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핑크 박초롱. 사진. ㈜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에이핑크 박초롱. 사진. ㈜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에이핑크 박초롱이 영화 ‘불량한 가족’으로 스크린 데뷔에 나섰다.

그동안은 리더로서 참는 법과 책임감을 배웠다면, 이제는 연기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단다.

성급하게 가기 보다는 묵묵히 잘할 수 있는 캐릭터를 해나가고 싶다는 박초롱. 앞으로 그가 보여줄 새로운 행보에 기대가 쏠린다.


Q. ‘불량한 가족’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는데...
박초롱:
마냥 설레고 좋기보다는 생각이 더욱 많아졌어요. 연기에 대해 더 많은 책임감이 들었거든요.

Q. 가수로는 10년차가 됐지만 배우로서는 이제 첫 단추를 끼운 셈이에요. 이번 작품에 출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초롱:
가족이라는 주제가 좋았어요. 그동안 작품을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늘 제가 맡은 캐릭터는 부모님이 안 계셨거든요. 작품들을 보면서 가족애를 원했던 터라 ‘가족 영화’라는 이야기에 마음이 끌렸어요. 덕분에 작품을 하면서 극 중 아버지였던 박원상 선배님께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어요.

Q. 배우로서 대선배인 만큼 여러 조언을 들었을 것 같아요.
박초롱:
영화도 처음이고 평가를 받는 자리도 처음인 만큼 마음속에 많은 생각들이 있었는데, 선배님이 좋은 쪽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여러 말씀을 해주셨어요. “네가 생각했던 방향이었고 이미 촬영은 끝난 데다 영화는 개봉했으니 아쉬운 것만 생각하지 말고 배우고 얻어간 것들을 생각하면 좋겠다”, “아쉬웠던 건 기억해뒀다가 다음에 개선하면 된다”와 같은 조언해주셨죠. 극 중 유리가 아빠와 대면할 때 유일하게 감정을 드러내는데, 그럴 때에도 제 감정과 유리의 감정에 대해 여쭤보시며 연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에이핑크 박초롱. 사진. ㈜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에이핑크 박초롱. 사진. ㈜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Q.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배운 건 무엇이었나요.
박초롱:
저를 표현하는 방법이었어요. 제가 보수적인 편이기도 하고, 억압할 수밖에 없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는 틀 안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잘 하지 못하는 편이에요. 하더라도 혼자 죄책감을 느끼거든요. 그런데 연기를 할 때면 제가 아닌 다른 캐릭터가 되기도 하고, 죄책감 없이 다른 성격이 되어볼 수 있어서 좋아요. 좋으면서 또 어렵기도 하지만요(웃음).

Q. 한 그룹의 리더로서 늘 절제를 해야 했군요.
박초롱: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터놓고 할 수 있는 자리가 없기도 했어요. 다 동생들이다보니까 제 고충을 전부 표현할 수는 없으니 스스로도 억압을 했고, 제가 잘해야 동생들도 잘할 것 같아서 삐뚤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해왔죠. 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표현을 잘 하지 않게 되고 너무 제 자신을 가둬놓는 건 아닌가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Q. 집단을 이끈다는 건 큰 책임이 따르는 동시에 자신에게 더욱 엄격해져야 하죠. 답답함을 느끼는 순간도 있었을 것 같아요.
박초롱:
답답함을 느끼지도 못했어요. 리더라는 자리는 책임감이 너무나도 필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그저 ‘나는 이렇게 해야 해, 이게 맞아’라고만 생각했어요. 이게 답답한 생각이라는 건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멤버들이 저 때문에 숨이 막혔을 수도 있었겠다 싶더라고요. 사실, 팀 생활이라는 게 참 어렵잖아요. 다들 낯설었을 텐데 제가 너무 팀에 대해서만 이야기한 게 부담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좀 내려놔야겠다고 생각했죠.

Q. 언제쯤 그런 생각을 하게 됐나요?
박초롱:
정확히는 2016년이었어요. 이전까지는 바쁘기도 했고 멤버들과 맞춰가는 과정이었거든요. 하지만 저도 나이가 들고 팀으로서도 연차가 쌓이면서 멀리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에이핑크라는 팀을 넘어 멤버들을 보게 됐는데, 저 때문에 힘든 부분도 있었겠다 싶어서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이 함께 들었어요.

