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병규, 연기에 확신을 얻다
[인터뷰] 조병규, 연기에 확신을 얻다
  • 김예슬 기자
  • 승인 2020.02.28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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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병규. 사진. HB엔터테인먼트
배우 조병규. 사진. HB엔터테인먼트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조병규는 차근차근 성장을 이어가는 배우다. 단역과 독립영화 등 수많은 작품을 거쳐 자신을 다져온 그는, 지난해를 ‘SKY캐슬’로 열었다면 올해는 ‘스토브리그’로 필모그래피에 기념비적인 궤적을 남겼다. 그러면서 배우라는 직업의 무게감을 조금씩 느끼고 있는 조병규. 다작을 통해 연기 방향성에 대한 확신도 얻었단다. 꾸준히 연기 중인 그의 꿈은 배우로서의 성숙이다. 

Q. 2019년의 마무리와 2020년의 시작을 ‘스토브리그’와 함께 했네요.
조병규:
정말 영광이고 다행이라 생각해요. 시청자 분들이 많이 사랑해주셔서 촬영을 하면서도 지치지 않고 열심히 할 수 있었어요.

Q. 요즘 시대에 지상파 시청률이 20%를 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처음부터 인기를 예상했을지 궁금해요.
조병규:
대본을 보는데 서사가 탄탄하고 대본 구성이 치밀해서, 야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야구를 잘 모르시는 분들에게도 인기가 있을 거라곤 상상을 못 했죠. 다만 웰 메이드 드라마가 될 거라는 데에는 확신이 있었어요.

Q. 야구를 잘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과몰입’해서 빠져들었죠(웃음).
조병규:
시청자 분들부터 배우들 모두가 몰입을 했어요. 사이판 휴가를 전지훈련으로 착각할 정도였거든요. 하하. 시민 분들이 배역 이름으로 저희를 불러주시는데, 저만은 ‘재희’가 아닌 ‘낙하산’으로 불러주셔서 묘하면서도 또 좋았어요. 다들 드라마와 작품,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강해서 시즌2를 한 마음 한 뜻으로 바라고 있어요.

배우 조병규. 사진. HB엔터테인먼트
배우 조병규. 사진. HB엔터테인먼트

Q. 실제로 축구선수 출신이라고 들었어요. 종목은 다르지만 운동 경험이 있는 만큼 감회도 남달랐을 것 같은데.
조병규:
맞아요. 극 중 대학야구팀의 경기를 보며 스카우트팀 팀장님과 ‘아무도 모르는 노력이라지만 우리가 봐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런 부분이 모든 스포츠인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프로팀을 다루는 드라마임에도 작가님이 굳이 넣으려 하신 이유가 있다 싶더라고요. 운동을 해봐서 그런지 그 장면에 저 스스로 의미부여를 많이 했어요.

Q. 야구선수 역을 맡는다면 희망하는 캐릭터가 있을까요?
조병규:
임동규 역할이요. 처음에는 드림즈의 최고 빌런(악역)인데, 나중에는 강두기 같은 선수가 되어가잖아요. 그 과정이 멋있었어요. 희로애락과 업 앤 다운이 모두 드러나는, 가장 입체적인 역할 같았거든요. 조한선 형처럼 멋지게 나이를 먹은 뒤 저런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Q. 극 중 부잣집 도련님이었던 만큼 스타일링이 관심을 받기도 했어요.
조병규:
평소에 수수하게 입고 다니는 스타일이어서 이번 캐릭터에는 패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옷을 맞춰보는 등 열의를 보였죠. 이 친구가 재벌 3세 낙하산인데 그런 배경이 드러나는 장면이 없다 보니 패션을 통해서 집안이 부유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공사장에서 명품 브랜드 옷을 입기도 했는데, 그런 점을 알아봐주셔서 감사했어요.

배우 조병규. 사진. HB엔터테인먼트
배우 조병규. 사진. HB엔터테인먼트

Q. 박은빈이 맡은 이세영 캐릭터와 묘한 러브라인 기류도 있었어요.
조병규:
러브라인으로 시작해 상사에 대한 동경으로 끝난 것 같아요. 시즌2가 진행된다면 조금 더 진행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사실 멜로로 보고 시작했거든요(웃음). 하지만 촬영이 진행되고 제가 점점 드림즈의 일원이 되어가면서 느꼈어요. ‘아, 멜로를 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중반부터는 상사에 대한 동경으로 방향을 조금씩 틀었어요. 만약 드라마가 진지해지는 와중에 저희의 멜로가 들어갔다면 모든 원성이 저희에게 왔을 거예요. 그런 면에서는 참 다행이다 싶죠. 하하.

