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대은행(사)함께만드는세상 문태화 미래사업팀 팀장

사회연대은행(사)함께만드는세상 문태화 미래사업팀장  사진. 구혜정 기자
문태화  사회연대은행(사)함께만드는세상 미래사업팀장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권해솜 객원기자] 이런 퀴즈가 있다. "주식과 닮은 꼴이다. 잠재적 가치가 있는 우량주를 믿고 굴렸더니 생각보다 수익도 많이 생겼다. 뭐든 알아서 척척 하고 필요할 때 도움도 되니 요긴하게 잘도 쓰인다. 몇 년 전만 해도 블루오션이라며 너도나도 뛰어들었다가 지금은 발 뺀 이들도 적지 않다."

정답은 '시니어 사업'이다.

시니어사업에 투자한 것이 '똑똑한 투자'였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났다. 사회연대은행 (사)함께만드는세상(이하 사회연대은행)의 문태화 미래사업팀장이 바로 주인공이다. 

“2013년부터 KDB나눔재단의 후원으로 7년째 ‘KDB시니어브리지’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KDB산업은행도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이 많은 회사입니다. 재단을 통해서 다양한 복지단체에 지원하는데 그중 하나죠. ‘KBD시니어브리지아카데미’라는 교육 프로그램이 중심입니다. 올 하반기 25기까지 교육을 마쳤고, 733명이 수료했습니다.”

문태화 팀장의 청산유수같은 설명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문 팀장이 속한 사회연대은행의 정식명칭은 (사)함께만드는세상이다. 2002년 발족해 2003년에 한국형 마이크로크레딧으로 복지금융사업을 시작했다. 일반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 대학생, 중장년 등 취약계층에 1.5~2% 저금리로 대출해 주는 사업이다. 2008년부터 사회적기업이 됐고, 2011년도부터 학자금 사업도 병행해왔다. 

“‘사회연대은행’은 브랜드명입니다. 금융권이 아니면 ‘은행’을 쓸 수 없어요. (사)함께만드는세상은 돈을 빌려주는 비영리기관이다 보니 처음부터 ‘사회연대은행’이란 이름으로 많이 알려졌죠. 이름은 기억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은행’이므로 돈이 많을 것이라는 지레짐작 때문인지 개인후원자가 거의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은행’인 셈이죠(웃음).”

장기플랜으로 ‘실천하는 시니어’를 육성한다 

시니어 사업은 단숨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문 팀장은 7년의 세월을 '쏟아붓는 시간'으로 압축했다. 사회적 고정관념 탓에 시니어 복지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지원기관에서 봤을 때 ‘시니어’라고 하면 보통 ‘어려운 분인가?’라는 의문을 갖는 모양입니다. 정말 어려운 독거노인을 돕는 것을 복지라고 생각하거든요. 이곳은 사회에서 상당한 위치에 있었던 분들이 오시는 곳입니다. 문제는 이분들을 지원하는 것이 복지가 아니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시니어는 복지의 대상이기도 하면서, 복지를 실천하는 나눔 활동가라는 두가지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어 이 사업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지금 당장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돕고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인 문제가 심각해지는 시점에서 은퇴자의 사후 관리와 사회 참여를 독려하는 일 또한 반드시 챙겨야하는 '복지 영역'이라는 것이 문 팀장의 지론이다.

“현역 시절 CEO나 지점장으로 살다가 갑자기 은퇴자 신분이 되면 심리적인 절벽을 느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분들에게 은퇴 이후의 삶을 사회공헌이나 사회참여 활동으로 방향을 잡아주면 충분히 제2 인생 설계를 하실 것으로 믿었습니다. 사회적 활동을 열심히 하시던 분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게 되면 노인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다행히 후원재단의 모체인 KDB산업은행이 시니어 문제에 대한 인식과 발상의 전환을 실천하고 있었다. 요즘 은퇴자들이 1960~1970년대 산업역군이던 베이비붐 세대라는 점을 떠올리면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재단 측은 이같은 판단아래 초기에 시니어 일자리 창출에 대한 사업을 제안했다. 사회연대은행은 ‘일자리는 국가가 책임질 일’인 만큼 '사회공헌 일자리와 시니어의 사회 참여'로 복지의 방향을 정립했다.

“아카데미를 만들어서 시니어를 모이게 하면 사회공헌활동으로 자연스레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심리적인 안정감과 함께 자존감도 높일 수 있으니까요.”

사회연대은행(사)함께만드는세상 문태화 미래사업팀 팀장  사진. 구혜정 기자
문태화 미래사업팀장이  복지의 방향을 '사회공헌 일자리와 시니어의 사회 참여'로 정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사회연대은행은 시니어에게 아카데미 수업을 통해 실질적으로 직무에 필요한 교육을 하고 있다. 자신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 기여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실무 기술이 없어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시니어에게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이다. 대중 앞에서 말을 잘하는 스피치 요령부터, PPT 자료 만들기, 어디서 어떻게 일을 찾는지 등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을 마친 다음에는 모의 강의도 합니다. 모든 과정을 시니어 스스로 해결을 해야 하죠. 수강생 모집은 물론, 모의 강의를 하는 날에는 본인이 만든 PPT 자료를 빔프로젝트와 연결해 스크린에 제대로 설치하는 것까지 다합니다.”

지금까지 대우받고 살았고, 시니어로서 권위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른 사람들이 본인을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는지 이 과정을 통해 체험하게 된다. 그다음 현장으로 나간다. 

“취약계층이나 어려운 이웃을 대상으로 사회공헌을 할 수 있게 도와드립니다. 경로당에서 공감 교육을 한다든지, 복지지원센터에 미술 교육을 한다든지, 학교에 가서 드론 교육을 하기도 합니다.  본인의 재능을 펼칠 수 있게 해드리는 거죠. 시니어 세대의 활동은 더 나아가 자원의 선순환입니다.”

