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상엽. 사진. 웅빈이엔에스 제공
배우 이상엽. 사진. 웅빈이엔에스 제공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최근 브라운관에서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배우는 단연코 이상엽이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와 최근 종영한 드라마 ‘굿 캐스팅’ 등을 통해 그는 안방극장의 토, 일, 월, 화를 책임지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주목받은 것은 이상엽의 출중한 연기력이다. 이상엽에게 연기는 어느새 인생의 일부가 됐지만, 그럼에도 그에게 연기는 늘 재미있고 흥미로운 영역이란다. 쉬지 않고 연기하고 싶다는 이상엽을 만나 배우로서의 지향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드라마 ‘굿 캐스팅’에서 윤석호 역을 맡아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줬어요.
이상엽:
재미있게 잘 놀다 온 기분이에요. 좋은 사람들과 재미있게 잘 지냈죠. 드라마가 끝났어도 배우들끼리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느낌을 갖고 있어요.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갖고 있는 만큼 여운이 더욱 오래 갈 것 같아요.

Q. SNS에도 시즌2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죠(웃음). 만약 시즌2를 하게 된다면 기대하는 바가 있을까요?
이상엽:
이번에 보여드리지 못했던 액션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다른 분들께서 멋있게 액션을 하시며 멋진 신을 만들어가는 것을 보니 저도 정말 부럽더라고요. (윤)석호가 액션을 하는 게 어울리지는 않을 것 같지만요. 하하.

배우 이상엽. 사진. 웅빈이엔에스 제공
배우 이상엽. 사진. 웅빈이엔에스 제공

Q. 극 중 윤석호를 보면 어딘지 모르게 보호해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이상엽:
상처 때문에 스스로 벽을 만들었을 뿐이지 약한 면이 있고 허당기도 많은 캐릭터였어요. 그래서 더욱 인간적이었죠. 극이 진행될수록 20대 때 석호의 모습이 지금의 석호에게서 묻어나게끔 연기했어요. 백찬미(최강희)를 그리워하면서 자신이 잊고 있는 순수한 모습을 떠올리고, 그러면서 자신을 되찾아가는 과정이 참 좋았어요. 개인적으로는 윤석호의 인간미에 집중하고 싶었고요.

Q. 최강희와 함께 호흡을 맞췄어요.
이상엽:
(최)강희 누나의 초롱초롱한 눈 덕에 더욱 몰입이 잘된 것 같아요(웃음). 20대의 석호의 모습을 되찾는 35살의 석호를 연기할 때 강희 누나를 보며 좋은 영향을 받았죠. 워낙 다양한 모습이 있다 보니 촬영하면서 여러 매력을 가진 누나를 발견해나가는 게 또 다른 재미였어요. 마지막 회에서 석호가 찬미의 정체를 아는 장면을 촬영할 때도 강희 누나 덕에 연기가 더욱 생동감 있게 살아났어요. 아, 정말 찬양할 수밖에 없는 누나예요.

Q. 연기하는 캐릭터 성격에 따라 실제로도 많은 영향을 받는 편이라고 들었어요. 이번 캐릭터에서는 잘 빠져나왔나요.
이상엽:
예전에는 그게 정말 심했어요. ‘국수의 신’ 종영 인터뷰를 하다가 비가 와서 갑자기 눈물을 흘릴 정도였거든요(웃음). 그래도 지금은 제 안에서 극복하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촬영에 들어갈 때 제대로 집중하고 그 외에는 밝은 이상엽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거든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게 그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캐릭터가 아무리 어둡고 힘들더라도 이상엽으로 살아야 하더라고요. 하하. 

