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현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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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SR 전문가 칼럼=김국현 세무사]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한 야당과 여당의 주장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야당은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보유세 폭탄이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여당은 1주택자 다수는 오히려 부담이 줄었다고 반박한다. 서울시장 여당 후보는 9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해 공시지가 상승률을 완화하겠다는 공약까지 내걸었다
 
여야간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데는 이유가 있다. 공시지가를 올리고 현실화 하는 것에 대한 동의와, 이에 대해 구체적 설명이 없는 데서 이같은 문제들이 비롯된다고 보면 틀림없다.

요컨대 사안의 핵심은 '증세하는데 국민의 동의가 없다'는데 있다. 실제로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 대상은 매년 급격하게 늘고 있다. 실거주지인 25평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사람도 종부세를 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따라서 공시지가를 현실화에 하는 것에 대해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첫째, '공시가격을 왜 현실화 해야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이다. 두번째는 '공시가격을 올려 세금을 올리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의문이다. 

정부가 공시지가를 현실화 하는 이유는 바로 세금에 있다.  서울시장 여당 후보가 9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해 공시지가를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낸 것을 보면 공시지가를 세금을 올리는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는 반증이다.

정부는 공시지가를 현실화하는 이유로 고가 부동산이 저가 부동산보다 시세에 비해 공시지가가 낮게 측정돼 있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점을 든다. 그렇다면 정부가 공시하는 가격이 현실에서 거래되는 시세와 비슷해야 하는 이유를 국민들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국민들은 아마도 비싼 아파트 보유자는 세금도 많이 내야 된다는 누군가의 주장만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을 지 모른다.

우선 공시가격을 왜 현실화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 정부는 공시가격을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활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계산할 때 근거가 되는 출발점이 바로 정부가 공시하는 공동주택가격이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공동주택가격에 공정시장 가액 비율을 곱해 계산한다.(공동주택가격☓공정시장가액비율). 이에따라 공시지가 또는 공정시장 가액 비율 둘 중에 하나라도 높아진다면 곱하기를 하는 계산 구조상 세금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문재인정부 초기 공정시장 가액 비율이던 70%를 단계적으로 올려 2022년이 되면 100%가 된다. 문재인 정부 중반 공시지가 현실화율 로드맵을 발표해 2030년까지 현실화율을 90%까지 올리겠다고 한 바 있다. 참고로 가격에 따라 다르지만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공시지가 현실화율은 60~80%수준이다. 

단순한 곱하기 계산구조를 감안하면 정부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기준이되는 공시지가율을 현실화함으로써 공시지가 자체를 올린 것은 증세를 위한 목적이외에 다른 답을 찾기 어렵다. 

두 번째로는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해 세금을 많이 걷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문제를 짚어보자.

여당과 정부는 실제 세금은 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앞에서 본 계산구조상 그럴 수가 없다. 아파트 가격이 올라 종합부동산세가 오른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공시지가 현실화율이 함께 올라 기름을 부은 것 역시 사실이다. 공시지가에 공정시장 가격을 곱한 금액이 세금 계산의 출발점이고 둘 중에 하나만 높아져도 세금은 오를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을 더 걷기 위해서는 설득과 동의가 필요하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세 세율을 올리고 싶다면 공시지가의 상승을 통한 세금의 인상효과가 아니라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부가 공시지가를 시세와 비슷하게 하려는 이유는 거래의 형평성보다는 증세가 목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는 공시지가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할 때 대만을 예로 들었다. 대만은 공시지가 현실화율이 높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대만도 현실화율이 높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예를 들지 못하고 대만을 예로 든 점도 특이해 보인다.  대만이 공시지가를 현실화해서 무엇이 좋은 지 들어본 적도 없고, 솔직히 우리가 대만을 왜 따라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풍선효과로 준조세인 건강보험료 등의 사회보험료가 함께 오른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과거에 비해 많이 걷으면서 국회의 동의나 설득은 전혀 없는 것이 조세 저항의 원인이다. 국민이 한 발 양보해 정부의 정책변화로 인해  세금이 올랐다고 해도 공시지가 현실화로 인한 세금인상은 국민에게 설득해야 하는 사안이다. 

정부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많아지는 이유를 아파트 가격 상승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부동산 보유만으로 내야하는 세금이다. 다만 미실현 손익이여서 조세저항이 크다. 그래서 설득이 더욱 필요한 세금이다.

앞으로 세금이 더 많아지면 1주택자라도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의 상당 부분을 당장의 미실현 손익에 대한 세금으로 내야하는 처지로 내몰릴수 있다.  ‘아파트 값이 올랐으니 세금을 내야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현행세법 하에서도 양도소득세를 낼 때 충분히 반영되고 있다.

아파트 차익을 실현할 때 이제까지 냈던 미실현 손익에 대한 세금은 차감해 주지도 않는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합하면 차익이 없지만 세금이 나올 수도 있다.
이같은 사안은 개개인에게는 매우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다주택자에 대한 제재나 부동산가격 안정은 국민 모두가 찬성한다. 다만 공시지가 상승은 1주택자라도 세금이 많이 나오게 만드는 요인이 되므로 정책 추진시 면밀한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1주택자라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해 아파트값 상승에 따라 세금을 더 내야한다는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사회적 분열을 조장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더 친절하게 증세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세금을 활용한 다주택자에 대한 부동산정책이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이제 슬슬 흘러나오고 있다. '부동산 안정'이 정책과제라면 세금은 답이 아닐 수 있다. 최소한 정책의 변화로 세금이 오른다면 모든 국민에게 설득과 동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정부 정책담당자들이 반드시 이같은 인식을 갖기를 기대한다. 

 

김국현 세무사 프로필

중앙대에서 경영학과를 졸업한뒤 서울대 경영학석사(재무관리)-가천대 회계세무학박사(세무학) 학위를 취득한 세무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현재 지승세무회계 대표세무사로, 가천대학교 겸임교수(세무학)로도 활동하고 있다.  세무사회 세무연수원 교수, 백제예술대학교 감사도 맡고 있다. 서초세무서 국선세무대리인과 영세납세보호위원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쳐 국세청 표창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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