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문상철 브리드컴퍼니&바이프로스트 대표

웹소설 콘텐츠-IP기반 비즈니스로 성장 드라이브

문상철 브리드컴퍼니 대표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문상철 브리드컴퍼니 대표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병주 기자] 종이책 시장은 흔히 사양산업으로 분류된다. PC와 인터넷의 보편화로 시작된 디지털의 물결은 모바일 디바이스의 등장으로 거센 파도가 돼 종이책 시장을 덮쳤다.

하지만 규모는 줄었어도 종이책 시장은 여전히 굳건하다. 정말 좋은 콘텐츠는 ‘소비’가 아닌 ‘소유’하고자 하는 독자들의 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 까닭에 최근에는 인기있는 디지털 콘텐츠가 종이책 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 역류현상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곤 한다.

19일 만난 문상철 브리드컴퍼니 대표는 기자를 만나자 마자 회의실 뒤편 책꽂이에서 뜯지도 않은 작은 박스 한 개를 가져왔다. 거기에는 마치 르네상스시대를 연상케 하는 필기체로 ‘도굴왕’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문 대표는 “도굴왕은 브리드컴퍼니의 대표 인기 웹소설"이라며 "웹 플랫폼상의 인기를 바탕으로 종이책 출간을 결정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도굴왕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각종 굿즈(Goods) 아이템과 OST도 선보이고 있다"면서 "반응도 꽤 좋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도굴왕' 처럼 잘 만들어진 웹소설 콘텐츠는 단순한 소설 그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다. 문 대표는 "파생 가능한 비즈니스모델도 다양하다"면서 "역량있는 작가를 발굴해 최고의 작품을 선보이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을 영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창업에 나선 웹소설 전문가

문상철 대표는 웹소설 업계의 손꼽히는 전문가다. 단순한 성과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웹소설 업계의 생태계에서 가능한 ‘선순환 구조’의 표본을 브리드컴퍼니 창업을 통해 생생히 보여줬다.

문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것은 6년여 전이다. 문 대표는 그 당시만해도 관련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로 통했다. 기존에 다니던 회사와 가고자 하는 지향점이 달랐던 그는 과감히 창업의 길을 선택했다. '내가 생각하고 추구하는 방향을 오롯이 나의 회사에 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은 결국 문 대표를 창업의 길로 이끌었다. 

그는 역량있는 작가 몇 명 힘을 합치되 사무실 직원을 포함해 10여명 남짓의 작은 회사를 꿈꿨다. 문대표는 마침내 브리드컴퍼니라는 자그마한 회사를 창업했다. 시작은 말 그대로 소박했다.

운영에는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작지만 소소한 즐거움도 누렸다. 하지만 그가 이러한 선택을 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문 대표는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현실적으로 많은 작가와 함께하면 좋겠지만, 사실 모든 작가가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작가들을 관리하는 회사 입장에선 꽤 난처한 상황에 봉착할 수 있죠. 잘나가는 작가와 그러지 못한 작가 사이에서 고민도 많이 할 테고요. 그래서 저는 그야말로 회사차원에서 집중 케어가 가능한 소수의 작가들과 함께하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그에 따른 리스크는 생각하기 나름이기에 망설임이 없었죠. 물론 지금은 많이 다릅니다. 시장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를 시도한 것뿐이니까요.”

문 대표는 브리드컴퍼니 창업을 통해 웹소설 생태계에서 가능한 선순환 구조의 모델을 보여줬다. 사진. 구혜쩡 기자.
문 대표는 브리드컴퍼니 창업을 통해 웹소설 생태계에서 가능한 선순환 구조의 모델을 보여줬다. 사진. 구혜쩡 기자.

그가 회사를 창업했을 당시, 국내 웹콘텐츠 시장은 그야말로 폭풍성장의 시기였다. 거대 자본과 플랫폼이 들어오면서 시장 규모가 팽창했고, 메가히트를 맛본 웹소설‧웹툰 작품이 줄줄이 등장하던 때였다.

웹콘텐츠 시장이 급성장하자 자연스레 작가들도 늘어났다. 브리드컴퍼니처럼 관망세를 보이던 업체들도 인기 작가 영입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문상철 대표 역시 가만이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적극적으로 신인작가 육성에 나섰고, 관리에도 공을 들였다. 이때부터 브리드는 본격적인 ‘웹소설 작가 에이전시’로 거듭나게 된다.

문상철 대표는 “많은 작가를 보유한 에이전시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이같은 트렌드를 따라가게 됐다”며 “그간의 성과도 나쁘지 않았기에 역량을 인정받은 작가부터 잠재력이 풍부한 신진 작가까지 많은 인재들이 브리드컴퍼니와 함께할 수 있었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웹소설 생태계의 선순환 필요

브리드컴퍼니는 업계에서 ‘바람직한 웹소설 생태계의 선순환 모델’로 꼽힌다.

이 회사가 '생태계의 표준'으로도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브리드컴퍼니와 함께 문상철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바이프로스트’라는 기업의 존재 때문이다.

현재 문 대표는 웹소설 작가 에이전시 ‘브리드컴퍼니’와 브리드컴퍼니의 작품을 활용해 IP비즈니스를 전개하는 기업 ‘바이프로스트’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바이프로스트는 웹소설의 번역 및 수출, 웹툰을 활용한 ‘굿즈’와 ‘OST’ 제작 및 유통, 드라마 제작 투자 등을 아우르고 있다. 역량이 쌓이다보니 요즘에는 여타 에이전시가 보유한 IP의 2차 저작물 제작 의뢰도 받고 있다.

창작을 하는 작가, 창작물과 작가를 관리하는 에이전시, 그리고 창작물을 활용해 다양한 비즈니스 사업을 펼치는 기업이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한다는 것이 문대표의 지론이다. 문 대표는 "이러한 세 가지 요소가 유기적으로 돌아야 웹소설 시장의 성장도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문 대표는 “사업을 하다보면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웹소설을 하다보면 웹툰도 만들고 싶고, 웹콘텐츠가 인기가 있다면 이를 활용한 2차 저작물 사업이나 해외진출을 하고 싶어진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진짜 문제는 이 모든걸 소위 ‘나 혼자’ 다하려고 하는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문대표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해당 사업 분야의 전문기업과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브리드컴퍼니는 여러 협력사들과 함께 2차 저작물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상철 대표가 웹소설 '뜨거운 홍차' 단행본을 들어 보이고 있다. 뜨거운 홍차는 올해 중 드라마화돼 방영될 예정이다. 사진. 구혜정 기자.
문상철 대표가 웹소설 '뜨거운 홍차' 단행본을 들어 보이고 있다. 뜨거운 홍차는 올해 중 드라마화돼 방영될 예정이다. 사진. 구혜정 기자.

문 대표가 바람직한 웹소설 생태계, 나아가 성장하는 웹소설 시장을 위해 특별히 신경쓰면서 노력하는 분야가 바로 ‘저작권 문제’다. 그는 국내외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불법 저작물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불법 저작물이 근절돼야 비로소 시장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단순한 계도활동만으로 이 문제를 바로 잡기는 결코 쉽지 않다”며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강력한 처벌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한편 해외에서의 불법 저작물 문제는 제대로 번역된 정품 콘텐츠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문대표의 설명이다. 물론 국내 콘텐츠의 외국어 번역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다만 번역 전문가나 해외 현지 교민들을 적절히 활용해 공동작업을 펼친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문 대표의 생각이다.

문 대표는 “특히 저작권 보호의 문제는 업계 뿐 아니라 정부측 유관기관도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문제”라며 “정부측의 현실성 있는 해결책 마련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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