Q. 한재희 캐릭터에게 닮고 싶은 점이 있었을까요.
조병규:
밑도 끝도 없는 활발함이요. 평소 성격이 그렇게 밝지 않아서 에너자이저 같은 재희의 모습을 닮고 싶어요.

Q. 남궁민은 어떤 선배였나요.
조병규:
워낙 베테랑이셔서 많은 걸 배웠어요. 저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 제가 가진 생각을 현장에서 이야기하는 게 어렵고 또 조심스럽거든요. 그런데 남궁민 형님은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해 좋은 장면을 만들고, 조율과정을 통해 좋은 연기를 만드시더라고요. 그런 점을 배우고 싶었어요. 

배우 조병규. 사진. HB엔터테인먼트
배우 조병규. 사진. HB엔터테인먼트

Q. 작년과 올해 모두 굵직한 작품에 참여했어요. 되돌아보니 어떤가요. 많은 배움의 과정도 거쳤을 것 같은데. 
조병규:
단역 보조로 시작해 스토브리그까지 정말 순탄치 않았어요. 걸어온 것에 비해 자부심도 있죠. ‘SKY캐슬’을 찍으며 체력적으로 지치긴 했어도 배우로서 비전을 바라보면서 걸어온 만큼 연기를 통해 이겨낸 과정도 많았죠. ‘SKY캐슬’과 ‘아스달 연대기’,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었던 ‘우상’ 등을 만나며 배우로서 정도를 걸어온 것 같아요. 여러 작품의 캐릭터를 연기해서 캐릭터 소화력이 넓다는 장점이 생기기도 했고요. 다른 쪽으로 탈선하지 않고 제가 생각하는 배우 이상향으로 천천히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조금은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기도 해요(웃음).

Q. 여러 작품에 참여해오며 느낀 점도 많았겠네요.
조병규
: ‘스토브리그’를 끝내고 세어보니 제가 5년 동안 70개 작품을 찍었더라고요. 쉰 날이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계속 현장에서만 보냈어요. 생일, 새해, 크리스마스 모두 다요. 하지만 그런 노력 때문에 시청자 분들이 저를 많이 응원해주신 것 같고, 그 덕에 ‘스토브리그’와 ‘SKY캐슬’ 같은 작품을 만날 수 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정도를 걸어 나가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쉬지 않고 일해야겠다 싶어요.

Q. 배우로서의 방향성을 어떻게 잡고 있나요.
조병규:
저는 데뷔를 단역, 보조출연자로 시작해서 모든 작품마다 소중하고 중요한 기회들이었어요. 그러다보니 사적인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연기를 해왔죠. 휴식과 맞바꿀 정도로 작품에 대한 소중함을 아직도 갖고 있어요. 일을 하지 못할 때의 두려움을 여전히 마음 속에 지니고 있고요. 그래서 저는 작품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게 제 이상향 중 하나거든요. 사적인 힘듦으로 인해 좋은 작품이나 배역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배우 조병규. 사진. HB엔터테인먼트
배우 조병규. 사진. HB엔터테인먼트

Q. 그럴수록 중요한 게 정신건강 관리예요.
조병규:
맞아요. 저도 사람이다 보니 휴식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쉬어야하는지를 잊어버렸어요. 그래서 괴롭더라고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힘든 감정들이 작품을 하며 극복될 때가 많아요. 어려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이루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그럴 수도 있는 것 같고요. 작품을 꾸준히 하는 게 지친 제 자신을 극복하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Q. 작품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작품을 하느냐도 중요해요.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린 만큼 지나친 다작은 독이 될 수도 있으니까.
조병규:
예전엔 저를 알려야 했으니 열심히 제 이미지를 소비했어요. 단편영화, 웹 드라마, 바이럴 드라마, 5초 영화 등 모든 걸 마다하지 않고 다 했거든요. 하지만 그 과정들을 거치며 이제는 조금 달라졌어요. 신중하게 작품을 골라야 하는 건 맞지만 공백기를 오래 갖고 싶지는 않아요. 70개의 작품을 찍으며 캐릭터 스펙트럼이 넓어진 건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제 자신이 너무 소비됐다고 불안해하지 않을 수도 있게 됐어요. 처음 시작할 땐 지금까지 올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 했어요. 기적이라 생각해요. 기회의 소중함을 너무나도 잘 아는 만큼 감사함과 소중함을 안고 열심히 나아가고 싶어요.

Q. 다작을 하는 와중에도 ‘나 혼자 산다’와 ‘자연스럽게’ 등에 출연하기도 했어요. 예능으로의 확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나요.
조병규:
예능 플랫폼에 대한 걱정이 많았어요. 예능인들처럼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을지 불안감도 컸거든요. 그런데 막상 예능을 해 보니까, 예능도 결국 사람이 하는 거더라고요. ‘나’라는 사람이 괜찮으면 프로그램에서 비쳐지는 제 자신도 대중이 좋게 봐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덕에 이제는 거부감이 많이 없어졌어요. 연기에 대한 확신이 있고 배우로서의 길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예능을 하는 것도 배우에겐 나쁘지 않다고 봐요.

