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미도. 사진.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전미도. 사진.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전미도라는 배우를 발굴해낸 것은 하나의 수확이다. 존재감이 가만히 있어도 드러나니 발견이라고 해도 되겠다. 주연 5인방인 ‘99즈’의 중심에서 매력적인 캐릭터 채송화를 만들어낸 그는 시청자들의 마음에 서서히 스며들었다. 극의 흐름을 이끈 채송화는 시즌2에서 풀릴 이야기가 더욱 많아 보인다. 캐릭터의 서사를 새롭게 풀어낼 전미도의 활약은 충분히 기대해봄직하다. 무대에서 안방극장으로의 날갯짓을 시작한 전미도를 만나 작품과 삶에 대해 진솔한 얘기를 나눠봤다.


Q.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채송화 캐릭터가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전미도:
역할 자체가 정말 좋았어요. 저 역시도 제가 이런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될 정도였거든요. 완벽한 모범생이면서도 엉뚱한 면이 있는 사람이잖아요. 음치이면서도 노래를 잘한다며 보컬을 맡는다든가, 음식에 대해 집착하는 등 재미있는 면이 있어서 캐릭터가 더 매력 있게 보인 것 같아요.

Q. 채송화와 전미도가 어떤 접점을 갖고 있을지도 궁금해요.
전미도:
채송화는 진정성을 갖고 환자를 대하고 책임감이 강한, 믿음을 주는 의사예요. 송화가 의사로서 가진 태도와 제가 배우로서 작품에 임하는 자세와 태도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도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거든요. 저를 선택해주신 분들께 실망이 아닌 믿음을 드리고 싶은데, 그런 면에서는 송화와 닮은 면이 있는 것 같아요.

Q. 작품이 큰 사랑을 받은 만큼 인기를 실감할 것 같아요.
전미도:
최근에 조금씩 느끼고 있어요. 평소에 댓글을 보는 걸 겁내는 편인데, 지인들이 좋은 반응들을 캡처해주곤 하더라고요. 제가 부른 노래가 음원차트 1위를 하는 걸 보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구나 느꼈어요. SNS 팔로워 분들도 정말 많이 늘어났거든요. 안경을 벗으면 저를 못 알아보실 거라 생각했는데, 마스크를 써도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생겨서 신기해하고 있어요. 

배우 전미도. 사진.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전미도. 사진.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Q. 작품이 종영한 이후에도 직접 부른 노래가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라가 있어요. 이 정도의 뜨거운 반응을 예상했나요.
전미도:
아니요,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어요. 기적이 아닐까 싶었죠(웃음). 대단히 잘 부른 노래도 아니잖아요. 감독님이 드라마에 제 노래를 넣어주셔서 그 시너지로 잘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Q.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의사들의 생활모습 외에도 합주 장면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배우들이 합주 신에도 큰 공을 들였다고 들었는데.
전미도:
촬영이 작년 늦가을 시작됐는데 악기 연습은 여름부터 했어요. (김)대명 오빠는 작년 봄부터 악기를 연습했다더라고요. 각자 어느 정도 악기를 다룰 수 있을 때까지 실력을 쌓다 합주를 맞춰보게 됐어요. 이미 친한 상태로 촬영에 들어가니 정말 편했죠. 합주 자체가 정말 즐겁다보니 저희끼리 밴드 이름도 ‘미도와 파라솔’로 지어봤어요. 합주를 잘하기 위해 손에 굳은살이 생기도록 열심히 연습했어요. 그만큼 성취감도 컸고요.

Q. 뮤지컬 배우로서는 이미 톱 배우로 통하지만 안방극장에 도전하는 건 처음아닌가요. 그만큼 부담감도 컸을 것 같아요.
전미도:
제가 채송화 역으로 결정됐다고 들었을 때 제 귀를 의심했어요. ‘저를 여자주인공으로 정하셨다고요?’라고 물어보니 작가님이 부담은 갖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들은 딱 하루만 좋고, 그 후부터는 걱정이 생겼어요. 이 낯선 얼굴을 시청자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줄지 염려됐거든요. 하지만 잘 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면 연기가 이상해질 것 같았어요. 매력 있어 보이려고 굳이 안 해도 될 짓을 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으니 그 생각은 잊기로 했죠. 현장에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셔서 많은 힘이 됐어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채송화 역으로 열연한 배우 전미도. 사진. tvN 제공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채송화 역으로 열연한 배우 전미도. 사진. tvN 제공

Q. 직접 경험해 본 TV드라마 촬영현장은 어땠나요. 
전미도:
드라마 현장은 시간과의 싸움이어서 정말 힘들다고 들었는데, 저희 작품은 다행히도 주1회 편성이어서 쉬는 날이 보장됐어요. 신인인 제 입장에서는 다른 분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좋은 환경에서 촬영을 하게 된 거죠. 생각했던 것보다 정말 좋았어요. 다른 분들이 ‘이 현장은 천국이야’라고도 하시더라고요(웃음).

