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이경의 흐름
[인터뷰] 이이경의 흐름
  • 김예슬 기자
  • 승인 2020.01.26 0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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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이경.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이경.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배우 이이경은 코믹연기에 능통하다. 드라마 ‘고백부부’를 시작으로 시트콤과 예능에서 열띤 활약을 보이던 그는 영화 ‘히트맨’으로 캐릭터 굳히기에 나섰다. 혹자는 이런 흐름을 경계할 법도 하지만 이이경은 그저 흘러가는 대로 지낼 생각이란다. 일을 하며 오히려 에너지를 얻는다는 그. ‘연기는 어떤 걸 하더라도 매력 있다’던 이이경에게 배우라는 직업은 그야말로 천직이다. 유의미한 커리어를 착실히 쌓아가는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Q. 상업영화로는 오랜만이에요. 브라운관에서의 재미있는 이미지가 스크린에도 이어졌네요.
이이경:
저는 원래 제가 찍은 작품을 잘 보지 않는 편인데, 이번엔 권상우 선배와 긴장하며 봤어요. ‘고백부부’에서부터 ‘으라차차 와이키키’(이하 와이키키)까지 코믹한 모습으로 나와서 그런 이미지가 이어졌던 것 같은데, 예능까지 해서 그런지 관객 분들께서 제가 나오면 웃을 준비부터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저희 영화 속 배우들에 웃음 기대치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Q. 배우들은 한 이미지에 갇히는 걸 경계하는 편인데, 여러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플레이어’ 등을 통해 코믹 캐릭터가 확실히 잡힌 것 같아요.
이이경:
그냥, 흐름 따라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고민이 없는 상태인데, ‘와이키키’ 시즌1을 끝내고 ‘붉은 달 푸른 해’를 찍은 뒤 다시 ‘와이키키’ 시즌2를 찍었거든요. 그랬더니 주위에서 다시 시트콤으로 돌아가는 느낌 아니냐고 하셔서 괜히 고민이 되더라고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이미지를 원하는 배우들도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하니 충분히 감사할 일이다 싶었어요. ‘플레이어’를 함께 찍고 있는 이수근 선배님도 방송사 주말 메인 시간대에 예능 프로그램을 한다는 건 축복받은 일이라 하셨거든요. 그 말이 많이 와 닿기도 했어요. 요새는 그래서 고민되지 않아요. 망가지는 거라는 생각이 들지도 않고요.

배우 이이경.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이경.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Q. 예능과 영화에서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함께 하고 있네요.
이이경:
맞아요. 수근 형님은 제게 아버지 같으면서도 도덕책 같은 분이세요. 길거리에 침 뱉지 말고 가래가 나와도 삼키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권상우 형님은 저와 띠 동갑인데도 나이차 안 나는 친한 형 같아요. ‘와이키키’도 다 보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워낙 연기할 때 분위기 타며 애드리브를 하는 편인데 그것도 다 받아주셨어요. 그리고 정준호 선배님은 사랑스러우시고 황우슬혜 누나는 꼭 친누나 같아요. 감독님께 이런 조합을 짜신 건 엄청난 선견지명이라고 했을 정도예요.

Q. 애드리브가 정말 많아서 함께 호흡을 맞춘 정준호가 혀를 내둘렀다고 들었어요(웃음).
이이경:
그냥 하시는 말 같아요. 선배도 많이 하셨거든요(웃음). 애드리브를 많이 했는데, 거의 다 만족하고 있어요. 서로 애드리브를 쌓아갔거든요. 감독님이 많은 편의를 봐주셨는데, 나중에 편집 본을 봤는데도 제가 한 애드리브가 다 담겨 있었더라고요. 정말 뿌듯했어요.

Q. 그만큼 연기에 현장성이 살았어요. 애드리브 덕에 캐릭터가 더 살아난 것 같고.
이이경: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캐릭터가 별로 보이지 않아서 걱정됐어요. ‘공조’의 막내형사 캐릭터가 떠오르기도 했죠. 뾰족한 답이 안 떠오른 만큼 고민도 많았어요. 그래서 현장에서 상우 선배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장에서 많은 애드리브를 만들어갔어요. 감사할 따름이죠.

Q. 필모그래피를 보면 코미디와 정극을 모두 잘하는, 균형을 잘 갖춘 배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이경:
정극과 코미디 연기의 희열은 달라요. 이렇게 오갈 수 있는 것 자체가 정말 복인 것 같아요. 연기에 있어서는… 사실, 저는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안 봐요. 보더라도 유튜브를 보죠. 더욱 다양한 캐릭터들이 많거든요. 다른 작품들을 보게 되면 이후에 새 작품의 대본을 받았을 때 제가 생각한 캐릭터가 아닌 다른 배우의 캐릭터를 생각하게 돼서 최대한 안 보는 편이에요.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제 연기에 다른 누군가가 보이지는 않는 것 같아서 계속 그러고 있어요.

배우 이이경.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이경.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Q. ‘검법남녀’, ‘으라차차 와이키키’ 등 유독 출연드라마가 시즌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새 시즌에서도 캐릭터의 흐름을 잡아가는 비법이 있다면요?
이이경:
촬영을 했던 영상이 남아있기도 하고 스태프 분들의 분위기도 바뀌지 않아서, 한 번 해봤던 캐릭터에는 다시 다가가기가 쉬운 편이에요. 굳이 대본을 보지 않더라도 이전까지의 고민으로 완성된 캐릭터여서, 다시 연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거든요. 이번 ‘히트맨’도 흥행에 성공해서 배우들이 다시 함께 연기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만 된다면, 그만한 축복이 또 있을까 싶어요.

