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담비는 ‘향미’ 그 자체라는 말, 제일 기뻤죠”
[인터뷰] “손담비는 ‘향미’ 그 자체라는 말, 제일 기뻤죠”
  • 김예슬 기자
  • 승인 2019.11.28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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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담비. 사진. 키이스트
배우 손담비. 사진. 키이스트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손담비에게 올해는 특별하다. 히트곡 ‘미쳤어’를 노래한 ‘할담비’가 화제의 중심에 서며 덩달아 관심을 모으더니 연말에는 인생작 ‘동백꽃 필 무렵’과 인생캐릭터 ‘향미’를 만나 배우로의 결실을 맺었다. “이제 와서 재발견된다지만, 그 말을 정말 원했다”며 미소 짓는 얼굴에는 완연한 행복이 담겼다. 향미를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라 규정한 그는 앞으로도 도전을 이어가겠다면서 “물 들어올 때 확실히 노를 저을 것”이라고 웃어보였다. 손담비가 만들어나갈 다음에 더욱 기대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Q. 종영 소감이 궁금해요.
손담비:
아쉬워요. 시원섭섭할 줄 알았는데 시원함보다는 이 작품이 끝났다는 것 자체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커요. 저희 팀이 촬영하는 6개월 동안 정말 돈독하고 분위기가 좋았거든요.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이런 팀을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

Q. 이런 시청률도 다시 만나긴 힘들 것 같아요. 요즘 같은 시청률 가뭄시대에 23.8%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겼죠.
손담비:
시너지 효과가 이렇게나 무섭다는 걸 이번 작품에서 정말 많이 느꼈어요. 대본이 워낙 좋았던지라 잘될 거라고는 다들 예상을 했어요. 대본대로만 가면 ‘대박’이 날 거라 생각했지만 20%가 넘을 줄은 몰랐어요.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는 일이에요. 사실 저는 15% 정도까지는 생각했었거든요. 20%를 넘겼을 땐 난리가 났죠(웃음). 이런 시청률이 또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싶기도 해요.

Q. 향미 역할은 작품을 통틀어 임팩트가 컸던 역할 중 하나예요.
손담비:
그래서인지 인기가 조금씩 느껴져요. 외식을 하러 나가도 식당에 계신 분들이 ‘손담비’가 아닌 ‘향미’로 불러주시더라고요. 주변 반응도 정말 좋다보니까 그런 곳에서 인기를 실감하기도 해요. 작품을 마치고나서 극 중 이름으로 불려본 것 자체가 처음이에요. 신기해요.

Q. ‘인생작’이라고 감히 칭해봐도 되겠네요(웃음).
손담비:
그럼요. 저는 그동안 연기를 하면서 무대 위의 손담비 이미지를 지워내는 게 정말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언제쯤 지워질까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죠. 하지만 이번에 향미 역할을 연기하면서 제게 가수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는 분이 안 계셨어요. 제 연기로만 저를 봐주시더라고요. 그런 면에서는, 인생작이 정말 맞죠. 하하.

배우 손담비. 사진. 키이스트
배우 손담비. 사진. 키이스트

Q. 향미와 만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손담비:
공효진 언니의 추천 덕분이에요. 하지만 대본을 받아보고는 ‘정말 중요한 캐릭터지만 연기하긴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노력을 많이 해야겠다 싶었어요. 잘해내면 좋은 시너지를 얻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 왔거든요.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향미는 무조건 제가 할래요”라고 말했었죠. 말투부터 느릿하게 바꿨고, 눈의 초점도 흐리멍텅한 느낌을 주고자 했어요. 향미는 맹한 얼굴에 말투도 어눌하지만 눈치는 빨라 모든 걸 다 꾀고 있는 캐릭터예요. 그러니까 얼마나 연기하기가 어려웠겠어요(웃음). 그래서 여러 면에서 연습과 노력을 기울이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향미와 싱크로율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초반엔 불안했지만, 갈수록 제 노력이 헛되진 않았구나 싶더라고요.

Q. 각고의 노력을 거듭한 만큼 시청자 반응이 어떻게 올지 두려운 마음도 들었을 것 같아요.
손담비:
그러다 저를 안심하게 해준 말이 있어요. ‘향미는 정말 싱크로율이 똑같다’는 댓글이었는데, 그 이후로 ‘손담비는 향미 그 자체다’, ‘연기 정말 잘 한다’는 반응이 쏟아지니까 그때부터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죠. 내가 잘 하고 있구나, 향미를 잘 이끌어가고 있구나. 중반부터 그런 걸 많이 느꼈어요.

