될지 아니면 법정 비율에 따라 유족들이 나눠 갖게 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로 모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 소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삼성전자 주식지분을 전부 물려줘 힘을 실어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추후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그룹 분리를 염두하고 있다면 자금확보를 위해서라도 지분상속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향후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생명복지재단 이사장의 재산 수준도 천양지차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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