기업이나 단체가 나서는 것이 아니고, 시니어가 움직이니 시니어들 스스로 자생력도 생긴다고 한다. 지속가능한 사화공헌 활동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이렇게 ‘KDB시니어브리지아카데미’는 실질적으로 모이고, 함께 고민하고 나아갈 수 있는 그들만의 인맥의 장으로 성장했다. 아카데미 교육을 마치면 ‘시니어브리지 사회공헌 활동’의 정식 회원이 된다. 

“교육이 끝났다고 다 끝난 게 아닙니다. 이 분들이 동아리 혹은 아이디어를 내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단체를 만들겠다고 하면 심사를 거쳐 100만 원에서 500만 원까지 지원해드립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만들어진 커뮤니티 단체가 25팀, 239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앙코르브라보노 협동조합, 희망나눔세상,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 등 다섯 개 팀은 비영리 사단법인과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사업도 7년 쯤 되니 수료한 시니어들이 자발적으로 총동문회를 조직해 5년 째 활동 중이다.

니어 스스로가 자원이 되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뭔가 수익이 있어야 계속할 수 있는 것이 사업이다. 지원만 하는데 돌아오는 것이 있을까.

“무한정으로 지원을 했잖아요. 그랬더니 이분들이 자원이 되어 있었어요. 아카데미를 수료한 교육생 중 금융권 출신이 50% 정도이고, 교장 선생님이나 CEO, 대기업 임원도 있답니다. 이분들이 사회연대은행이 벌이고 있는 다른 분야에서 컨설팅을 하시거나 서포터즈로 움직여 주시죠.”

대표적인 서포터즈 활동은 두 가지다.

마음이음 서포터즈는 저금리 대출이 필요한 이들에게 홍보를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심전심 서포터즈는 사회연대은행을 통해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 중 연체자들에게 전화를 건다. 체납, 연체 독촉이 아니라 오히려 고충을 들어주고 독려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 완전히 다르다. 

“저희로부터 학자금 지원을 받는 학생 대부분은 집안 사정 때문에 3‧4 금융권에서 30% 이상 되는 고금리 학자금 대출을 쓰고 있더군요. 그 것을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에서 지원받은 자금으로 2%로 학자금 대출로 바꿔줬습니다. 다만 고금리 대출을 받았던 학생은 이자가 2%라도 연체될 수밖에 없어요. 부모가 자식 이름으로 대출받은 경우이고, 다중 채무일 가능성이 높죠. 이심전심 서포터즈는 연체된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서 고충을 들어줍니다. 조금이라도 대출을 갚을 수 있도록 이야기도 해주고요.”

취업하면 명함을 보내주고, 매월 희망, 소망, 꿈 이야기 등으로 구성된 감사 문자를 학자금 대출을 받았던 대상자에게 보내왔다.

“올해 수기 공모를 처음으로 받았습니다. 다들 보통 은행에서는 독촉 전화가 오는데 왜 여기는 이런 문자를 보내오느냐는 게 많았습니다. 이 친구들을 사랑으로, 어른의 마음으로 관리해주시는 분들이 이심전심 서포터즈 시니어들이시죠.”

이렇게 ‘KDB시니어브리지아카데미’를 통해 인연을 맺은 시니어들은 사회연대은행에서 유치하는 복지사업에서 금융에 관한 기초상담과 전문 컨설팅을 한다. 사회봉사, 비영리단체 설립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선배 세대로서 활동하고 있다. 

“성과는 저희에게 돌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이곳을 거쳐 간 시니어들이 내는 성과를 실적으로 보는 것이죠. 마침 이번에 KDB나눔재단이 한국능률협회에 의뢰해 KDB시니어브리지의 정량적 성과를 측정한 결과가 나왔죠. 1억원을 투자했을 때의 효과를 돈 환산했을 때 6억7600만 원 정도로 매출을 잡았습니다. 저희는 처음부터 이익을 내려 한 게 아니라, 시니어 세대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자 한 것입니다. 그런데 쉽지 않은 분야인 건 사실입니다(웃음).”

시니어에 대한 복지사업이 기관의 사명과 비전에 적합한지 사회연대은행 내부에서도 논의는 계속된다고 했다. KDB나눔재단은 내년까지 시니어브리지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사실 현재로서는 시니어 사업을 함께 하자고 나서는 곳이 별로 없다. 그런데도 어떻게 해서든 이 사업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고 문 팀장은 강조했다. 확신이 담긴 발언이어서인지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요즘은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 쪽으로 많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체로 시니어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 이 길이 맞았다는 거죠. 지금 저희가 이분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잖아요, 반대로요.” 

경험과 경륜이 있는 은퇴자의 노동을 사회공헌이라는 이름과 약간의 수익을 가지고 사용할 수 있고, 수혜자는 고급인력을 값싸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시스템이라는 것이 문팀장의 생각이다.

“사회사업의 이익은 가치 창출입니다. 시니어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일익을 하면 사회공헌에도 일조하지만, 세대통합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심전심서포터즈 이외에도 KDB시니어브리지 출신 시니어의 역할이 큽니다. 사회공헌이라는 하나의 가치를 가지고 세대를 통합할 좋은 기회를 시니어 복지사업을 통해서 알게 됐습니다.” 

언제 어떻게 돈 되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점점 나이 들어가는 시대, 조금 먼 미래를 생각해 시니어분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접점 찾기가 아직은 힘들 뿐이다. 하나씩 만들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사회연대은행(사)함께만드는세상 문태화 미래사업팀 팀장  사진. 구혜정 기자
사회연대은행(사)함께만드는세상 문태화 미래사업팀 팀장  사진. 구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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