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미디어SR 박세아 기자] 코로나19로 증시가 급락하면서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비교적 타격이 덜한 IT와 게임업체부터 증권사에 이르기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부양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 관련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새나오고 있다. 

30일 KT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구현모 이사도 취임 전인 지난 20일부터 닷새에 걸쳐 1억원 가량의 자사 주식 5234주를 매입하고 나섰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도 지난달 14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3억원이 넘는 1500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카메라 모듈 개발업체 엠씨넥스의 최대주주인 민동욱 대표이사도 지난 27일과 30일 양일간 5억 478만원 가량의 자기주식 2만주를 매입했다.

최근 유동성 악화와 실적 부진 우려 속에 주가 하락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증권사들도 자사주 매입 카드를 속속 꺼내 들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일 약 470억원어치의 보통주 1300만주를 매입 후 소각을 결정했고, NH투자증권도 사장과 임직원들이 자사주 매입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3~4일 이틀에 걸쳐 자사주 5000주를 장내 매수했고,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임직원을 대상으로 3000만원 한도 내에서 자사주 매입 신청을 받았다. 

한화투자증권도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권희백 대표이사와 경영진이  25만 6473주를 매입하는 등 역시 자사주 매입에 본격 나서는 모양새다. 

비교적 코로나19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게임사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게임사 컴투스는 지난 23일 15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 박인찬 드래곤플라이 대표는 지난 10일 이후 총 5만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한빛소프트도 최대주주인 T3엔터테인먼트가 최근 21회에 걸쳐 한빛소프트 주식 64만7974주를 장내 매수했다. 

자사주 매입은 일반적으로 자기 회사 주식가격이 저평가 됐을 때 적대적 M&A에 대비해 경영권을 보호하고 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기업이 자기자금으로 자기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만한다. 대체적으로 자사주 매입은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주당 순이익과 주당 미래현금흐름을 개선해 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1997년 이전까지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상법에서 금지했지만 1997년 이후로 상장법인들이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발행 주식 총수의 5% 이내에서 자사주를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2012년 4월에는 개정된 상법을 통해 비상장 기업도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이 허용되고 있다. 

쉽게 말해 기업 주가가 내려갈 때 자사주를 매입함으로써 근본적으로 기업신뢰 회복을 통해 주가를 부양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이는 보통 책임 경영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종종 주가부양의 카드로도 활용돼왔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 사실에도 불구하고 주가 부양 폭이 크지 않은 것은 자사주 매입 후 소각까지 진행되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소각한다고 주가가 반드시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소각 후 ROE(자기자본수익률)가 높아지고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듦에 따라 EPS(주당순이익)도 증가하는 효과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따라 확실한 주가상승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소각까지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일단 저평가된 자사주를 매입했다가 시세차익을 낼 수 있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자사주 매입과 관련, "비판적 시각으로 보면 자사주 매입이 개인 투자자들이 저가매수를 해서 시세차익을 보려고 하는 것과 크게 다른 점이 없을 수도 있다"면서 "어쩌면 코로나19가 개인의 이익을 늘리는 좋은 구실이 될 수 있어 책임경영의 일환인지 사적 이익 도모인지 주도면밀하게 구분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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