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효진 “‘동백꽃’, 제겐 새로운 희망 됐죠”
[인터뷰] 공효진 “‘동백꽃’, 제겐 새로운 희망 됐죠”
  • 김예슬 기자
  • 승인 2019.12.11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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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공효진.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
배우 공효진.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드라마 재밌게 보셨어요?” 취재진이 자리를 잡자 공효진은 이 질문부터 던졌다. 큰 인기를 끌며 종영한 KBS2 ‘동백꽃 필 무렵’에서 타이틀 롤 동백 역을 맡아 또 하나의 흥행작을 추가한 그는 작품의 성적보다는 또 하나의 좋은 작품을 함께 했다는 것에 기뻐보였다. 맡는 작품마다 좋은 시청률을 거두며 흥행 퀸으로 불리지만, 공효진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작품이 주는 만족감이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공효진을 만나 배우로서 갖는 소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Q. ‘동백꽃 필 무렵’에 대한 호평이 끊이지 않고 있어요. 찍는 사람 입장에서도 재미있었겠다 싶어요.
공효진:
더 찍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재미있게 찍었어요. 작가님은 하실 이야기가 더 많은 것 같았는데, 그게 정말 대단하다 싶었어요. 저희는 항상 할 이야기가 넘쳤고, 그걸 줄이는 데에 시간을 많이 쏟았어요. 작가님은 늘 아까워죽겠다는 말을 달고 계셨고요. 모든 게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잖아요. 작가님이 정말 뚝심 있게 몰고 간 거죠. 

Q. 대본이 좋다는 소문이 자자했어요. 배우들도 임상춘 작가의 글에 완전히 매료됐을 것 같아요.
공효진:
작가님의 탁월한 매력이 있어요. 시제를 막 꼬는 건데, 그러면서도 전혀 삐걱거리거나 이상하지 않게, 보면 바로 이해가 되도록 풀어내세요. 글의 힘이 대단하다 싶었죠. 대본이 대단했다는 건 모두가 다 입이 아파 더 말 못할 정도예요(웃음). 글로만 봐도 뿅 가는 대본을 연기하니 희열이 느껴졌죠. 그 좋은 글의 캐릭터로 연기함으로서 서로의 합이 맞아 떨어지고, 거기서 케미스트리가 나오는 건 몸 떨리는 경험이었어요. 배우 분들이 정말 화면을 꽉 채울 정도로 에너지 가득하게, 화려한 연기를 하더라고요. 저는 소박하게 연기하는 사람이거든요. 그 덕에 제가 더 리얼해 보인 것 같고, 그들의 화려한 연기도 리얼해서 극에 활력을 잠시도 떨어뜨리지 않은 것 같아요.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동백 역으로 활약한 배우 공효진. 사진. 팬엔터테인먼트 제공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동백 역으로 활약한 배우 공효진. 사진. 팬엔터테인먼트 제공

Q. 처음 동백 캐릭터를 접했을 땐 어떤 인상을 받았을지 궁금해요.
공효진:
대본 안에서 동백이가 가장 단순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복이 없고 평이하게 그려진 역할이어서 조금 아쉽기도 했죠. 다른 인물들은 사투리도 쓰고 하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아쉬움이 전혀 없어요. 워낙 좋은 캐릭터니까요. 다른 캐릭터들도 모두 좋았어요. 동백이만큼 좋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었다 싶어요.

Q. 이번에 엄마 역할을 맡았어요. ‘필구’ 역의 아역배우 김강훈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공효진:
연기를 유연하게 할 줄 알더라고요. 필구는 눈만 봐도 이야기가 있고 악다구니를 써야 할 땐 파워풀하게 할 줄 아는 아이예요. 오디션 영상도 남다르더라고요. 이야기를 잘 받아들일 줄도 알고요. 연기를 정말 잘해요. 필구 역할이 이 아이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을 정도였죠. 

