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맨밴드이자 싱어송라이터 송지수.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한혜리 기자] 

요즘엔 누군가를 알고 싶을 때 가장 쉬운 방법은 포털 사이트에 이름을 검색하거나, SNS의 계정을 살펴본다. 인터뷰어가 질문을 준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싱어송라이터이자 원맨 밴드인 송지수는 포털사이트, SNS 그 어디에서도 이름을 찾을 수 없다. 음원사이트에 크눌프(Knulp)라는 이름으로 검색해야 그의 음악을 겨우 들을 수 있다. 그렇게 귀하게 찾은 음악은 정말 '귀'하다. 잔잔한 흐름 속에 자리 잡은 단단한 스토리들로 일상의 위로가 되어준다. 모든 것을 홀로 해냈다는 연주 역시 정성이 깃들어 있다. 송지수, 그리고 크눌프의 음악은 정말 보기 드문 보물이다. 


Q. 처음 실물 앨범을 손에 쥐었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송지수:
혼자서 모든 걸 다 하다 보니까 예상보다 앨범 발매 시기가 많이 늦어졌어요. 마음은 급하고, 욕심은 많아져서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죠. 딱, 앨범을 받으니까 끝났구나 싶었어요. 드디어 앨범이 나왔다는 해방감이 들었어요. 

Q. 만족도는 어때요?
송지수: 녹음할 때까지만 해도 잘 몰랐는데, 이후 작업들을 하다 보니 부족한 면들이 보이더라고요. ‘아, 이렇게 앨범을 만들지 않았으면 부족한 걸 평생 몰랐겠구나’ 싶더라고요. 저를 돌아볼 기회가 되어 참 좋았어요. 

Q. 이번 앨범은 전체적으로 클래식 성향이 강해 보여요. 1번 트랙 '알바트로스(Albatross)'부터 바흐의 연주곡 '샤콘느'가 가미된 곡이죠. 
송지수:
기타를 전공하긴 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치는 걸 좋아했어요. 노래를 만들다 보니까 기타보다는 피아노에 의지를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앨범 분위기가 호흡이 느리고 잔잔하다 보니까 기타보다는 다른 소리에 집중하게 됐던 것 같아요. '샤콘느' 역시 자주 연습하던 곡이었는데, 문득 '알바트로스(Albatross)'와 어울릴 것 같았어요. 아니나 다를까 연결시켜봤더니 잘 흘러가는 거예요. 그 곡의 마무리를 어떻게 할지 꽤 고민했었거든요. 잘됐다 싶었죠. 하하. 

Q. 타이틀 곡 '페스티벌(Festival)'은 어떤 곡인지 궁금해요. 
송지수: '페스티벌'은 나름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요.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아이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인데요, 어느 날 그 마을에 퍼레이드가 오면서 이야기가 벌어져요. 아이는 설레는 마음으로 퍼레이드를 기다리는데, 알고 보니 페스티벌의 단원들은 단장에게 괴롭힘을 받고 있었던 거죠. 결국 단원들이 봉기를 일으켜서 퍼레이드는 무산이 돼요. 마을은 아주 난장판이 되는데, 아이가 혼란을 빠져나와 도망가면서 바라보는 시선을 노래에 담았어요. 

Q. 영어 가사로 노래하는 게 인상적이에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송지수:
한국어는 저에게 너무나 익숙한 언어잖아요. 개인적인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어서 부르면 마치 제 일기를 남에게 읽어주는 느낌이더라고요. 영어 가사를 사용함으로써, 오히려 한 발짝 멀리 떨어져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나갈 수 있었어요. 저는 주로 '페스티벌'처럼 상상 속 이야기를 만들거나, 제 이야기를 하더라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야 나중에 봐도 새로운 해석을 더할 수 있으니까요. 

