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병헌 전문위원]

검찰개혁은 국민을 위한 것입니다

검찰총장님!

관중(管仲)은 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를 개혁의 길로 인도해 제환공(齊桓公)을 춘추오패(春秋五覇)중 첫 패자로 만든 개혁가입니다. 중국인들은 그를 성인의 반열에 올리면서 관자(管子)라고도 부릅니다. 그의 부국강병책은 이후 동아시아 세계에서 국가경영의 기본 철학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중국에는 이밖에 왕안석(王安石) 상앙(商鞅)등 개혁가들이 여럿 있지만 당대는 물론 후대에까지 변함없이 성공한 개혁가로 평가 받는 이는 그나마 관중입니다. 사기(史記)의 저자 사마천(司馬遷)은 다소 다른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군주를 덕이 아닌 힘으로만 천하를 다스리게 했고 백성을 배부르게 하고 전쟁이 나면 나라를 지켜내는 임무만 충실하게 하면 군주의 개인적 일탈과 행동은 용인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방향성의 잘못이라는 지적입니다. 실제 그는 재상으로 거의 완벽하게 했지만 사치와 욕심이 지나친 엄청난 부자였고 축첩을 한 사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송(宋)나라 신종((神宗) 치세에서 개혁정치를 편 왕안석은 청렴했지만 개혁이 방향성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는게 후세의 평가입니다. 백성들이 반대했지만 군주가 원하는 개혁으로 개악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개혁의 방향성 때문에 후세에 혹독한 평가를 받게된 것입니다.

개혁의 요체는 결국 지향점 즉 방향성입니다. 미래에 대한 꿈과도 맞닿아있습니다. 국민에 대한 사랑과 배려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모든 정부는 나름의 문제를 안고 있으며 개혁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 합니다. 그런 만큼 국가와 국민의 미래에 도움이 되어야 하되 지향점이 근본을 해쳐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왕안석이 후세에 개 돼지로 지칭될 정도로 가혹한 평가를 받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정부의 이익만을 지향해 국민들이 다치는 우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개혁으로 정부가 잘된다고 해서 국민이 다 잘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개혁 자체가 정부의 목표일 수는 없습니다. 국민의 평가는 정부의 개혁 성공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의 성공 여하에 달려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지금 개혁중입니다. 적폐청산에 이어 정치개혁, 검찰개혁 등이 집권 4년차인 최근 들면서 그나마 본궤도에 오르는 느낌입니다. 여야는 지난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이 불참한 가운데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 등 2건의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을 처리했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처리에 따라 경찰은 1차 수사권과 종결권 확보로 수사 재량권이 대폭 늘어나고 검찰은 수사지휘권 폐지로 권한이 축소돼 검경은 기존 ‘수직적 관계’에서 ‘상호협력 관계’로 바뀌게 됐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이른바 공수처법에 이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까지 국회를 통과하면서 문재인정부 검찰개혁 입법은 모두 완료된 셈이죠.

검사들을 보호하는 개혁이 아닙니다

검찰총장님!

