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형 기자] 최근 미국과 유럽의 소매업자들이 방글라데시 생산공장의 안전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에 서명함에 따라 전세계 기업들이 책임있게 행동한 것처럼 보인다. 이제 누구나 자라(ZARA), 갭(GAP), H&M, 월마트 등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Brand의 약자.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직접 맡아 판매하는 브랜드) 소매업체에서 저렴한 옷을 평소처럼 죄책감없이 구매할 수 있다고 느낄 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방글라데시의 비극(지난 4월 24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외곽 사바르 의류공장 내 라나플라자 건물이 붕괴되며 노동자 4000여명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했다. 대부분 글로벌 의류업체의 하청을 받아 의류가 생산중이었으며 현장의 열악한 생산여건으로 인해 전세계적 관심을 모았다) 이후 일어난 사건을 회고해보자. 우리가 배워야할 5가지 교훈이 있다.

1. 기업의 대처는 체계적이어야 한다.
방글라데시 비극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이 약간 개선될지라도 그들이 속해있는 공급사슬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뉴욕타임스 기사를 보자. 기사에서는 사건이 발생한 Saver의 많은 공장들에 오염수 처리장이 아예 없거나 공공요금을 줄이기 위해 처리장을 운영하지 않고있음을 설명했다. “Saver의 운하나 습지는 관리되지않은 산업용수로 가득찬 저류 연못이 되었다”는게 요지다.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볼 때 여전히 시스템이 작동되지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한다.

2. 책임있는 기업조차 어느 정도의 강압이 필요하다.
방글라데시 안전 조항을 만드는데 중심적 역할을 한 H&M이 이런 교훈을 가장 잘 보여준다. H&M은 이 조항에 대해 처음에는 꺼려했다. H&M과 다른 소매업자들에게 구속력 있는 조항을 요구했던 글로벌산업연맹(Industrial ALL) Jyrki Raina 사무총장은 “방글라데시의 Rana Plaza 빌딩 붕괴 사건 이후에도, H&M은 (다른 기업에게도) 설득을 요구했다”며 “정말로 기업들을 강압하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안전조항에 서명하는) 현재의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H&M은 지속가능성 행동을 결코 꺼리는 기업이 아니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H&M을 의류산업의 선두주자 중 하나로 인식한다. 기업들이 실질적인 혁신과 책임감을 다하기 위해 회사가 이 단계를 밟을 수 있도록 Industrial ALL 처럼 이해관계자들이 강압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연 기업들이 안전 조항에 합의했을지 의문이다.

3. 적극적인 이해관계자의 숫자보다 구성이 중요하다.
NGO, 노동조합, 심지어 매스컴 등 일부 적극적인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을 강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목격했다. 동시에 투자자, 소비자, 정책 입안자들은 이런 행동을 취하는데 최소한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고 거의 무관심했던 것도 봤다.

이해관계자가 적다고 해서 변화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빌 맥키번(Bill McKibben)이 미국의 라디오방송 ‘디스 아메리칸 라이프’(This American Life)에서 진행자 이라 글라스(Ira Glass)에게 “실제 시민권운동(Civil Rights Movement)에 참가했던 미국인들은 2~3%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참가한 사람들을 목격하고 있는 사람들도 국가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적은 수의 이해관계자들도 큰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

결국 숫자보다는 이해관계자의 구성에 관한 문제다. 이해관계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을 요구했을 때 기업들이 체계적인 변화를 이뤄낼 것이다. 그래야만 분위기가 바뀔 것이다.

4. 열망을 추구한다.
방글라데시 위기는 고객들의 열망을 시험하는 무대가 됐다. 전 세계적으로 37%의 소비자층이 “환경주의와 물질만능주의를 조화시키길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열망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더욱 지속가능한 행동의 주류로 나아가고 있다. 그들은 쇼핑하길 좋아하고, 브랜드에 영향을 받지만 그들의 구매 행동이 지속가능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중국 시멘트업체 BBMG 공동 창업자 Raphael Bemporad가 말했다.

아직까지는 열망있는 고객들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되지 않거나 체계적인 지속가능성 해결책을 실현하는데 충분치않았다. 하지만 빠르게 SPA 패션업계의 부정적인 면에 대한 인식이 더 커져가고 있는 지금이 그들의 (열망을 판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시험판이라 볼 수 있다. 만약 소비자들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변화를 요구한다면, 지속가능성을 잘 알고있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다면, 아직 소비자들은 쇼핑에 더 열망하고 있는 셈이다.

5. 다음 비극은 눈앞에 있다.
기업들이 서명한 조항은 방글라데시에 있는 공장만을 더욱 안전하게 만드는데 불과하다. 이는 슬픈 현실이다.

아이티, 캄보디아, 파키스탄, 다른 국가에 있는 열악한 노동 조건의 공장은 어떠한가? 불행히도 이런 비극이 다른 국가에도 일어날 때까지 기업들은 기다리고만 있을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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