배우 이상엽. 사진. 웅빈이엔에스 제공
배우 이상엽. 사진. 웅빈이엔에스 제공

Q. 실제 이상엽과 윤석호 캐릭터의 싱크로율이 궁금해요.
이상엽:
윤석호는 정말 강한 사람이에요. 저는 그렇게까지 강한 편은 아니고요. 석호는 상처를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으려 하지만 저는 힘든 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의지하려 하거든요. 이번 작품에서는 현장에서 강희 누나와 (이)종혁 형, (김)지영 누나와 (유)인영이에게 열심히 의지했죠. 아, 패션 스타일은 정반대예요. 석호는 늘 수트 차림이지만 저는 집에 수트 한 벌도 없는 사람이거든요. 

Q. 주말에는 ‘한 번 다녀왔습니다’의 윤규진으로, 월·화요일에는 윤석호로 시청자들과 만났어요. 부담이 컸을 것 같은데.
이상엽:
‘굿 캐스팅’의 편성이 밀리면서 방영 시기가 겹치게 됐어요. 다행히 양측에서 괜찮다고 해주셨지만 걱정은 됐어요. 캐릭터와 상황이 다르지만 어찌 됐든 간에 이상엽이 연기를 하는 거잖아요. 보기 불편하시거나 식상하게 느껴지실 까봐 염려가 됐는데 다행히도 반응이 괜찮았어요. ‘규진아 너 나희랑 이혼하더니 강희 만나는 거니?’라는 댓글을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었어요.

Q.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본 셈이네요. 심지어 ‘굿 캐스팅’을 통해 처음으로 OST에도 참여했어요.
이상엽:
하하, 꿈은 이뤄지더라고요. 한 번쯤은 OST를 불러보고 싶었거든요. 배우들의 로망이잖아요. 농담 삼아 감독님에게 OST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어느 날 음악감독님께 전화가 오고, 정신을 차려보니 제가 녹음실에 있는 거예요(웃음). 거짓말 안 하고 몇 백 번은 들은 것 같아요.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배우 이상엽. 사진. 웅빈이엔에스 제공
배우 이상엽. 사진. 웅빈이엔에스 제공

Q. 제작진과 배우들 모두 화합이 잘된 작품 같아요.
이상엽:
새로운 가족이 생긴 기분이에요. 인영이는 최근에 제게 커피차도 보내줬어요. 종혁 형에게는 연기에 대한 조언을 많이 얻었고 지영 누나에게는 많이 기대곤 했고요. (이)준영이는 너무나도 귀여운 동생이었고요. (허)재호 형과는 서로 애틋한 마음이 생겼어요. 강희 누나에게는 늘 감탄할 수밖에 없었죠. 드라마가 끝나고 난 뒤에도 단체대화방을 만들어서 모두와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Q. 작품을 꾸준히 해왔지만 최근 들어 다작 배우로 떠오르고 있어요. 특히나 2018년부터는 한 해에만 두세 작품씩 필모그래피를 쌓아 올리고 있죠.
이상엽:
생각해보니 ‘톱스타 유백이’ 이후 한 번도 쉰 적이 없어요. 쉰다고 해봤자 짧게는 하루 이틀, 길게는 2~3주 정도 쉬는 정도였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좋았어요. 비슷한 드라마들만 촬영했다면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졌을 수도 있겠지만 제가 출연한 작품들의 성격이 모두 다 달랐거든요. 그리고 저는 현장에 가는 게 행복해요. 가끔 힘들 때면 제가 옛날에 출연했던 ‘런닝맨’을 다시 보곤 했어요. 

Q. ‘내 노래’를 즐겨듣고 ‘내 예능’을 즐겨보는 셈이네요(웃음).
이상엽:
하하, 정말 맞는 말이네요. 마음이 복잡하거나 정리가 안 될 때면 이상엽이 이상엽으로서 뛰노는 걸 보는 게 좋더라고요. 캐릭터를 연기하다 제 모습과 충돌이 일어날 때면 예전 작품을 보면서 마음을 정리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예능 속에서는 진짜 이상엽의 놀람과 절규가 드러나서 정말 재미있어요.