에이핑크 박초롱. 사진. ㈜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에이핑크 박초롱. 사진. ㈜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Q. 이런 걱정과는 다르게, 에이핑크 멤버인 손나은, 정은지는 인터뷰를 통해 에이핑크라는 팀에 대해 애정을 보여줬어요. 특히 손나은은 자신과 제일 친한 친구가 에이핑크라고 주저 없이 말하더라고요.
박초롱:
정말 고마울 따름이에요. 저희가 10대 이후로는 에이핑크로서 살아오다 보니 가족이나 다른 친구보다도 멤버들을 제일 많이 봤어요. 서로의 가장 친한 친구인 셈인 거죠(웃음). 사실 저희 팀이 순탄하게 온 그룹은 아니에요. 겉으로는 어떻게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연습생 때부터 지금까지 오며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러다 보니 저희끼리 더욱 똘똘 뭉치게 됐어요. 저도, 멤버들도 그룹에 대한 애착이 정말 큰 편이에요. 리더로서는 고맙기만 해요.

Q. 리더로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자 했던 경험이 연기에도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박초롱:
저는 이번에 연기하며 제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제가 제 자신을 알아야 또 다른 캐릭터에 몰입하고 표현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런데 멤버들과 속 깊은 이야기를 할 때면 배우는 게 많아서 도움도 받았어요. 팀 활동을 통해 인간관계에 대해 많은 것들을 배웠고, 그런 것을 통해 저조차 모르던 저를 많이 알게 됐어요.

Q. 내가 알게 된 ‘박초롱’은 어떤 사람인가요?
박초롱:
예전의 저는 꽉 막힌 사람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봐도 참 답답하다 싶을 정도거든요. 그런데 요즘에는 다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리더를 맡으면서 책임감도 많이 생겼고요.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하는 편이고, 제가 하는 일을 너무나도 좋아해요. 하지만 이렇게 표현은 할지라도, 역시나 저를 안다는 것은 어려운 것 같아요. 하하.

에이핑크 박초롱. 사진. ㈜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에이핑크 박초롱. 사진. ㈜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Q. 리더로서 다른 멤버를 챙기느라 자기 자신을 챙기지 못했던 순간도 있었을 법한데.
박초롱:
솔직히 있긴 했어요. 하지만 제 본업은 가수이자 그룹 ‘에이핑크’잖아요. 에이핑크로서 최선을 다했고 진심으로 일을 해왔어요. 그리고 이제는 에이핑크로 10년 간 열심히 활동했으나 다른 일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죠. 다들 또 다른 영역에 대한 도전의식이 생기고 있는 때인 것 같아요.

Q. 표현을 잘 못 하고 맡은 일을 열심히 한다는 대목에서는 ‘불량한 가족’에서의 유리가 떠오르네요. 
박초롱:
그런 부분은 닮은 것 같아요. 어렸을 때의 저는 어른에게 인사하는 것도 무서워서 못 할 정도로 내성적이었어요. 힘든 일이 있어도 표현을 못 하고 부모님께도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을 정도였죠. 그런 점이 유리와 닮은 것 같아서 캐릭터에 더욱 마음이 가곤 했어요. 극 중 유리는 친구도 생기고 아빠와도 싸우면서 자기 표현을 조금씩 해나가는 캐릭터인데, 그래서 더욱 좋았어요. 

Q. 표현을 못 해서 속이 곪던 순간은 없었나요.
박초롱:
다행히도 그렇게 되기 전에 잘 넘겼던 것 같아요. 어릴 때에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몰라서 마냥 울기만 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힘들 때면 멤버들에게 조금씩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죠. 그러니까 마음이 한결 더 가볍더라고요. 혼자 힘든 일들을 안고 끙끙대봤자 그 힘듦이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내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확연히 달라지는데, 제겐 그 사람들이 멤버들이었어요.

Q. 가장 마음을 털어놓기 좋은 멤버는 누구였나요(웃음).
박초롱:
멤버들 성향이 다 달라서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모두에게 도움을 받곤 했어요. 그 중에서 굳이 한 사람을 꼽자면 보미 같아요. 저와 연습생 때부터 함께 살았던지라 보미에게 많이 기대고 의지하게 되더라고요. 보미는 힘들었을 수도 있겠지만요(웃음). 보미는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는 편이어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에이핑크 박초롱. 사진. ㈜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에이핑크 박초롱. 사진. ㈜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Q. 아이돌 생활은 힘들기로 유명한데 그 일을 10년이나 해왔어요. 그 동안 연예인이 된 것을 후회한 적은 없었는지도 궁금해요.
박초롱: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지금까지 버틴 것 같아요. 초반에 정말 힘들 때가 있긴 했는데 그때도 그냥 버텼어요. 제 꿈이고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으니까요. 제가 가수 활동에 대해 이만큼의 꿈이 없었다면 진작 그만뒀을 수도 있었겠지만, 에이핑크 하나 때문에 버틸 수 있었어요. 그만큼 에이핑크는 제게 큰 존재예요.