Q. 그동안 굵직한 작품에 대거 참여해왔어요. 가장 애착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이이경:
‘아기와 나’예요. 그건 혼자서도 몇 번이나 봤을 정도거든요. 손태겸 감독님이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저를 생각하며 쓰셨대요.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고 대본을 읽으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감독님이 저에 대해 조사해서 딱 맞는 캐릭터를 만들어주신 만큼 몰입도 정말 잘 됐어요. 사실 그 작품을 찍을 때가 스케줄 강행군이던 시기거든요. 예능 ‘진짜 사나이’와 드라마 ‘태양의 후예’, 영화 ‘커튼콜’과 ‘아기와 나’를 동시에 찍던 때였어요. 그럼에도 가장 몰입도가 좋았고 마음에도 큰 울림이 남았어요. 스스로에게 가장 좋은 영화라고 자부하고 있죠. 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대한 애착이 컸어요. 역주행 됐으면 좋겠다 싶은 영화예요.

Q. ‘히트맨’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이이경:
정말 좋은 식구들과 함께 한 작품이에요. 지금 이 일은 제가 좋아서 하는 것이지만 촬영하러 갈 때면 가끔은 일하러 간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히트맨’은 놀러간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영화 특성상 조금 더 여유로워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현장에 가서 선배들과 연기하고 이야기 나누는 게 정말 재밌었어요.

배우 이이경.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이경.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Q. ‘히트맨’이 가진 특유의 B급 정서를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궁금해요.
이이경:
‘와이키키’는 이것보다 더한 B급인 걸요(웃음). 제가 느끼기에 요즘 코미디는 호흡이 빠른 것 같아요. 그 중 하나가 유튜브 때문인 것 같은데, 그런 점들이 정말 잘 살아있는 영화예요. 물론 보시는 분들을 100% 충족시킬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죠. 하지만 보시면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에 대한 생각이 안 드는 것만으로도 잘 만들어진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Q. 그동안 잘 만들어진 영화에 다수 출연했는데, 점점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이경:
제가 운 좋게도 작은 역할이어도 잘된 작품에 출연해왔어요. 영화 ‘해적’은 860만, ‘공조’는 780만을 기록했거든요. 드라마로는 ‘태양의 후예’에 출연했고요. 언젠가 한 번은 한 PD님이 연출부에서 제가 나오면 잘된다고 했다는데, 제게 이런 기운이 있다는 게 정말 좋다고 생각했어요.

Q. 작품을 많이 하다 보면 지치는 순간이 오기도 할 텐데.
이이경:
다행히도 제가 워커홀릭 같아요. 일하면서 에너지를 받거든요. 오래 쉬면 오히려 ‘나 왜 일 안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이제 데뷔 9년차인데, 스스로도 늘 신기해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싶죠. 연기 인생에 있어 매너리즘은 아직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배우 이이경.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이경.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Q. 이제는 그렇지 않지만, 데뷔 초에는 외적인 걸로도 주목 받았어요.
이이경:
어휴, 제 나이가 32살이에요. 아버지도 이제는 나이가 드셨고요. 옛날에는 제가 아닌 배경을 보시니 편할 수가 없었는데, 요즘엔 별 생각이 없어요. 저 살기도 바쁘거든요. 어느새 혼자 산지 15년이나 됐는데, 그러다 보니 애틋해지기도 해요. 6년 만에 어머니를 영화 시사회에 초대했었는데, 이번엔 조금 더 당당해요. 포스터에도 제 얼굴이 있고요(웃음).

Q. 이번 작품을 보며 관객 입장에서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코믹 연기할 때 본인만의 철학이 있다면요?
이이경:
저는 진지해야 한다는 거예요. 웃긴 걸 찍는다고 웃기게 하거나, 웃음을 참으면서 찍으면 오히려 연기가 반감되니까요. 제가 진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웃음이 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빨간 불이 들어오면 절대 안 웃으려 해요.

Q. 코미디 1, 2세대로 꼽히는 정준호, 권상우로부터 배운 점도 확실히 있을 것 같은데.
이이경:
지속적인 열정이 중요하단 걸 느꼈어요. 선배님들은 저보다 몇 배는 더 많은 경험과 더한 세월을 보내오셨잖아요. 그런데 선배님들의 열정을 보고 제가 그 연차 때까지 열정을 계속 가져갈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정말 대단해요. 영화 보시면 상우 선배님의 열정이 느껴지실 거예요.

Q. 이이경이라는 배우의 열정도 만만치 않은 걸요(웃음). 지금까지는 대중이 밝은 이미지로 보고 있는데, 앞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할 생각은 없을까요? 
이이경:
지금의 선한 이미지나 영향력은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배우로서 변신을 두려워할 부분은 아니지만 걱정이 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연기 변신은 늘 하고 싶어요. 연기는 어떤 캐릭터를 하더라도 늘 매력 있는 거니까요. 

김예슬 기자 yeye@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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