법은 통과됐지만 검찰개혁의 주체인 검찰 행보에 대한 논란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혁주체의 행보가 정치쟁점화 되면서 4월 총선으로까지 옮겨붙을 기미가 보입니다. 그 중심에 윤석열 검찰총장님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비호를 받고 여당과 청와대 법무부등 여권의 비난과 질책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국민들도 당연히 헷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법무부가 검찰총장의 대검 참모 8명 전원을 한직인 고검 차장과 지방검사장으로 좌천시키는 내용이 골자인 고검장 및 검사장 32명에 대한 승진 및 전보 인사를 13일자로 단행한 것도 정상은 아니라고 봅니다. 검찰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입니다. 검찰총장님의 ‘충심’ 발언이 진심이라면 검찰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여권은 검찰이 내놓은 자체 개혁안에 불만스러워합니다. 부당한 내압, 상명하복 문화, 지휘부 입맛대로인 사건배당 시스템 등 낡은 관행들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또 검찰이 청와대 감찰무마 수사를 하면서도 비위검사의 감찰·수사를 무마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입니다. 수사권 남용, 기소권 전횡도 여전해 보인다는 생각인 듯 하네요. 여권은 검찰이 정치권을 흔들고 자기보호에만 철저한 조직 이기주의의 전형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혁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국민을 위한 실사구시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방향성은 우리 역사에서도 지도층이 특정집단의 명분에만 치우치면서 겪게 된 아픈 경험들이 있습니다. 조선 건국 당시의 정몽주와 정도전, 계유정난(癸酉靖難)의 성삼문과 신숙주, 병자호란(丙子胡亂) 당시 김상헌과 최명길 등도 나라와 백성의 운명이 갈리는 대목마다 방법은 달리했지만 명분이 실리를 앞서면서 결국 둘 다 잃는 일을 되풀이했었습니다.

명쾌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십시오

검찰총장님!

구당서(舊唐書)'에 보면 신라와 함께 백제 고구려를 멸망시킨 당(唐)나라 고종(高宗)은 황손인 중조(重照)를 황태손으로 삼고 그를 위해 관원을 설치하려 한 적이 있습니다. 왕방경(王方慶)을 비롯한 많은 관리들이 전례가 없다며 반대했죠. 고종은 “전례가 없다면 나로부터 옛 것을 삼으면 되지 않겠는가(자아작고/自我作古)”며 관철시켰습니다. '옛것에 구애됨 없이 나부터 모범이 될 만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것‘이 혁신입니다. 윤 총장도 자신의 충심(忠心)과 자신만의 검찰개혁을 말하고 계십니다. 검찰의 충심과 검찰개혁이 여권쪽의 것과 방향성이 달라 보이는 게 문제이긴 하죠. 실제 같을 수 있지만 전후사정으로 보면 삼척동자의 눈에도 달라보이는게 현실입니다. 검찰개혁의 근본은 검찰이 국민신뢰를 얻고 검찰다워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의 사단은 윤 총장님이 생각하는 검찰개혁의 방향성이나 방법론을 정확하게 여권은 물론 국민들도 잘 모른다는데서 비롯됐다고 봅니다.

오롯이 윤 총장님 본인이 사태를 여기까지 몰고 온 주인공이라고 봅니다. 여권은 윤 총장님의 “중립을 지키겠다”는 약속마저도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윤석열 검찰‘의 수사는 죄다 현 정권을 향하고 있습니다. 여권이 검찰개혁을 막으려는 의도라며 경고하면 검찰은 압수수색·기소·소환으로 대응해온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표 검찰개혁에 대한 해명이나 설명은 없고 어쩌다 얘둘러 얘기는 하는데 화법이 너무 애매모호합니다. 윤 총장님의 평소 스타일과 달라보입니다. 수사 외적인 부분을 통해서라도 설명을 하거나 진의를 명확하게 밝혀야 하는게 아닌가요? 문재인 정권 초기 국회에서 그랬듯이 결기있게 내용을 정확하게 밝히고 넘어가야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믿습니다. 곧 검찰 후속 인사가 있을 예정이고 검찰개혁도 세부적으로 본격화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정말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검찰개혁에 대한 평소 생각과 방향성을 정확하게 밝혀주십시오. 여권주도의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말해 주십시오. 만약 검찰개혁에 대한 소신이 임명권자의 생각과 다르다는 판단이 서시면 이에 맞는 입장도 공개적으로 밝히십시오. 소신파 상남자답게, 통큰 검사답게 결단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대통령이 검찰총장의 눈치를 봐야 되겠습니까? 정권에 순응하라는게 아닙니다. 국민들에게는 순응하시라는 것입니다. 개혁의 성공을 추동하는 힘 역시 국민에게서 나옵니다. 건승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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