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SR 임철순 주필]

한복과 김치가 원래 자기네 것이라 주장하던 중국 사람들이 이번엔 삼계탕도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간 음식이라고 우기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 백과사전은 삼계탕에 대해 “고려인삼과 영계, 찹쌀을 넣은 중국의 오랜 광둥(廣東)식 국물 요리가 한국에 전해져 한국을 대표하는 궁중 요리의 하나가 됐다”고 소개하고 있다. 물론 이에 관한 문헌이나 구전 기록 등 근거는 전혀 없다.

드라마에서 삼계탕 먹는 장면을 방영하며 “장백산(백두산)에서 나온 인삼을 이용해 만든 중국 전통 요리”라는 설명을 붙이기도 했다고 한다. 광둥성 남부에 돼지고기를 넣은 국물 요리가 있는 걸 이용해서 ‘삼계탕 공정’을 시도하는 것 같다는 게 음식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 김치와 중국의 파오차이(泡菜)는 제조방법과 모양, 섭취하는 영양소가 모두 다르다. 파오차이에는 유산균이 없다. 그런데도 중국인들은 “김치의 기원은 중국”이라고 강변한다. 중국 식품안전국가표준(GB)은 수입되는 김치를 파오차이로 표기토록 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알몸 중국인의 배추 절임영상. 중국과 중국산 김치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켰다. 
알몸 중국인의 배추 절임영상. 중국과 중국산 김치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최근엔 소금물 속에서 알몸으로 배추를 절임(세척)하는 중국 영상까지 공개돼 중국과 중국산 김치에 대한 혐오와 거부감을 키워주었다. 한복 등 의식주, 문화와 역사 등 전방위적 왜곡 움직임에 따른 반감까지 더해지면서, 국내에서는 반중(反中) 혐중(嫌中)감정이 치솟고 있다.

국내 패션브랜드의 뉴욕 한복광고. 중국 네티즌들은 한복이 자기네 옷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국내 패션브랜드의 뉴욕 한복광고. 중국 네티즌들은 한복이 자기네 옷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3·1절 102주년을 맞아 뉴욕 타임스퀘어에 한복 광고를 한 국내 패션 브랜드 라카이코리아는 중국 네티즌들의 항의 전화와 메일에 시달려야 했다. 이들은 한복이 명나라 때부터 자기들이 입은 한푸(漢服)에서 나온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라카이코리아는 중국이 동북공정을 멈추고 왜곡된 사실을 정정할 때까지 중국 판매를 무기한 중단하는 한편 도를 넘은 역사 왜곡과 무자비한 악플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민간의 이런 움직임에 비하면 한국 정부는 무사태평이다. 오히려 중국의 비위를 거스를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노영민 전 주중대사는 2017년 12월 5일 시진핑(習近平) 주석으로부터 신임장을 받으면서 방명록에 ‘만절필동 공창미래(萬折必東 共創未來)’라고 썼다. 만절필동은 ‘황하가 만 번 꺾여도 반드시 동쪽으로 흐른다’는 뜻으로, 제후들이 천자에게 충성을 서약하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 자세로 함께 미래를 창조해나가자니 대한민국 대사가 맞나?

임한택 전 루마니아대사는 6~7년 전 중국대사의 초청을 받고 중국 예술단의 부쿠레슈티 공연을 보러 간 일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아리랑’이 나와 중간에 퇴장한 뒤 외교부에 보고하고, 문화 왜곡 대응방안 검토를 건의했다. 하지만 이임할 때까지 아무런 지시를 받은 게 없다고 한다.

중국은 동북공정, 김치공정을 펼치고 교과서에 고구려와 수나라의 전쟁을 ‘내전’으로 기술하고 있다. ‘고구려 광개토대왕비’를 ‘진(晉) 광개토대왕비’라고 바꿔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통령이 중국 방문 길에 ‘혼밥’을 먹고, 취재 기자들이 중국 경호원들에게 폭행을 당했는데도 제대로 항의 한번 하지 못하니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중국인들이 설쳐도 세계적인 자랑 한글만은 자기네 거라고 우길 수 없게 돼 있다. 세종대왕님이 훈민정음에 “나랏말싸미 듕귁에달아(나라말이 중국과 달라)”라고 딱 못을 박아두셨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걸 ‘결계’쳐놓았다고 하는 모양이다. 어쨌든 세종대왕님은 이미 근 600년 전에 이 사태를 미리 내다보고 대비를 해놓으셨다.

우리말이 중국과 다르다고 못박은 세종대왕님 말씀.
우리말이 중국과 다르다고 못박은 세종대왕님 말씀.
한글은 이렇게 앞뒤를 바꿔 써도 말이 다 통한다. 
한글은 이렇게 앞뒤를 바꿔 써도 말이 다 통한다. 

그런데 이런 대왕님을 ‘조선구마사’라는 TV드라마가 멋대로 왜곡했으니 온전할 리가 있나. 외국인들 접대하는 기방(妓房) 장면에 난데없는 피단 월병 등 중국 음식이 나오고, 충녕대군이 시종처럼 구석에 서서 천주교 신부에게 술을 따르는 장면이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 프로그램이 없어지고 말았다. 참 딱한 일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좀스럽고 민망한’ 짓을 했다.

중국인들은 세종대왕 김구 윤동주도 조선족이라고 주장한다. 이러다가 통째로 한국이 중국 땅이라고 우기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우스갯소리 하나가 생각난다. 어느 날 “네 아들을 잡고 있으니 돈 2억 원을 보내라”는 전화가 왔다. “그래애? 지금 저 옆방에서 자고 있는 건 누구지?”하고 묻자 당황한 협박범은 “그, 그, 그놈은 가짜다!”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정신차리자. 이제부터 거꾸로 중국의 문화나 문물 중에서 우리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게 뭔지 열심히 힘을 합쳐 찾아보자. 그리고 세계 만방에 널리 길이 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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