Q.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라는 스타 제작진과 함께 한 느낌은 어떠했나요.
전미도:
작가님이 정말 대본을 잘 쓰세요. 제가 다른 대본을 많이 보지 못해 비교 대상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이우정 작가님의 대본을 보면서 모든 인물이 살아있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그런 역할들이 잘 살아나게끔 감독님이 배우들의 최상의 컨디션을 이끌어내 주셨어요.  그 시너지가 정말 엄청났죠. 

Q. 뮤지컬 배우로서 이미 성공대로를 걷고 있는 배우였잖아요. 이 시점에서 TV 드라마에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무엇일지 궁금해요.
전미도:
공연을 오래 하다 보니 저 스스로 정체기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연기가 정형화되는 게 아닐까 걱정됐죠. 좋은 환경에 있다 보니 안정적인 것에 길들여져 아무 발전이 없는 것 같다는 고민이 들기 시작했던 때가 있었어요. 그 시기에 ‘마더’라는 드라마에 특별출연을 하고 큰 좌절을 느꼈어요.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게 정말 부담되고 당황스러웠거든요. 그러다 ‘변신’이라는 영화를 찍으며 드라마와는 호흡이 다른 현장에서 재미를 느꼈어요. 카메라 연기를 더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오디션 제안이 들어와서 임하게 됐어요.

배우 전미도. 사진.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전미도. 사진.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Q.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등 ‘99즈’ 배우들과는 첫 호흡이었어요.
전미도:
정말 좋았어요. 드라마에서의 모습과 실제 저희 모습은 큰 차이가 없었어요. 공연은 2달여간을 함께 땀 흘리며 연습해서 친해지곤 하는데, 드라마는 그런 시간이 없다 보니 연기할 때 어색할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분들과는 그런 게 전혀 없더라고요. 촬영할 때도 5명이 함께 하는 장면을 늘 기다리곤 했어요.

Q. 작품의 흐름에서 채송화의 과거 이야기가 배제돼 아쉬움이 컸을 것 같아요.
전미도:
어우, 저도 답답하더라고요(웃음). 시즌2에는 나왔으면 좋겠어요. 다들 송화가 익준(조정석)을 좋아하는 것이라 생각하시던데, 송화의 마음이 어떤 건지 저도 궁금했거든요. 시즌2에 송화의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익준과 치홍(김준한) 사이에 낀 송화의 속마음과 가족 이야기가 나오길 바라고 있어요. 오빠들 때문에 얼마나 설움이 쌓였는지도 궁금하고, 송화가 먹보가 된 이유를 저도 알고 싶어요(웃음). 

Q. 이전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채송화는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예요. 인간적인 면도 살아있는데다 실력까지 좋은 의사죠. 실제로도 극 중 현실감 넘치는 수술 장면이 화제가 됐어요.
전미도:
촬영할 때 자문 선생님이 늘 계셔서 자세한 설명을 들어가며 촬영했어요. 어떤 문제가 생겨서 어떤 경로로 수술하고 있는지, 어떻게 치료를 해서 어떻게 나아지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곤 했죠. 제가 진짜 의사가 된 것처럼 묘하고 또 재미있었어요. 의학드라마의 매력을 알겠더라고요. 수술신의 매력에 푹 빠졌던 시간이었어요.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채송화 역으로 열연한 배우 전미도. 사진. tvN 제공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채송화 역으로 열연한 배우 전미도. 사진. tvN 제공

Q. 연기를 재미있어하고 진심으로 임하다 보니 주변에서도 더욱 찬사가 따르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도 동료 배우인 조정석과 유연석의 추천이 있었고, 과거에는 조승우가 전미도라는 배우를 극찬하기도 했죠.
전미도:
하하, 왜 그렇게까지 칭찬해주시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그분들에게 참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저는 연기하면서 상대방과의 호흡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상대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려 노력해요. 저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맞닿아서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 것 아닐까요? 저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분들이 저를 칭찬해주시는 것이라 생각해요.