Q. 아이돌 가수로 10년을 보내왔으니 이제는 새로운 10년을 생각해야 할 때예요. 생각해둔 청사진이 있다면요?
박초롱:
지금껏 그래왔듯 묵묵히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가고 싶어요. 당장은 연기가 될 것 같은데, 시작하자마자 빛을 볼 생각은 하지 않았거든요. 차근차근 작품을 해가며 작은 역할부터 맡아 성장하고 싶어요. 에이핑크라는 이름과는 별개로 제 자신으로서는 새로운 시작이잖아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한 발짝씩, 새로운 도전들을 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요.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잘해내고 싶어요.

Q. 하고 싶은 캐릭터나 장르가 있다면.
박초롱:
‘불량한 가족’의 유리처럼, ‘저’같은 캐릭터를 더 해보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제 색깔을 각인시키고 싶거든요. 그 후에 다양한 캐릭터를 맡고 싶어요. 지금은 조용조용한, 여성스러운 캐릭터를 제안 받곤 하지만 나중에는 제가 가진 강인함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다는 건 아직은 나중 일 같거든요. 대중에 제 모습을 제대로 보여드린 적이 없기 때문에 제가 가진 원래의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연기자로서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싶어요.

Q. 아이돌 가수로 10년 간 활동하면서 20대에서 30대로 접어들었어요. 박초롱에게 나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박초롱:
제게 나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잖아요. 제가 나이를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에이핑크로 활동하면서 허투루 나이를 먹었다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무대에 서는 것이나 연기를 함에 있어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도 서른이 됐는데 고등학생 역할을 맡은 것처럼요(웃음).

에이핑크 박초롱. 사진. ㈜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에이핑크 박초롱. 사진. ㈜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Q. 일반적으로 나이 서른은 어른이 되어간다는 상징적인 느낌을 주곤 하죠. 박초롱에게 서른이라는 나이가 어떻게 다가왔는지 궁금해요.
박초롱:
시간이 빨리 간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저는 30대의 제 모습을 막연히 상상하기만 했지, 어떻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거든요. 아직까지 변화를 느끼고 있지는 않아요. 다만 이제 연기자로서 발걸음을 뗐으니 에이핑크라는 품을 벗어나 ‘박초롱’으로서 많은 분들에게 제 자신을 보여드릴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기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요.

Q. ‘불량한 가족’의 주연으로서 극을 이끌어보니 어떤 느낌이 들던가요.
박초롱:
하하, 정말 막막했어요. 제가 주연이어서 이 영화를 선택한 건 아니었거든요. 가족영화인데다 박원상 선배님의 딸 역할이어서 마음이 동했는데 감독님을 만나 뵙고 나서야 주연 역할인 걸 알았어요. 알고 나니 부담되더라고요. 게다가 첫 영화인데, 그 긴 호흡을 끌고 갈 수 있을까 걱정됐어요. 하지만 부담들을 뒤로 하고 캐릭터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죠.

Q. 가수로서, 연기자로서의 박초롱도 있지만 보통 사람 박초롱으로서의 삶도 중요한 문제예요. 스스로 ‘난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요?
박초롱:
바르게 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 성격 때문일 수도 있는데, 튀지 않고 제가 하고 있는 일을 바르게 해나가고 싶고, 어떤 일을 하더라도 계속 열심히 하고 싶어요. 주변 분들이 제게 기댈 수 있고 또 그런 분들에게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그러려면 제가 바르게 서 있어야 하겠죠? 하하, 제 자신을 잘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커요.

Q. 이제 연기자로서 새로운 시작에 나섰고, 첫 도전을 마쳤으니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때예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박초롱:
아직 차기작을 구체적으로 정해놓지는 않았고, 스스로 저를 채우려고 노력하는 시기예요. 꾸준히 연기 레슨을 받고 있고 준비를 더욱 단단히 해나가고 있죠. 회사에도 기회를 많이 줬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려놨어요. 좋은 연기자가 되기 위해 계속 저를 다져나가야죠. 많은 분들이 저를 알아주시면, 더 많은 도전을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하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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