Q. 향미는 멍하게 있는 겉모습과 다르게 많은 정보들을 알고 있고, 그러면서도 일침을 잘 날리는 캐릭터예요. 그러다보니 ‘까불이’로 의심 받기도 했죠(웃음).
손담비:
그런 면을 잘 살리려 했는데, 그러다 ‘까불이’로 향미가 거론된다는 말을 듣고 정말 황당했어요(웃음). 트렌스젠더 설도 있더라고요. 도대체 어디가 의심스럽게 보였던 걸까요?(웃음) 저는 그런 인물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도 용의선상에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고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하.

Q. 그런 향미가 죽었을 때 많은 시청자들이 슬퍼했어요.
손담비:
그 지점이 저는 참 신기했어요. 이 드라마에 많이들 몰입하셨구나 싶었죠. 저 역시도 죽음을 맞아 슬펐는데, 제 마음을 대변하듯 대중께서 다 같이 슬퍼해주시니까 제게 이입을 해주시는 게 행복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요즘 정말 행복해요. 정말 큰 사랑을 받아서 하루하루가 즐겁거든요.

배우 손담비. 사진. 키이스트
배우 손담비. 사진. 키이스트

Q. 작품에 대한 호평과 함께 연기 칭찬이 계속 나오다보니 스스로도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가수 출신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려고 많은 노력을 해왔으니까.
손담비:
정말 노력 많이 했어요. 그리고 오래 걸린 것 같아요. 제가 작품 수는 많지 않을지라도 연기한지는 꽤 오래됐거든요. ‘미세스 캅2’, ‘빛과 그림자’, ‘가족끼리 왜 이래’, ‘드림’ 등에도 출연했었는데, 연기력 논란은 없었지만 그때도 색안경이 있어서 이렇게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었어요. 그 색안경을 벗기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고는 예상했죠. 당연히 힘들었지만, 언젠가 기회가 찾아오면 무조건 잡으리란 생각이 가장 컸어요. 그게 바로 ‘동백꽃 필 무렵’이라 생각해요. 기회가 왔고, 그걸 놓치지 않으려고 끝까지 밀고 나간 덕분에 향미를 만들어낼 수 있었어요.

Q. 향미 캐릭터에 대해 작가,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해요.
손담비:
작가님은 저를 믿어주면서 쭉 지지해주셨어요. 끝날 때엔 잘해주셔서 고맙다는 내용이 담긴 장문의 문자를 보내주셨죠. 연기는 감독님과 연습을 정말 많이 해가면서 디테일한 부분을 잡아갔어요. 감독님은 너무 급하지 않게 연기해야 향미의 맹한 면이 살아날 것 같다는 디렉션을 주셨는데, 그런 면을 신경써가며 연기했어요. 사실, 맹하게 보여야 하는 게 가장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혼자 거울 보며 표정 연습도 많이 했어요. 말투와 길이, 템포 조절에 대해서도 고민해가며 노력했어요.

Q. 도회적인 이미지를 바꾸는 것도 어려웠겠어요.
손담비:
그래서 더욱 더 외적으로 완전히 망가져야겠다 싶었어요. 조금만 망가지는 건 소용이 없겠다 싶어서 뿌리염색을 하지 않은 디테일과 매니큐어가 벗겨진 손톱 등에도 신경을 썼죠.

Q. 향미 자체로도 뛰어났지만 동료 배우들 덕분에 더욱 빛날 수 있었어요.
손담비:
맞아요. 저희 드라마에는 ‘연기 구멍’이 없었어요. 베테랑뿐이었고 다들 잘하시는 분들이라 저를 받쳐준 점도 솔직히 있어요. 같이 하면서 많이 배웠고 시너지 효과도 났죠. 공효진 언니와 오정세 오빠에게도 많이 배웠어요. ‘필구’마저도 연기를 잘했고요(웃음). 오정세 오빠는 너무 웃겨서 제가 대사를 치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애드리브도 본인이 다 설정해서 나오는 거거든요. 그런 면에서 정말 프로라고 느꼈어요.

배우 손담비. 사진. 키이스트
배우 손담비. 사진. 키이스트

Q. 향미 캐릭터에 대한 본인의 만족도는 어떤가요?
손담비:
70점이요. ‘좀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거든요.

Q. 드라마를 오랜만에 하다 보니 부담감도 있었겠어요.
손담비:
너무 오랜만이라 감을 잃었으면 어쩌지 고민했어요. 긴장도 많았고요. 다들 눈치는 못 챘지만, 첫 촬영 날에도 정말 긴장했지만 아닌 척하려고 했어요. 그래도 무대에 많이 서봤다고 아닌 척하는 연기는 잘 하거든요(웃음). 준비한 만큼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오만가지 생각과 걱정을 다 하다 보니 긴장도 많았어요.