Q. 실제로도 채송화 같은 면이 있는 것 같네요(웃음). 연기하면서 채송화 캐릭터로부터 혹시 긍정적인 영향을 받기도 했나요.
전미도:
후배들을 대하는 게 달라졌어요. ‘꼰대’가 되면 안 되겠구나 느꼈죠. 하하. 극 중에서 채송화가 치홍이의 안 좋은 상태를 눈치 채고 그 자리에서 혼내지 않는 장면을 보고 정말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지금 새로운 작품을 준비 중인데, 신인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최선을 다해 잘해주고 있어요(웃음).

Q. 차기작으로 결정지은 뮤지컬 ‘어쩌다 해피엔딩’에 대한 이야기군요. 초연부터 함께 한 작품인 만큼 애정이 더욱 클 것 같아요.
전미도:
개발단계부터 참여한 작품이에요. 내용도 모르는 상태에서 표지 한 장만 보고 출연을 결정했던 작품인데, 첫 시작부터 함께 해서 그런지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어요. 작품 외에도 작품을 만드는 창작자까지 제가 신뢰하는 분들이거든요. 그래서 제게는 더욱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에요.

배우 전미도. 사진.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전미도. 사진.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Q. 초연, 재연에 비해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요.
전미도:
극장 사이즈가 커져서 무대가 조금 달라졌어요. 창작 뮤지컬인 만큼 계속 개발해가는 과정이 있거든요. 모든 참여진이 작품을 더 좋은 쪽으로 수정, 보완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최고의 무대를 위해 계속 변화를 거칠 것 같아요.

Q. 앞으로 무대와 매체 연기를 병행할 계획인가요.
전미도:
기회만 된다면 그렇게 하는 게 가장 좋겠죠? 하하. 일단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시즌2 방송이 예정돼 있어 연말에는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에요. 시즌2가 끝나야 필모그래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좋은 작품의 좋은 역할이라면 드라마나 영화, 연극, 뮤지컬이든 가리지 않고 참여할 생각이에요.

Q. 시작 전부터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시즌제 드라마를 공표했는데, 다행히 시즌1을 성황리에 마쳐서 배우들끼리의 분위기도 좋을 것 같아요. 현장에서 드라마의 인기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나요.
전미도:
배우 중에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저희 작품은 평양냉면 같아서, 싱거운 듯하지만 깊은 맛이 있는 매력이 있다고 했는데 그 말이 ‘딱’이라고 생각해요. 

배우 전미도. 사진.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전미도. 사진.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Q. 우정과 사랑이 기반이 된 사람 사는 이야기였어요. 작품을 통해 스스로도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점이 있을지 궁금해요.
전미도:
후배들은 물론 친구들에 대한 마음이 달라졌어요. 제가 부산사람인데, 이 드라마를 촬영하며 고향 친구들과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거든요. 다시 옛날처럼 연락을 나누게 돼 정말 기뻤어요. 가족들이 이렇게까지 뜨겁게 응원해준 것도 처음이었어요. 역시 배우는 TV에 나와야 하는구나 싶었죠(웃음). 무대에 오를 땐 ‘밥은 먹고 다니니’, ‘TV에는 언제 나오니’라는 질문을 받곤 했는데, 이제는 가족들과 시댁 식구들까지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셨어요. TV에서 채송화 역할을 맡아 사랑스러운 척을 열심히 했으니, 제 삶에도 변화가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Q. 남편의 반응은 어땠나요(웃음).
전미도:
사실 제가 남편에게 먼저 물어봤어요. 가증스러워 보이지 않냐고 했는데, 남편이 정말 현명하게도 “똑같다”고 해서 정말 최고라고 해줬죠. 하하.

Q. 주변 반응이 뜨거운 만큼 안방극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배우가 됐어요. 앞으로의 마음가짐도 달라졌을까요.
전미도:
부담을 느끼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제 연기에 독이 될 수 있으니까요. 사람 마음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라지만 다른 것에 집중하다 보면 그런 부담이 없어지겠죠? 그만큼 연기에 더욱 열심히 집중하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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