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지효.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배우 송지효.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예능 프로그램에서 친숙한 모습을 보여줬던 송지효가 영화 ‘침입자’를 통해 서늘한 얼굴로 관객과 마주했다. 17년 만에 스릴러 장르를 택한 것은 그에게 있어 도전적인 시도였다. 늘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고 발전하는 삶을 꿈꾼다는 송지효의 다음 행보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예능과 스릴러, 로맨틱 코미디를 오가는 송지효가 보여줄 또 다른 얼굴이 궁금해진다.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 ‘침입자’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Q. ‘여고괴담’ 이후 17년 만의 스릴러 컴백이에요.
송지효:
매번 밝고 긍정적이면서 에너지 넘치는 모습만 보여드리다보니 반대 이미지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요. ‘침입자’의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이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한동안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던 만큼 욕심이 났어요. 제게도 또 다른 시도였는데, 탐났던 시나리오를 잘 마무리 지어서 다행이다 싶어요.

Q.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가 궁금해요.
송지효:
저는 재미있게 봤어요. 그리고 김무열 씨가 워낙 연기를 잘하잖아요. 이번 작품을 보고 이 친구가 정말 연기를 잘하는 친구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어요. 초반에 무열 씨가 중심을 잡아가며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제게는 엄청난 몰입감을 줬거든요. 

배우 송지효.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배우 송지효.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Q. 이번 작품에서 어딘지 모르게 의뭉스러운 유진 캐릭터를 맡았어요. 변화를 조금씩 보여줘야 하는 만큼 연기에 앞서 여러 계산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송지효: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연기를 하나하나 설계할 정도로 머리가 좋지는 않아서요(웃음). 시나리오에 적힌 내용 그대로를 연기하려했어요. 관객들이 유진 캐릭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생각하기 보다는 이미 정해져 있는 유진을,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보여드리는 게 제 몫이라 생각해서 최대한 시나리오에 충실하려 했죠. 물론 캐릭터에 대한 고민은 있었어요. 어느 지점에서 얼마만큼의 유진의 본모습이 나와야 하는지, 그 표현의 깊이와 타이밍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곤 했어요. 

Q. 극 중 유진이 친딸인지 아닌지 궁금해 하는 반응이 많아요.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접근했나요?
송지효:
영화 시나리오에도 그 부분은 나와 있지 않았어요. 그리고 저 역시 감독님에게 유진이가 친딸인지 아닌지를 알려주지 말라고 말씀드렸죠. 결론을 알고 연기하면 한쪽으로 치우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주변 분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제게 유진이가 친딸인지를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더욱 좋았어요. 제가 궁금해 하는 만큼 보시는 분들도 궁금하게 만들고 싶었거든요.

Q. 날선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식단까지 조절했다고 들었어요.
송지효:
감독님께서 유진이의 선이 날렵하게 나오기를 희망하셨어요. 그런데 영화를 찍다 보니 심적으로 신경이 쓰여서 체중이 알아서 빠지더라고요. 극 중 유진이는 처음과 끝이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변화 과정을 중간마다 표현해나가야 하는 것이 제게는 숙제였어요. 스릴러 장르 특성 상 계산하며 연기를 해야 했던 터라 고민이 많았는데, 나중에는 ‘내가 왜 이렇게 찍었을까’하는 후회가 되기도 해서 마음고생이 컸어요. 제 연기와 역할에 대한 후회였던 거죠.

배우 송지효.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배우 송지효.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Q. 유진의 표정에서 변화가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느꼈어요. 초반에는 잔잔히 미소만 짓던 유진이었지만 뒤로 갈수록 표정 변화의 폭이 커졌죠.
송지효:
그런 부분을 계산했어요. 가족에게 스며들기 위한 유진이의 노력으로 볼 수도 있을 거예요. 유진이가 워낙 조용한 캐릭터여서 초반부에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본모습이 드러난 이후부터는 변화폭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를 생각했죠. 

Q. 극 후반부에 그려진 유진의 진한 메이크업은 장르의 특수성을 잘 보여주는 변화 중 하나였어요.
송지효:
기술팀과 분장팀에서 유진 캐릭터에 많은 신경을 써줬어요. 저는 역할에 대해 제 개인적인 생각을 내비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저는 연기를 위한 도화지니까, 각 기술팀들이 유진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전문적으로 생각해주신 것에 따르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의견들을 전적으로 따랐어요.

Q.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김무열이 인터뷰에서 ‘송지효는 배려하며 연기하는 배우’라는 말을 했는데, 지금 그 말이 납득됐어요(웃음).
송지효:
하하, 이것도 배려로 봐야 하는 건가요? 사실 저는 배려라고 하기 보다는 그분들은 그분들의 일을 하는 것이고, 저는 제 일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저보다 더 깊이 생각하는 전문가들이니까요. 저는 제 할 일인 연기에 집중하는 거죠.

