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인력 분산 배치, 유통업 재택근무 도입 , '비즈니스 거리두기'로 확대
기업들의 핵심 업무영역인 '고객 서비스'의 위기...집단 감염 우려로 실종

코로나-19 확산 방지 대국민 마스크 노마진 판매 행사.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서울 구로구의 보험사 위탁 콜센터에서 코로나19(COVID-19) 첫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해 각 산업계에 미칠 파장이 막대할 것으로 우려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1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서울시가 파악한 구로구 콜센터 관련 확진자가 90명으로 늘어났다"면서 "서울에서 발생한 최대규모 집단감염 사례"라고 강조했다. 확진자들은 서울 62명, 경기 13명, 인천 15명 등 서울 수도권 거주자로 나타났다. 전체 숫자 90명은 해당 콜센터의 직원과 그 가족을 포함한 숫자다. 전날 오후까지 확인됐던 60여명에 비해 밤사이 확진자 수가 크게 늘어난 셈이다.

콜센터 직원들은 좁은 공간에서 계속 전화통화 등 말을 해야 하므로 업무 특성상 마스크를 쓴 채로 일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밀집된 공간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집단 감염의 가능성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이 현실이다.

#재택근무 어려운 금융권

특히 금융권 콜센터의 경우 고객의 민감정보를 기반으로 상담 업무가 이뤄지다 보니 홈쇼핑 등 타 산업 콜센터보다 재택근무가 어렵다.

금융권은 이에 콜센터에서의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코로나19 감염 확산 초기부터 대비책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BC카드의 경우 현재 가산디지털단지와 서초(퓨처센터)의 콜센터를 통해 장소를 이원화하고 있다. 만약 한 곳이 코로나19로 인해 폐쇄될 경우, 다른 한쪽의 장비로 두 곳을 다 컨트롤할 수 있도록 했다. 콜센터를 직접 운영하는 메리츠화재도 콜센터 직원을 층별로 분산 배치하고 해당 직원들이 다른 층 직원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도록 권고한 상황이다.

KB국민카드는 콜센터 업무를 외주업체가 맡기고 있으나 본사 차원에서 콜센터 대체 사업장을 마련했다. 서울과 대전 두 곳의 콜센터 중 서울 지역의 콜센터는 사업장을 3곳으로 나눴다. 인력을 분산 배치하여 집단 감염에 따른 업무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KB국민카드는 유사시를 대비해 대체 사업장을 추가로 마련하는 것도 검토 중이며 콜센터 직원들에게 방역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아무래도 개인정보나 거래 내역 등을 보면서 상담을 해야하다 보니 재택 근무는 불가능하다”면서 “지속적으로 마스크 착용과 안전 수칙을 안내해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통업계 콜센터도 비상

홈쇼핑 등 유통가 콜센터도 비상 상황이다. 업계는 수시 방역, 발열 체크, 마스크 필수 착용 등 기본적인 예방책을 시행하며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서울, 부산, 대구 3개 지역에서 61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코로나19 감염 경보가 ‘심각’으로 상향조정됐을 때부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또 매일 사업장을 방역하고 하루에 3번 이상 발열 체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대구 지역의 경우 일부 직원은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미디어SR에 “15명 정도로 밀접접촉자는 아니지만 혹시 모를 감염 우려에 대비해 재택근무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재택근무자는 전화 상담 서비스 업무가 아닌 온라인 질문/답변 대응 서비스를 담당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GS홈쇼핑도 500여명의 상담원이 상주하던 경기도 부천 콜센터를 두개로 나눠 분산 근무 중이다. 사무실을 매일 방역하는 것은 물론이고 마스크 착용도 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재택 근무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이번 주부터 콜센터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재택근무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CJ ENM 오쇼핑은 이미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임산부를 1순위로, 희망하는 직원들은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가정 내 시스템 문제, 개인적 문제로 재택이 불가능한 이들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자회사 CJ텔레닉스를 통해 콜센터를 운영중인 CJ ENM 오쇼핑은 직원들이 상담시에도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하루에 발열 체크 2회, 사무실 소독 3회 등의 지침을 시행 중이다.

#외주업체 관리‧감독 어렵고, 전산 등 시스템 없어  

하지만 콜센터 업무를 외주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아 관리 소홀에 따라 집단 감염 가능성은 여전하다. 게다가 외주업체에 맡기는 경우 직접적인 업무 지시가 어렵다. 상담시에 마크스 착용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의무화하거나 관리‧감독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마스크 착용을 계속 안내하고 권장하고는 있으나 강제할 수는 없다”면서 “외주업체인 만큼 직접 업무지시를 할 경우 위법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곳도 있으나 대부분의 콜센터는 사실상 재택근무도 어렵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고객 응대를 위해 조회 서비스 등 기타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재택근무로 전화 상담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고객응대 근로자 보호조치와 관련 녹취 시스템도 필요하므로 이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콜센터 업무를 재택에서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아예 콜센터 운영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곳도 있다. e커머스 마켓컬리의 경우, 2주 전부터 아예 콜센터를 게시판 운영으로 전환했다. 홈페이지 게시판 또는 카카오톡을 통한 일대일 문의로 대체했다.

2017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콜센터 종사자 수는 약 40만명에 달한다.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등장하고 e커머스의 급성장, 홈쇼핑 매출 호조 등으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다. 오늘날 콜센터 업무는 기업의 핵심 영역으로 꼽히는 만큼 향후 코로나19의 집단 감염 우려를 막기 위한 산업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