Q. 대본도 좋고 캐릭터도 매력 있었지만, 요즘 같은 시청률 가뭄 시대에 이렇게까지 높은 시청률이 나올 줄은 몰랐어요.
공효진:
‘이 정도로 나온다고? 무슨 일이야?’싶더라고요(웃음). 제 인생에도 이런 신드롬 드라마를 할 수 있을까 했는데 그런 사랑을 받게 돼 놀랍고 고마웠어요. 대본도 갈수록 계속 좋았는데, 시청자 분들이 이렇게까지 ‘까불이’를 궁금해 할 줄은 몰랐어요. 이런 순박한 시골 동네 이야기에 보시는 분들의 마음이 이렇게까지 움직여질지도 몰랐고요. 살인, 배신, 치정 같은 자극적인 이야기에서 결국은 돌고 돌아 사람 간의 정을 다루는 이야기가 다시 사람들의 마음을 움찔거리게 하는구나 싶었어요. 우리 드라마는 사랑보다 사람간의 정을 다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이야기를 20대와 30대 등 폭 넓은 연령층 모두가 울며 봐줬다는 게 제겐 남다르게 다가왔어요.

Q. 이번 드라마가 연기하는 배우들의 마음도 함께 움직이게 한 것 같아요.
공효진:
맞아요. 그리고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 작가 모두가 이렇게 만족스럽기만 한 작품이 있었나 싶더라고요. 저는 찍으면서 ‘이 작품을 사람들이 몰라주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너무 좋은 드라마니까요. 자극적이지 않은 작품임에도 환호해주시는 걸 보면서 앞으로도 더 좋은 작품들이 나올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어요.

배우 공효진.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
배우 공효진.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

Q. 데뷔 20주년이고 드라마도 그동안 많이 했잖아요. 그럼에도 ‘동백꽃 필 무렵’은 유독 특별하게 남은 것 같아 보여요.
공효진:
더 이상 다른 게 있을 줄 몰랐는데 20년을 버티니 또 다시 새로운 국면에 서게 된 것 같아요. 20년이나 드라마를 했으니 다들 나를 지겹다고 느끼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번 작품을 하고 아직은 더 해볼 만하다고 느꼈어요. 이렇게 잘될 줄이야 싶었고 모두가 이 좋은 작품을 알아봤다는 것도 반가웠죠. 재미있고 화려하고 멋있기만 한 작품이 아닌데도 따뜻한 사람 이야기에 이렇게까지 열광해주신 게 반가우면서도 다들 똑같구나 싶었어요. 이번 드라마를 통해 다들 마음이 치유된 것 같다고 할까요? 사람들이 냉소적이고 센 척 하지만 결국 정과 사람 사이 온기에 무너지는구나 싶어서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더라고요. 저 역시도 위로를 받은 작품이에요.

Q. 많은 의미를 느끼게 한 만큼 동백이라는 캐릭터도 남다르게 남았을 것 같아요. 캐릭터와 이별이 힘들지는 않았나요.
공효진:
그래도 저는 이런 일을 거듭하다보니 캐릭터와 이별하는 데에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진 않아요. 2주 정도 지나면 시간이 해결해주거든요. 하지만 이번 작품은 조금 더 크게 남을 것 같긴 해요. 하지만 신기했던 건, 제가 이 드라마를 하면서 오히려 에너지를 채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점이에요. 정든 스태프, 배우들과의 이별이 아닌 우리가 이 작품을 통해 이룬 걸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배우들과도 이런 이야기를 나눠요. “우리가 이런 작품을 또 할 수 있을까? 아마 또 다시 이런 작품이 찾아오진 않을 걸?”(웃음)

배우 공효진.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
배우 공효진.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

Q. 공효진이라는 배우에는 늘 ‘흥행보증수표’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어요. ‘흥행퀸’은 드라마 선택에 있어 무엇을 가장 먼저 보게 되나요(웃음).
공효진:
대본이죠. 캐릭터보다는 무조건 대본을 먼저 봐요. 영화는 캐릭터를 먼저 보죠. 하지만 이렇게 나누기도 어려운 게, 결국 캐릭터가 곧 내용이기도 해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작품이 유치하지 않을 것. 너무 쉬운 이야기 같으면서도 유치하면 안 보게 돼요. 상황이 유치해서 ‘이렇게까지 진지할 필요가 있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들도 있잖아요. 저부터도 납득이 잘 안 되면 출연하고 싶지 않죠. 여러 가지로 글의 센스를 보는 것 같아요. 뻔한 이야기여도 클리셰를 피해갈 수 있는, 그런 것들이요. 그런 면에서 임상춘 작가님이 ‘동백꽃 필 무렵’에서 쓰셨던 울면서 이별하는 장면은 정말 좋았어요. 다시 생각해도 모든 게 다 좋은 작품이었어요.

