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빅데이터 들여다보니 '마스크 대란' 속 민심(民心)이 보인다"
마스크 빅데이터가 시사하는 3대 핵심을 정부 당국자가 미리 알아채고 대처했더라면...
코로나 19의 확산 속 새로운 풍속도 생겨나...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도 정확히 알아야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미디어SR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사상 초유의 ‘마스크 대란’이다. 석유나 농산물 대란도 아니고 마스크라니.... 정부가 약국을 통해 마스크 5부제를 실시하면서 조금은 안정화되는 듯 싶다. 하지만  마스크와 관련한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이럴 때 빅데이터를 들여다보면 ‘마스크 민심(民心)’이 읽힌다.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게 된 결정적 원인은 코로나 19의 확산이다. 코로나 19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기 이전에 중국으로부터 날아온 코로나 19 확산 소식은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공포’ 그 자체였다. 정부 당국은 초기만해도 코로나19를 종식시키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대구 경북 지역에서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정부당국이 ‘신천지’라는 돌발변수에 허를 찔린 셈이다. 그러자 방심하던 국민들도 개인 위생에 대해 더욱 경각심을 갖게 됐고,  마스크 착용에 매우 적극적인 태도로 임하는 계기가 됐다.  

2월 부터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을 ‘민폐’로 치부하는 분위기 까지 생겨났다. 이런 새로운 풍속도가 만들어지면서 마스크는 일상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잡게 됐다.  누가 묻지도 않았지만 미세먼지 등을 걸러내는 수준에 따라 KF80과 KF94, 95 그리고 KF99 등의 제품에 차이가 있다는 것도 이제는 자연스레 ‘국민교육’까지 된 듯 싶다.

헌데 진짜 문제는 공급이다. 정작 국민들이 개인 위생을 위해 마스크를 구입하려고 해도 수량이 부족해 손에 쥘 수가 없는 ‘마스크 부재’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부랴부랴 나서 마스크 공급 부족을 탓하는 국민들의 분노를 달랬지만 그 마저 오래가지는 못했다.

관계장관들이 WHO(세계보건기구)의 입장과 면마스크 사용 등 다양한 마스크 사용법에 관해 설명하고 국민적 협조를 요청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당국에 대한 신뢰가 이미 사라진 뒤였기 때문이다. 그러자 SNS 등에는 정부당국이 마스크 수급도 정확히 예측 못하고 대책 마련도 허둥대는 등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마스크대란’과 관련, 국민들의 불편함과 분노심을 자극하기 전에 보다 체계적이고 정교한 설명이 뒤따랐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이 결정적으로 문제였는지 빅데이터를 들여다보고 분석해보자.

우선 ‘마스크 대란’은 예견된 사건이었다.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소셜매트릭스 인사이트에 ‘마스크’ 검색어를 입력해보자. 그 순간 마스크란 단어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이 언급됐었는지 단번에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마스크 대란’이 사회적 문제가 되기 훨씬 전인 1월 둘째 주부터 마스크에 대한 빅데이터상의 언급량이 확 늘어났다. 구입의 불편함뿐 아니라 착용 방법에 대한 정보 부족 등 다양한 내용이 올라와 있다.

3월에는 1월에 비해 마스크와 관련한 언급이 10배를 훌쩍 상회한다(그림1). 빅데이터 상에서 1월 둘째 주라도 이런 변화 추세를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했더라면 국민들로부터 비난보다 오히려 박수를 받았을지 모를 일이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전국적인 재난 위기 속에서 며칠 앞서 아니 몇 달 앞서 상황을 점검하고 대비하는 것은 정책의 기본이 아닌가.

질병관리본부나 청와대에서 빅데이터를 다루는 전문가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이런 마스크 대란은 초래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예견된 혼란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분노와 비난을 면키는 어려워 보인다.