배우 이상엽. 사진. 웅빈이엔에스 제공
배우 이상엽. 사진. 웅빈이엔에스 제공

Q. 최근 들어서는 연기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사실 이상엽이라는 배우는 예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는 사람 중 하나예요. 
이상엽:
사실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배우가 예능에 출연했을 때 그 이미지가 드라마까지 이어지지 않는 사람이 있고, 드라마에까지도 예능의 이미지가 연결되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후자 같았어요. 양쪽에 피해를 끼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예능을 통해 제가 얻은 게 정말 많아요.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마친 뒤에 마음에 어두운 면이 생겼는데, 그런 저를 꺼내준 게 ‘런닝맨’이었어요. 드라마와 예능 양쪽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예능은 언제든 출연하고 싶은 분야 중 하나예요.

Q. 이야기를 나눠보니 평소에 생각이 많은 편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상엽:
예전에는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거죠.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생각이 확장됐어요. 이 분야도 협업, 저 분야도 협업이라면 저 하나만을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래도 다양한 작품들을 거치면서 관계가 생기고 소통이 이어지니까 그 덕에 많은 기운을 얻게 됐어요. 계속 이런 기운을 이어가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Q. 연기를 통해 많은 것들을 얻어가는 거네요.
이상엽:
맞아요. 저는 현장이 너무 즐거워요. 드라마 현장이 아니더라도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현장도 좋고, 작품과 관련된 모든 과정들이 다 좋아요. 그게 저를 계속해서 달리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 생각해요. 

배우 이상엽. 사진. 웅빈이엔에스 제공
배우 이상엽. 사진. 웅빈이엔에스 제공

Q. 지금까지 뜨겁게 달려온 만큼, 커리어에 어느 정도의 만족감을 느낄지 궁금해요. 다작을 한다는 것은 많은 관계자들이 배우 이상엽을 찾고 있고, 많은 시청자들이 배우 이상엽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환호한다는 방증이기도 한 건데.
이상엽:
만족감이라고 하기 보다는, 아직 자신감이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불안하지는 않죠. 예전에는 ‘내가 잘 가고 있는 걸까?’라며 걱정이 될 때가 있었는데, 어는 순간부터 ‘그래, 이 정도까지 하고 있으면 나쁘지는 않은 거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나쁘지 않다고만 하기엔 알찬 필모그래피를 쌓아왔죠. 데뷔 14년차가 된 만큼 힘든 일을 마주한 순간들도 있었을 텐데, 스스로를 어떻게 다잡곤 했나요?
이상엽:
저는 위험한 생각을 하면서 살아온 사람이에요. ‘기회의 다른 말은 위기다’라는 말이 있는데, 늘 이 말을 마음에 새기며 버텼어요. 좋은 배역이나 좋은 캐릭터를 하게 돼도 ‘이게 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죠. 그리고 선배들과 연기를 하면서 배운 점들이 저를 많이 성장시켰어요. 특히 박근형 선생님께 배운 점이 있는데, 연기는 나 혼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연기가 혼자 하는 것이 아닌 협업이라고 생각해요. 

Q. 깨달음과 배움의 시간을 보내며 자신만의 지향점이 생겼을 것 같아요.
이상엽:
제가 이해하지 못 하면 남들도 이해하지 못하니까, 연기에 있어 저는 늘 감정을 확실하고도 자연스럽게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감정을 이해하면 극 안에서 자연스럽게 살게 되거든요. 요즘은 감독님과 작가님이 현장에서 많은 배려를 해주시는 편이어서 배우가 새로운 시도나 자연스럽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게 제 지향점이기도 하죠. 저는 늘 색다른 시도를 하고 싶고, 반복적인 연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 자잘한 것들에 저만의 자연스러움으로 변화를 주는 게 저만의 지향점이자 제가 생각하는 연기의 재미예요. 그렇게 해서 감독님께 ‘오케이’를 받으면 ‘아싸!’라며 신나하곤 하죠(웃음).

Q. 삶의 재미도 연기에서 찾는 셈이네요(웃음).
이상엽:
그럼요. 저는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연기를 못 하게 된다면 인생이 재미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연기를 계속 쉬지 않고 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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