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한 구조조정·M&A 성사시켜온 승부사

'두 번째 기업회생' 쌍용차에도 통할지 주목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 KDB산업은행.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 KDB산업은행.

[미디어SR 김병주 기자] ‘승부사’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다시 칼날을 빼들었다. 대상은 바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쌍용자동차다.

숱한 구조조정과 빅딜을 성사시켜온 이동걸 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이번에도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12일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기업회생을 신청한 쌍용차에 '노사 단체협약 유효기간 3년 연장',  '흑자 전환에 성공할 때까지 일체의 쟁위 행위 중지'를 요청했다.

특히 이 회장은 “이중 한 가지라도 지키지 못할 경우, 단돈 1원의 지원도 없을 것”이라며 “정말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협의에 임해주길 바란다”라며 강하게 압박했다.

그는 “지난번 간담회에서 말했듯 돈만으로 기업을 사는 것도, 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이번에 신규 투자가 성사된다고 해도 성사된 투자가 다시 부실화되면 그것으로 쌍용차는 끝난다는 점을 노사는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쌍용차의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는 쌍용차의 법정관리 유예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말까지 보유한 쌍용차의 지분 74.7%를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마힌드라는 지분 매각과 관련한 잠재적 투자자와 협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협상 기업에 대한 정보는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동걸 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이번 간담회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이동걸 회장은 금호타이어, 대우조선해양, 동부제철, 현대상선 등 많은 기업의 구조조정과 M&A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최근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빅딜’을 성사시키며 승부사의 면모를 뽐내기도 했다.

이 회장의 원칙은 확고하다. 결국 ‘독자생존’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조정과 M&A도 결국 독자생존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만 적용가능하다는 입장도 줄곧 강조해왔다. 실제로 이동걸 회장은 수차례 “구조조정 중인 기업이 채권단의 지원 없이도 독자생존이 가능한지 최우선으로 검토한 후, 가능성이 있다면 지원이나 매각 등을 통해 정상화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말해온 바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장. 사진. 구혜정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장. 사진. 구혜정 기자

이번 쌍용차 관련 언급도 그의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 회장이 내건 두 가지 조건을 지키는 모습을 통해 채권단의 지원 없이도 독자생존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그의 원칙은 지난 2017년 산업은행 회장에 취임한 이후, 단 한번도 흔들리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동걸 체제의 산업은행이 보여준 지난 3년여간의 모습은 마치 IMF위기속에서 일사분란하게 기업 구조조정을 지휘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며 “이동걸 회장이 26년만에 연임에 성공한 산은 회장으로 기록될 수 있었던 데는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난제는 여전하다. 당장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이동걸 회장의 발언이 나온 직후, “쌍용차의 위기는 노사관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대주주 마힌드라의 약속 어기기와 산업당국의 외투기업 정책부재가 만든 비극”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미 쌍용차가 11년째 무쟁의 사업장인 점을 지적하며 “책임이 없는 노동조합을 끌어내 당신들 탓이라고 겁박하는 것은 책임 떠넘기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러한 노동계의 반발 속에서도 이동걸 회장의 생각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 회장은 숱한 구조조정과 M&A 과정에서 불거진 노조와의 갈등을 항상 정면돌파해왔다.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경영진은 물론 노조,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는 원칙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동걸 회장은 “일방적으로 노조를 핍박하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한다”며 “쌍용차를 살리자는 마지막 각오로 부탁하는 것이니 꼭 들어주길 바란다”는 말로 원만한 해결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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