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이 1년여간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간 경쟁력에도 명암이 갈리고 있다. 사진은 '삼성 갤럭시 언팩 2021'에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이 '갤럭시 S21' 시리즈를 소개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코로나19 상황이 1년여간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간 경쟁력에도 명암이 갈리고 있다. 사진은 '삼성 갤럭시 언팩 2021'에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이 '갤럭시 S21' 시리즈를 소개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미디어SR 김다정 기자]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국 경제가 정방위적인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도 ‘K자형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업규모별로 상·하위 20% 기업 간 매출액과 영업이익 격차가 확대되는 동시에 업종별로도 수혜 · 피해업종의 명암이 확연히 갈렸다.

5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코스피·코스닥 비금융 상장기업 1017곳의 별도(개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장기업 매출액은 1076조1000억원으로, 전년(1093조원) 보다 1.5%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019년 53조90000억원 보다 24.9% 증가한 6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9년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한 데에 따른 기저효과와 코로나 반사이익을 누렸던 반도체·가전 등 주력 산업의 이익률 개선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상장사들은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수익성 개선을 이뤄내면서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영업이익 증가가 코로나 수혜업종과 일부 기업에 집중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오히려 심화되는 모양새다.

상장사 매출액 최상위 20%와 최하위 20%간 평균 매출액 비율은 2019년 266.6배에서 2020년 304.9배로 확대됐다. 매출액 상·하위 20% 기업 간 평균 영업이익 차이도 2019년 2386억원에서 2020년 3060억2000만원으로 28.3% 늘어났다.

특히 한국의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 효과’를 제외하면 영업이익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597개(금융업 등 제외)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3.2% 증가했지만,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6.4% 감소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의 수는 2019년 249곳에서 2020년 255곳으로 6곳 증가했다. 이는 상장기업의 25.1%에 해당한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상장사 실적이 양호해 보이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은 코로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의료·제약업 날고, 유통업 기었다…영업이익도 업종별 양극화

업종별 명암도 뚜렷하게 갈렸다.

대표적인 코로나19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의료·제약업종의 경우 진단키트 등에 대한 수요 증가로 영업이익이 2019년 대비 125.7% 급증했다.

이어 전기·전자(64.0%), 음식료(27.4%), 소프트웨어·인터넷·방송서비스(18.6%) 등도 비대면화로 수혜를 입으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이와 달리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유통·대면서비스(-26.4%), 사업서비스(-39.1%) 등 △서비스 업종과 기계(-72.8%), 운송장비(-38.7%), 철강·금속(-37.8%), 화학(-27.1%) 등 △전통 제조업은 작년 영업이익이 2019년에 비해 줄어들었다.

양극화가 심화된 업종 내에서도 기업 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업종별 영업이익 증가분에서 상위 기업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0% 이상 증가한 7개 업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업종별 영업이익 증가분 중 상위 3개사의 비중이 62.7%에서 최대 191.8%까지 나타났다.

전기·전자 업종의 경우 기업 수 기준 1.9%에 불과한 상위 3개사의 영업이익 증가분이 ‘업종 전체’ 영업이익 증가분의 91.0%를 차지했다.

운수·창고와 비금속의 상위 3개사 비중은 각각 191.8%와 175.0%로, 상위 3개사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오히려 줄어들 정도였다.

경제회복마저 양극화?…정 총리 “‘K-회복’ 모델로 양극화 극복”

문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회복세에서도 불균형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백신 접종 이후 각종 경제지표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지난해 경기침체에 따른 기저효과인데다 일부 업종만 활황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올해 경제회복을 앞두고 양극화가 심화되는 K형태를 전망했다.

이 총재는 신년사를 통해 “저출산·고령화가 경제의 활력을 제약하는 가운데 코로나19의 차별적인 영향이 부문간·계층 간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향후 경제회복이 K자 형태로 전개될 경우 전통적 대면산업을 중심으로 한 영세 소상공인이나 저소득계층은 회복에서 계속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정부도 이같은 양극화 현상에 대해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추경예산 시정연설에서 “코로나19로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더 큰 문제는 양극화 심화라는 깊은 상흔”이라며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됐듯이 후유증은 오랫동안 우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이후에도 “경제 지표가 개선되더라도 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더 궁핍해지고, 부유했던 사람은 더 풍족해질 가능성이 높다.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는 것”이라며 “불평등한 ‘K자 회복’이 아니라 평등한 ‘K-회복’ 모델을 만들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정 총리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회복의 내용과 질”이라며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결하지 않고는 국민통합은 물론 경제성장도 지속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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