배우 송지효.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배우 송지효.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Q. 그동안 해온 작품을 보면 연기에 대한 욕심이 뚜렷하게 보여요. ‘런닝맨’이라는 국민예능 프로그램을 10년여 동안 해오면서 예능과 연기라는 두 갈래 길에서 혼란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극복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송지효: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게 곧 답이에요. 저는 무언가를 재고 따질 정도로 머리가 좋은 스타일도 아니고, 계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도 아니에요. ‘런닝맨’도 제게는 하나의 작품일 뿐이지 어느 한쪽에서 이득을 봐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연기와 예능이라는 두 분야에서 충돌을 느낀 적도 없고요. 다만 제가 하는 작품인 만큼 그에 따른 피드백은 감수해야겠다고 생각해요. 

Q. ‘런닝맨’을 통해 연기자로서 송지효의 영역이 달라졌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어요.
송지효:
‘런닝맨’을 통해 저라는 사람이 알려지고 밝은 이미지가 만들어졌어요. 사실 ‘런닝맨’ 이전까지의 저는 장르물이나 캐릭터가 도드라진 역할을 많이 소화했어요. 밝고 긍정적인 작품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그걸 앞당겨 준 게 바로 ‘런닝맨’이에요. 제게 득이면 득이 됐지 실이 된 적은 없어요. 저는 그게 참 감사해요.

Q. ‘런닝맨’ 내에서도 여러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 보여요. ‘멍 지효’, ‘에이스’부터 여러 캐릭터를 거쳐갔죠.
송지효:
이미 10년이나 해온 만큼 한결같은 캐릭터만 고수하면 너무 뻔할 것 같았어요. 자극적이고 새로운 것을 찾는 요즘 추세에 맞춰가는 것도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여러 가지의 제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요.

배우 송지효.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배우 송지효.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Q. 실제 송지효와 ‘런닝맨’의 송지효는 얼마나 닮아있나요.
송지효:
많이 닮았어요. 실제 제 모습을 조금 더 극대화시키는 면이 있지만요(웃음).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해온 작품 중에 제 모습이 가장 많이 담겨져 있기도 해요. 사실 ‘런닝맨’은 어떤 상황에서 제 모습이 드러나기보다는, 특정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게 요구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럼에도 ‘런닝맨’은 저라는 사람을 가장 많이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해요.

Q. 이번 영화를 통해서도 배우로서 송지효의 다양한 면이 담긴 것 같아요. 처음으로 장편영화를 연출하는 신인감독의 작품이라는 확실한 위험요소가 있음에도 이 작품을 택한 이유가 있다면.
송지효: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어요. 시나리오가 너무나도 좋았고 캐릭터도 정말 좋았기 때문에 선택에 있어서도 그 부분만 생각났거든요. 그리고 이 작품은 제게도 새로운 도전이에요.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패턴과 다른 부분도 확실히 있었기 때문에, 그 도전을 해냈다는 만족감이 든다는 게 정말 좋아요. 저에 대한 또 다른 도전을 해냈으니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Q. 영화 시사회 자리에서 상대역인 김무열의 연기를 극찬했어요. 반대로 본인이 잘했다고 느낀 지점은 무엇이었을지 궁금해요.
송지효:
저는 제 연기를 볼 때면 어쩔 수 없지 평가하는 마음을 갖게 돼요. 제가 제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기 보다는 관객 분들의 말씀을 더욱 듣고 싶어요. 혹독한 평가가 있더라도 받아들이고 다음 작품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해요. 이번 작품에서 김무열 씨의 연기를 보고 많은 자극을 받아서 저 역시도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졌어요.

배우 송지효.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배우 송지효.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Q. 이번 작품에 대해 기대하는 관객 반응이 있다면.
송지효:
어찌 보면 가까운 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그린 영화예요. 너무 멀지도 않고, 가까이 있지도 않지만 어느 순간 생각해 보면 소름끼치는 공포감이 담겼죠. 관객 분들도 당연하게 느꼈던 것들에 대해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Q. 스릴러 장르에 대한 도전을 마쳤으니 새로운 도전을 해 볼 차례예요. 생각하고 있는 장르가 있을까요?
송지효:
청순가련한 신파를 해보고 싶다고 하니까 회사 대표님이 크게 웃으시더라고요. 하하. 어울리지는 않더라도 한 번쯤 해보고 싶어요. 로맨스나 눈물을 자극하는 신파요. 주인공이 아니어도 좋으니 꼭 해보고 싶어요. 할 수 있겠죠?(웃음)

Q. 곧 방송되는 JTBC 드라마 ‘우리, 사랑했을까’를 통해 송지효 표 로맨스를 볼 수 있겠네요(웃음).
송지효:
제 인생 마지막 로코(로맨틱 코미디)일 것 같아서 고군분투하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어요. 청순가련한 신파는 아닐지라도 제게는 색다른 도전이라 설레는 마음이 커요. 늘 중구난방으로 뛰고 있지만,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늘 도전하고 발전하며 많은 것들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어요. 좋게 봐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겠습니다. 하하, 저 역시도 정말 기대돼요.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