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소매금융 부문 철수 가능성 시사

현실화 될 경우 금융지주사 중심 '인수전' 예상

한국씨티은행 본점 사옥. 사진. 씨티은행.
한국씨티은행 본점 사옥. 사진. 씨티은행.

[미디어SR 김병주 기자] 씨티그룹의 한국시장 철수설이 불거진 가운데 한국씨티은행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금융, 자산관리(WM)분야에 강점을 가진 한국씨티은행을 인수합병(M&A)하기 위한 주요 금융사들의 물밑 접촉이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한국, 태국, 필리핀,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소매금융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일단 당장의 사업 정리보다는, 현지 금융사에 매각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아직 본사로부터 구체적으로 전달받는 내용은 없다”고 귀띔했다.

다만 한국씨티은행의 철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실 그동안 한국씨티은행 철수설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구조조정 시즌마다 반복돼왔는데 실제 철수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이전과는 조금 다르다. 일단 한국 금융시장 내 씨티은행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씨티은행의 순이익은 1611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감소했다.

무엇보다 미국 현지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로 손꼽히는 제인 프에이저 씨티그룹 CEO의 의지가 강하다는 점은 이번 설의 현실화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근거로 언급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때문인디 국내 금융업계에서는 벌써부터 한국씨티은행의 매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한국씨티은행은 소매금융(개인 및 개인사업자 대상 금융)보다는 기업 및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 부문에 주력해왔다. 해당 분야에서는 여전히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직 규모 역시 매각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준이다. 지난 2020년 3분기 기준 한국씨티은행의 임직원 수는 3503명, 점포수는 43개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SC제일) 가운데 가장 단출한 규모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상당수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씨티은행 매각설이 현실화 될 경우, 국내 금융지주사·저축은행을 중심으로 M&A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특히 WM과 같은 비은행부문 강화를 천명한 몇몇 금융지주사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예측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이미 M&A·조직 신설 등 비은행부문 및 WM부문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힌 금융사들의 행보를 예의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일각에서 언급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M&A 시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비대면·무점포라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한계가 명확한 만큼 대면영업이 대다수인 WM부문에 관심을 둘 여력은 적다는 것이 이유다.

주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리테일 금융, 즉 개인 고객 대상 예적금·대출 등의 서비스에 우선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쳐왔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인터넷전문은행과 같은 전자금융업체들은 기존 은행들에 비해 WM·투자은행(IB)·무역금융 분야에 접근이 어렵다”며 “시중은행들은 이미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WM 등의 분야에 더욱 집중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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