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두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마스크 시험 착용 사진. 사진. 김일두연구소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최대 한 달까지 세척해 사용할 수 있는 나노 마스크가 국내에서 처음 개발됐다. KAIST 신소재공학과 김일두(46) 교수 연구팀이 코로나19 사태와 즈음해 적시에 안타를 날린 셈이다. 

김일두 교수 연구팀은 세탁 후에도 효율이 유지되는 ‘나노섬유 멤브레인(membrane·얇은 막)’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나노섬유를 이용해 마스크 필터를 만들면 세탁후 다시 사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고 단 한 장으로 무려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요건대 세탁 후에도 KF 80~94 수준의 필터효과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개발제품의 특징이다. 종전에는 아무리 좋은 마스크라해도 세탁후에는 성능이 떨어져 다시 사용하기가 곤란했다.  

가격도 저렴하다. 면 마스크에 삽입해 사용할 경우 나노필터 마스크는 2000원 정도에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체형’으로 제품이 제작 판매될 경우 면마스크 비용만 추가되는 수준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마스크용 정전식 섬유필터는 시간이 지날수록 섬유 표면 정전기가 소실돼 성능이 떨어지게 된다. 또 수분이나 물에 닿을 경우에도 정전기 기능이 사라져 필터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져 재사용이 어렵다.

반면 김 교수 연구팀이 이번에 개발한 ‘절연블럭 전기방사법’은 2개 직선이 직각으로 만나는 직교(直交) 형태로 나노섬유를 제조한다. 직교형태 나노섬유는 공기필터 압력 강하를 최소화해 여과 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린다는 점이 장점이다.

실제로 연구팀이 에탄올 살균 세척 실험을 수행한 결과 20회 반복 세척 후에도 마스크가 초기 여과 효율의 94% 이상을 유지했다. 손 빨래를 한 후에도 멤브레인 구조 변화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특히 에탄올에 3시간 이상 담가도 나노섬유가 녹거나 멤브레인이 뒤틀리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30초 동안 손비누로 세척 테스트를 하면서 나노섬유 필터의 미세구조의 변화 양상을 관찰한 결과. 사진. 김일두연구소 제공

이같은 직교 나노섬유 기반 마스크는 마스크 겉면 안쪽에 필터 삽입 교체가 가능하다. 굽힘 테스트를 4000회 이상 반복 실시한 후에도 KF80 이상의 성능이 유지되는 등 내구성 역시 우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절차만 완료할 경우 곧바로 제작하면 시중 판매도 가능한 상황이다. KAIST 교원 창업회사 김일두연구소 황원태 연구원은 미디어SR에 “식약처 승인이 나면 하루 평균 1500장 필터 생산이 가능하다”며 이후 양산 설비를 증설하면 생산량도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원태 연구원은 미디어SR에 “초반에는 미세먼지를 타깃으로 연구‧개발 중이었다”며 “3~4년 전부터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김일두 교수는 한양대 무기재료공학과 학부를 졸업하고 KAIST 대학원에서 재료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순수 국내파 학자다. 미국 MIT에서 박사후연수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연구원을 거쳐, 2011년 KAIST 교수로 부임했다.

김 교수는 이미 2018년 미세먼지 필터 및 멤브레인 적용 기술에 대한 특허등록을 마쳤고, 지난해 2월 ‘김일두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창업해 생산설비까지 갖추고 있다. 김 교수가 기술을 활용한 창업가의 길까지 걸어왔기에 가능했다. 그는 이미 ‘날숨센서’, ‘리튬공기전지’, ‘폐 실리콘을 이용한 2차 전지 기술’ 등의 기술로 카이스트 창업원(엔드런‧End Run)의 지원을 받은 ‘창업 고수’다.

식약처 인증과 대량 생산 설비를 위한 투자 유치라는 두 가지 과제가 남은 상황이지만 어려운 과정은 아니다. 마스크 5부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스크 구하기가 쉽지 않은 국내나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해외 실정을 감안하면 정부가 두가지 과제를 빠른 시일안에 해결할 수 있도록 전폭적 지원을 해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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