Q. 이번 작품에서 향미 역에 손담비를 직접 추천했죠. 이외에도 다수 작품에서 작가와 의견을 나누면서 극의 방향을 함께 잡는 편이라고 들었어요. 작품 전체를 보는 눈이 있는 것 같은데.
공효진:
이제는 연륜도 꽤 쌓였으니까요. 연기만 하면 덜 피곤할 것 같은데 너무나도 많은 프로세스들이 이제는 제 눈이 자꾸 보이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신경도 쓰이고 잔소리도 하게 되고(웃음). 피곤함을 동반하지만 그래도 이게 성공비결이지 싶어 오지랖을 펼치는 건가 싶어요. ‘동백꽃 필 무렵’을 찍으면서도 대본이 나오면 작가님에게 궁금한 걸 물어보고 이런 건 더 표현해주셔도 좋지 않겠냐는 말씀을 드리곤 했어요.

Q. 경력이 쌓일수록 연출을 겸하는 배우도 많아요. 연출가로의 방향성은 잡아본 적이 없을까요.
공효진:
전혀 없어요. 연출은 너무 어려운 일 같아요. 배우 말고는 다른 포지션의 일을 꿈꿔본 적이 없어요. 그저 저는, 안의 살림살이를 잘 들여다볼 줄 아는 배우이고 싶어요. 내부, 외부를 다 잘 들여다보면서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를 잘 파악하는 그런 배우요.

배우 공효진.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
배우 공효진.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

Q. 20년이라는 활동기간동안 스스로에 의문을 갖기도 하고 확신이 없어 힘든 순간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 순간을 거쳐 지금의 단단한 배우가 됐겠지만.
공효진:
저는 제 자신을 믿어요. 동백이도 이런 대사를 치는데, 제 마음과 같아서 깜짝 놀랐을 정도예요. 저는 경쟁하는 것도 싫고 보란 듯 잘 산다는 말에도 동의하지 않아요. 보란 듯이 그럴 필요 없잖아요. 나 혼자 행복하면 되는 거죠. 그래서 동백이가 마음에 더 깊이 남고, 저 역시도 동백이에게 얻은 게 많아요. 경쟁하려 하지 말고 남과 비교도 말고, 본인이 원하는 것과 본인이 만들어낼 수 있는 행복이 뭔지 정확히 알아야 할 것 같고요. 이런 내용이 ‘동백꽃 필 무렵’에 담겨서 정말 좋고, 앞으로도 이런 얘기를 작품으로 하고 싶어요. 계속 비슷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죠. 직업이 연기자인데 계속 연기는 해야 하고, 다른 게 없다고 해서 연기를 안 할 수는 없는 거니까.

Q. 지금의 공효진은 어떤 상태에 다다랐다고 보나요.
공효진:
제 행복을 잘 찾아 왔다고 생각해요. 저는 용감하고, 제가 하고 싶은 걸 잘 밀고 왔구나 싶어요. 공백기라 해서 억지로 뭔가를 하지도 않았고, 이건 1000만 영화 감이니까 꼭 해야 한다는 생각도 안 했어요. 제게 재미있고 흥미로운 작품들만 했거든요.

Q. 연기대상에서 강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요. 
공효진:
어휴, 상 욕심은 진짜 없어요. 아마 연말에 끝난 작품이고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데다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이여서 후보로 거론되나 싶은데, 저는 아직 제가 그런 상을 받을 때가 안 됐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킵’ 해놔야 나중에 먹을 게 있잖아요(웃음). 물론 솔직하게 다 마음을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로 아름답게 정리해보고 싶어요. 하하.

김예슬 기자 yeye@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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