원맨밴드이자 싱어송라이터 송지수. 사진 구혜정 기자

Q. 트랙리스트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어떤 곡인가요?
송지수:
개인적으로 7번 트랙의 'late song'을 가장 좋아해요. 피아노 솔로에 공을 많이 들인 곡이기도 하고, 저의 이야기를 담았거든요. 오래 키운 왕관 앵무새가 있는데, 그 새에 관한 이야기예요. 초등학생 때 새를 좋아한 나머지 엄마를 졸라서 새를 키우게 됐거든요. 아직도 함께하고 있는 소중한 친군데, 어느 날 문득 아무리 잘해준다 한들 제 이기심으로 그 친구의 자유로운 행복을 막은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후회의 내용이 담긴 노래예요. 노래에서는 새를 ‘You’라고 표현하죠. 이런 사연을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절대 새라고 생각 못 하셨을 거예요. 

Q. 악기 연주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어요. 다양한 악기 소리가 나는데, 그걸 또 혼자 해냈어요. 유튜브 채널에선 하프 기타라는 생소한 악기도 연주했죠. 
송지수:
이번 앨범에선 가상 악기이긴 하지만, 하프시코드나 멜로트론, 오르간 등의 여러 가지 건반 악기의 소리를 활용해봤어요. 드럼 같은 경우는 이번 앨범을 위해 제가 직접 연습했고요. 그래서 난이도가 높진 않아요. 그래도 혼자 만드는 데에 의의를 두고 부족하더라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죠. 애를 많이 썼어요. 하하. 유튜브심을 보여주셨어요. 하프 기타는 보통 기타보다 줄이 6개나 많은 악기예요. 음이 많아서 피아노곡을 커버하는 데 잘 어울리죠. 그래서 피아노 연주곡인 'Nerina Pallot'의 'Idaho'를 연주해봤어요. 

Q. 그렇게 애를 많이 쓴 이번 앨범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게 있다면요? 
송지수:
앨범을 구성하고 나니 레트로 느낌이 물씬 나더라고요. 요즘 또 레트로 열풍이잖아요. 80~90년대 느낌은 많지만, 저처럼 60년대의 레트로는 드물다고 생각해요. 이게 제 아이덴티티가 되어 저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 앨범을 통해 송지수, 그리고 크눌프란 이름을 많이 알렸으면 좋겠어요. 

Q. 크눌프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됐나요? 
송지수:
원래 고전 소설을 읽는 걸 좋아해요. 우연한 계기로 음악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책인데, 순식간에 읽었던 기억이 나요. 크눌프는 소설 속에서 알게 모르게 모든 사람의 동경을 사는 인물이에요. 일상에 얽매여서 사는 사람들 속에서 크눌프는 혼자 나비같이 자유롭게 사니까요. 그러면서도 항상 스스로를 가꿔서 우아한 모습을 유지해요. 초연함과 여유, 그리고 매력이 가득한 사람이죠. 누구나 이렇게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잖아요. 저 역시도 그렇고요. 그런 인물의 매력에 반해서 크눌프란 이름을 짓게 된 것 같아요. 

Q. 이제 ‘크눌프’란 이름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 속 주인공뿐만 아니라 송지수의 다른 이름이 되었네요. 크눌프와 송지수의 크눌프는 얼마나 닮아있을까요?
송지수:
소설 속 크눌프에게 가장 매력을 느꼈던 건 그의 자유와 방랑이에요. 기분 내키면 얼마든지 떠날수 있는 자유로움이요. 저는 음악을 만들 때 자유롭게 만드는 편이에요. 메인 악기가 연주하는 메인 리프를 중요시하는데, 간단하거나 복잡함을 떠나서 어떤 형태든 제 음악의 주요 테마가 될 수 있어요. 음악을 만들 때의 성향이 소설 속 크눌프와 제가 닮지 않았나 싶어요. 

Q. 크눌프와 송지수는 어떤 관계일까요?
송지수:
일상에서는 저는 송지수이지만, 음악과 관련한 삶에서는 크눌프예요. 크눌프는 저의 일부분이죠.

Q. 공들인 앨범이 세상에 나오게 됐어요. 첫 발자국을 뗀 셈이죠. 이제 앞으로의 목표는 어떻게 되나요? 
송지수: 앞서 말씀드렸듯이 앨범을 만들면서 제 부족한 면을 마주하게 됐어요. 이제 뭐가 부족한지 알게 됐잖아요. 마치 오답 노트를 본 기분이죠.(웃음) 이 부족한 면들을 보완해서 다음 앨범을 준비하는 거예요. 다음은 아마 더 나은 모습이지 않을까 싶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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