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재개 한달 여 앞두고 금융당국-투자자 간 갈등 지속

미국 '게임스톱 운동'에 국내서도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 주장

금융당국 '공매도 재개 시점 연기' 논의에 기관-투자자 주목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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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SR 김병주 기자] 최근 미국 주식시장에서 게임스톱(GameStop) 주식을 둘러싸고 벌어진 공매도 세력과 개인투자자간 ‘주식 전투’가 국내 공매도 재개 논란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주목된다.

일부 개미투자자들 사이에서 특정 종목을 활용해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을 벌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응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3월 중순으로 예정된 공매도 재개 시점을 앞두고 재개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애당초 금융위는 일부 개인투자자들과 여당의 반대 속에서도 ‘예정대로 공매도를 재개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최근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 정부에 공매도 재개를 권고하는 등, 굴지의 해외 기관에서도 금융당국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반면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재개에 반대를 하고 있다. 공매도 재개가 3000지수를 돌파하며 상승세를 탄 국내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는 국내 주식시장의 역대급 호황으로 상당한 수익을 거둔 개인투자자들의 개인적 우려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리면 이를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갚는 투자 방식이다.

주가가 하락할수록 공매도 투자자에게는 이익이다. 일반적으로 공매도는 기업 및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제도로 알려져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초, 코로나19 대유행 직후 폭락한 금융시장의 추가 폭락을 막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공매도를 금지했다. 이후 2차 대유행과 맞물려 한 차례 연장돼 오는 3월15일 종료될 예정이다.

반면 금융당국에서는 현재 주식시장이 과열된 상태라는 인식하에, 공매도 재개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공매도가 증시에 낀 거품을 제거해주는 효과적 제도라는 인식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각자의 상황에 따라 공매도 제도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공매도가 주식시장에 낀 과도한 거품을 일정부분 제거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 금융당국과 정치권, 기업‧외국인 투자자 간 갈등이 심화되는 와중, 미국에서 날아온 ‘게임스톱’ 이슈는 국내 공매도 논란에 새로운 도화선이 되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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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톱 이슈'는 미국 주식시장에서 기관 투자자에 대항해 개인투자자들이 ‘게임스톱’ 주식을 대량 매수, 주가를 폭등시킨 사건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새해 들어 게임스톱 주가가 1600% 이상 폭등했고, 개인투자자들의 ‘반 공매도’ 운동 또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기준 게임스톱의 뉴욕거래소 종가는 전일 대비 67.87% 오른 325달러를 기록했다. 

미국발 게임스톱 이슈는 마침 비슷한 논란이 불거진 한국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을 벌이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국내에서 공매도 잔고 비율이 높은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코스닥 상장) 등의 종목을 보유한 주주연대와 연합해 공매도 세력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한투연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객관적인 기준과 수치를 기반으로 공매도 유지 및 철폐 여부를 논의해야한다”며 “국내 개인주주들의 지원을 기반으로 공매도 청산을 유도한 후, 나아가 미국 내 개인투자자인 로빈후드와도 연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투연 홈페이지에는 셀트리온, 에이치엘비의 외국인‧기관 투자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공매도 움직임에 대응하자는 개인투자자들의 ‘인증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1일 기준 셀트리온 주가 현황. 캡쳐. 네이버.
1일 기준 셀트리온 주가 현황. 캡쳐. 네이버.

실제로 주식시장에서 셀트리온은 1일 기준, 전날보다 14.51% 급등한 37만1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한때 38만3000원까지 치솟으면서 18% 넘게 오르기도 했다.

다만 금융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금일 상승은 치료제 허가 및 해외 시장 계약 가능성에 따른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한투연과 개인 주주들의 공매도 철폐 움직임과는 큰 연관성은 없어보인다"라고 귀띔했다. 

한편 금융당국이 내달 중순으로 예정된 공매도 재개 시점을 연기할 수도 있다는 점을 밝힌 것은 또 하나의 변수다. 이미 금융당국은 오는 6월까지 개인주주들의 공매도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시스템 및 제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한 실무 협의도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금융당국과 주요 증권사 간 시스템 구축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각의 예상처럼 공매도 재개 시점을 3개월 더 늦출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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