배우 조병규. 사진. HB엔터테인먼트
배우 조병규. 사진. HB엔터테인먼트

Q.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부정적인 여론이 생겨나기도 했어요. 속상할 수도 있었을 텐데.
조병규:
워낙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에서 여러 갑론을박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시작한지라 그 자체도 제게 관심을 보여주시는 것 같았어요. 어쨌든 지금은 제가 유명한 배우가 아니니까 부담을 감수해서라도 저를 시청자 분들에 보여드리고 싶어서 예능 출연을 선택한 거였거든요.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언행으로 작품에 지장이 될까봐 불안감이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최대한 열심히, 조심히 촬영하려 하지만 앞으로 또 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Q. ‘SKY캐슬’을 함께 한 또래 배우들 일부는 주연배우로 발돋움했어요. 본인 역시 주연 캐릭터를 욕심내게 되진 않나요.
조병규:
아직까지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작품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고 감사하듯 역할에 대한 부담과 무게, 책임감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며 작품을 고르고 있거든요. 다른 친구들 모두가 차기작이 잘 됐어요. 그런 지점에선 정말 응원해주고 싶고, 저는 조금 더 천천히 나아가고 싶어요. 아직까지는 부담을 이겨낼 깜냥이 안 되거든요. 더 천천히 걸어가보려 해요.

Q. 조급함이 들 법도 해요.
조병규:
오히려 시작부터 단계적으로 올라왔기 때문에 초조하진 않아요. 학생1로 시작해 이름 있는 배역이 되고, 조연 배우가 되고, 주조연이 됐다가 이제는 타이틀 포스터에 제 이름이 올라가게 됐어요. 그러다보니 조급하지 않더라고요. 사람에겐 다 때가 있고, 순차적으로 천천히 밟아가는 게 더디게 가는 건 아니라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제가 걸어온 길이 더 단단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욕심을 부리지 않은 걸 칭찬해주고 싶어요.

Q. 그동안 해왔던 작품 중에 가장 만족했던 건 무엇인가요?
조병규:
다 만족하진 못해요. 제가 콤플렉스 덩어리거든요. 키가 큰 것도 아니고 잘생긴 배우라 생각하지도 않아요. 남들보다 뛰어나게 연기하고 싶은데 아직까지는 그럴 깜냥도 아니어서 만족할 수가 없더라고요. 자존감은 있지만 자신감이 낮은 편이어서요. 하지만 그 덕에 저를 가혹하게 이끌어 가다 보니 좋은 연기를 만든 과정이 됐던 것 같아요. 

배우 조병규. 사진. HB엔터테인먼트
배우 조병규. 사진. HB엔터테인먼트

Q. 지금까지 작품에서 본격적인 러브라인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어요. 멜로에 대한 욕심이 생기진 않나요.
조병규:
사실 저는 멜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안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최근엔 사이코패스도 연기하고 장르극 부분에 치우치다보니 멜로는 정말 안 되겠더라고요. 조금은 다른 방향성으로 가야겠다 싶기도 해요. 제가 시련을 당하는 역할을 할 때 캐릭터가 빛을 본다는 반응이 나오곤 했거든요. 하지만 밝은 캐릭터도 좋아해요. 그런 측면에서 ‘스토브리그’에도 출연했고요. 밝은 캐릭터를 계속 이어가고 싶긴 해요. 마음이 건강해지더라고요(웃음).

Q.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것도, 배운 것도 많겠네요.
조병규:
배움의 장이었어요. 현장에서 막내여서 베테랑 선배들의 처세와 현장에서 어떻게 행동하시는지를 봤죠. 옛날엔 제 연기와 제 대본만 봤지만, 이제는 상대 배우와 어떻게 장면을 만들어 가는지를 보여고 해요. 선배님들에게 많이 배웠어요. 제게는 정말 좋은 학습의 장이었던지라, 배우로서도 인간적으로서도 큰 성장을 이룬 작품 같아요. 좋은 결과를 얻은 만큼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생명선이 된 것 같기도 해요.

Q. 연기를 할수록 애착이 더 커진 것 같아 보여요.
조병규:
연기가 재미있고,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보니 연기하는 순간 자체가 제게는 너무나도 소중하거든요. 이런 순간들을 놓치기 싫다는 생각도 더 커지고 있고요. 그래서 저는 공인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더욱 성숙하게 살아가려 해요. 그게 앞으로의 배우 생활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Q. 공인의 무게감을 느끼며 배우로서 필모그래피를 가꾸는 건 쉽지 않은 작업일 것 같아요. 배우로서 연기에 대한 방향성을 어떻게 잡고 있나요?
조병규:
‘SKY캐슬’ 이후 조병규라는 이름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했거든요. 이전까지는 연기만 하는 배우라 생각했는데, 이젠 부담감도 생기고 선택에 신중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배우로서 과감히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도 그러지를 못하게 될 때도 생기고요. 도의적으로 선은 잘 지키되 과감하게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게 제 목표이기도 해요. 최대한 연기 공백을 없애고도 싶어요. 제가 매체에 안 보일지라도 저는 어디서든 연기를 하고 있을 거예요(웃음).

김예슬 기자 yeye@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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