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중연 미디어SR 대표.
전중연 미디어SR 대표.

[미디어SR 전중연 대표]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발생 초기 ‘원인 불명의 폐렴’일 뿐이었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의 바람을 저버린 채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삶 깊숙이 침투해있다.
 
팬데믹(전염병이나 감염병이 범 지구촌으로 대유행하는 것)은 안타깝게도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치명적이었다. 돌봄 노동자, 콜센터 직원, 요양원에 머무는 노인 등은 방역이 취약한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는 기업의 극단적 양극화를 부추기는 하나의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IT, 특히 전자상거래 사업과 비대면 사업, 마스크 제조업 등 호황을 누리는 사업도 일부 있다. 하지만 여행업, 숙박업, 항공업, 호텔업 등은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겨 회사를 접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중소 상공인들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크고 작은 기업이 도산의 공포에 사로잡혀 하루하루를 가슴 졸이며 보내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직원의 80%가 무급휴직을 1년 가까이 이어가는 업체도 있을 정도다. 

코로나19 환경이 언제 종식될지 그 누구도 알 수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최근 한국은행은 2020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10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1년 전(3만2115달러)에 비해서는 1000달러 가량 줄어든 수치다.

세계적으로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게 되면 즉 선진국 반열에 오르면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 수준이 달라진다. 개발도상국 지위로 사회적 책임을 피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국내 기업이 해외 주요 국가에서 선진 기업들과 경쟁하면서 개발도상국 지위로 배려받는 시대는 끝난 셈이다. 최근 대기업, 주요 금융기업이 앞다퉈 탈석탄 선언과 사회적 책임 활동을 선언하는 것도 이같은 추세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2021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모든 기업이 특정 제품을 만들 때 설계하는 단계부터 단순히 소비자뿐 아니라 소비자의 친구, 가족, 직장 동료와 같은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한 책임을 의미한다.

모든 기업은 계획을 세우고 움직인다.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는 예산을 편성하고, 그 예산에 맞는 인력 운용과 전체적인 그림을 그린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택배 사업자의 택배 노동자들의 처우개선도 물론 중요하지만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코로나 사태는 극적으로 나아지지 않을 테니, 그럼 이 상황에서 어떤 것이 최선인 건지 고민해야 한다. 

전자상거래 사업자 입장에서 사회적 책임을 좀 더 분명하고 선명하게 그리려면 사업 계획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물량이 너무 많지 않은지, 시장의 요구가 지나치게 빠른 배송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어떤 제품을 생산할 때 제품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행복해야 한다. 그러니 배달자의 행복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이다.

아주 조금만 바꿔도 노동자의 삶이 바뀔 수 있고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는 것이 곳곳에 널려 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기업은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기부를 더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거기서 일하는 모든 이의 삶의 만족도가 더 높아지면 그것이 사회공헌이다.

예전엔 기업을 ‘이익 추구 집단’으로 인식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익을 많이 낸 기업이 국민의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제품 가격을 5만원 받아도 되는 것을 무리하게 7만원 받았느냐고 묻는 식이다.

다시 말해, 상품을 설계할 때 이해관계자들이 골고루 행복할 수 있도록 상생하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자기 배만 불리는 기업은 오래도록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특히, 지방에 있는 대부분의 제조단위 공장은 수익의 일정 수준 이상을 그 지역 발전에 공헌했는지 평가받아야 한다. 앞으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수준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이미 2020년부터 전국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지역 사회공헌 평가점수가 기관장 평가와 기관 평가에 반영이 시작됐다. 사회공헌 평가 배점은 무려 24점이다. 소속 기관 모든 구성원의 성과 보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익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박수받는 시기는 끝났다. 이익을 내는 과정까지 훌륭해야 좋은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본 칼럼은 사회복지법인 홍익인간 소식지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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