둘째로 마스크 관련 문제를 지적한다면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재(人災)’라는데 문제가 있다. 마스크를 키워드 삼아 연관어 분석을 해보면 중요한 핵심 연관어로 ‘판매’, ‘구매’, ‘쿠팡’, ‘가격’ 등이 떠오른다. 특히 수많은 마스크가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중국’도 등장한다(그림2). 그렇다면 정책당국의 시각에서 이런 빅데이터 자료를 근거로 사재기나 외국으로의 밀반출이 혹시 없었는지 여부를 체크하고 알아보는 것이 반드시 필요했을 터이다. 특히 소셜커머스인 쿠팡과 같은 온라인 쇼핑에서 사재기를 통한 고가 판매 뉴스까지 흘러나왔던 시점임을 감안하면 더욱 더 그렇다.

자연재난에 의해 불가항력적인 공급 불가가 아니라 사재기의 불량 양심, 유통질서의 문란 등 국가 위기상황에 ‘한 탕’을 노리는 불온세력들의 움직임이 포착된다는 점에서 재난 대응의 행정적 공백을 지적할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대만에서 다양한 마스크 공급 대책을 마련하는 와중에 우리는 넋 놓고 있었다는 비판에는 겸허하게 귀를 열어야 한다.

‘마스크 대란’ 문제를 빅데이터로 분석하고 지적하는 세 번째 이유는 ‘불통’이다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CDC)는 중국 우한발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에 대해 지난해 이미 빅데이터 인공지능 분석을 통해 어느 정도 예측을 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마스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았다면 왜 그런지 의심해 보는 것은 정책 담당자의 책무라고 할 수 있다.

한예로 1년 내내 빅데이터상에서 높은 관심을 유지하는 키워드로는 ‘치킨’을 꼽을 수 있다. 왜냐하면 치킨은 일상적으로 우리 생활에서 자주 언급되는 생활 용어나 마찬가지로 누구나 즐겨먹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빅테이터 상에서는 ‘마스크’가 작년 12월 중순부터 ‘치킨’의 언급량을 앞서기 시작했다. 먹는 음식도 아닌 ‘마스크’가 치킨보다 더 많은 관심사로 떠오른 셈이다. 더욱이 2월 들어서는 10배 이상 관심도가 높아지기에 이른다.  그렇다면 왜그런지 살펴보고 정책에 반영하는 쪽으로 시각을 돌려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닌가.(그림3)

더욱이 이렇게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슈라면 정부는 더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섰어야 했다. 부정확한 정보를 접하고 마스크 구입에 나서는 국민이라면 오히려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우려도 있었기 때문이다.

‘마스크 5부제’가 실시되면서 이제는 중복구매 방지 시스템이 작동하고 거주지 인근 약국의 마스크 비축 현황까지 앱으로 확인이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마스크 구매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많은 시행착오와 혼란을 야기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조금 더 나은 제도를 도입하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뉴스 보도와 관련 정보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던 ‘마스크 대란’ 관련 문제점도 빅데이터 상에서는 더 빠른 시간내 파악하는 것이 가능했다. ‘마스크 대란’은 예견된 사건이었고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재였다. 현장의 목소리를 확인하지 않고 탁상행정의 임기응변에만 의존한 불통정책이 가장 큰 문제였다.

대통령과 정부의 권위는 국민들과의 약속 즉 신뢰에서 비롯된다. 마스크 구매 관련 몇 차례의 정부 설명이 있었지만 번번이 수정되는 등 혼선을 동반했다. 앞으로도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엉뚱한 정책이 나온다면 그 후폭풍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산될 공산이 크다. 물론 빅데이터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디지털정부를 지향하는 정부라면 비상 재난 상황에서 빅데이터에서 툭툭 던져주는 경고를 놓치지는 말아야 한다.

 

필자 프로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정치컨설팅업체인 인사이트케이를 창업해 소장으로 독립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요즘은 유튜브 전문가로 통한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갖춰 정치 판세의 핵심을 잘 짚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