Q. 무대 연기를 이야기하니 ‘업신거림’으로 유명한 표정 연기 사진이 생각나네요(웃음).
손담비:
그건 대체 왜 그러고 있을까요?(일동 박장대소) 사실 0.3초 밖에 안 했던 표정이었는데 그게 캡처돼서…하하. 그냥 쳐다본 거였는데 업신여기는 것 같기는 하더라고요. 아직까지 왜 회자가 되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민망해요.

Q. 그렇지만, 그런 사진들이 기억될 만큼 대중에 손담비라는 가수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 같아요. 다만 그런 점들이 연기자로서의 자리매김을 하는 데에는 어려움으로 작용하기도 했고.
손담비:
섹시미가 강하다보니 이미지 탈피에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아요. 지금에야 훌훌 털어버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걸 보면 오랫동안 그 이미지가 안 없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하지만 후회는 없어요. 즐겁게 활동했거든요. 바빠서 힘들긴 했지만 저를 만들어준 건 가수니까 그것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다만 연기에 있어 제약이 된 건 맞아요. 힘든 부분이기도 했죠.

배우 손담비. 사진. 키이스트
배우 손담비. 사진. 키이스트

Q. 늘 노력한 것 같았지만, 이번 역할로 ‘재발견’이라는 평을 많이 들었어요. 노력은 언제나 같았는데도 재발견이라는 수식어가 이제야 붙은 셈이죠.
손담비: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그런 평가를 못 받아서 아쉬울 때가 많았어요. 재발견이라는 말을 들어보니 이제야 내가 노력한 걸 대중이 알아봐주시고 드디어 인정받는구나 싶었어요. 신기하면서도, 정말 원했던 말이기에 재발견이라는 들을 때마다 행복해요. 동백꽃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도 하는데, 그거 정말 맞고 사실이에요(웃음). 가장 큰 수혜자가 저라는데, 정말 좋은 거죠 그건.

Q. 이번 기회를 계기로 활동에도 불이 붙을까요.
손담비: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려고요(웃음). 연속, 연타로 한 번도 쉬지 않고 일할 거예요. 단 한 번도 쉴 생각 없어요. 체력은 워낙 강하거든요. 흐흐. 제가 열의에 가득 차있다 보니 회사에서도 좋아하고 있어요. 장르물을 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어요. 감정신을 오히려 더 깊이 빠져 연기할 수 있다 보니, 그런 면에서 장르물도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커요.

Q. 활발히 활동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니 궁금해져요. 혹시 가수로의 컴백도 생각하고 있을까요?
손담비:
무대 위의 모습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원래는 가수 컴백을 준비하다 향미 캐릭터 제의가 들어와서 활동을 하지 못한 거거든요. 그래서 아마 몇 작품을 더 하면 가수로의 컴백도 한 번쯤은 하지 않을까 싶어요. 연기자 이미지를 더 구축한 후에 컴백할 것 같아요. 무대가 너무 그립거든요. 퍼포먼스 위주의 좋은 음반을 갖고 나오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러면서도 춤이 잘 춰질까 싶기도 하고요. 가끔 유튜브로 ‘여자 비’로 불리던 시절의 영상을 보는데, 지금은 저런 춤을 출 수 있을까 싶기도 하거든요(웃음).

배우 손담비. 사진. 키이스트
배우 손담비. 사진. 키이스트

Q. 드라마 흥행과 연기 호평 외에도 올해는 유독 좋은 일이 많았던 해 같아요. 여러 가지의 기회도 오고, ‘전국노래자랑’에서 ‘미쳤어’를 부른 할아버지가 ‘할담비’로 일컬어지며 생각지도 못한 화제성이 생기기도 했죠.
손담비:
제게 정말 좋은 운이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은 해예요. ‘미추리’로 예능도 처음으로 시작했고, ‘할담비’의 일도 있으면서 ‘동백꽃 필 무렵’의 캐스팅도 들어왔죠. 이게 다 한 해에 있던 일이에요. 큰 선물이 된 해고, 제겐 정말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Q.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는 해라고 생각해요. 다만, 향미 캐릭터가 너무 인상 깊게 남은 만큼 차기작에서는 향미를 지워야 한다는 숙제도 생겼죠.
손담비:
연기력으로 승부를 끌고 나가야 하는 부분 같아요. 또 다른 캐릭터를 제가 연기했을 때, 보시는 분들이 인물에 이입된다면 향미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잊힐 것 같거든요. 제가 조금 더 노력해서 다양한 것들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Q. 배우로서 손담비에게 ‘향미’는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손담비: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요.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은 많았지만 놓치고 싶지 않았고, 새로운 도전이자 모험인데 시너지 효과가 잘 났어요. 다양한 의미가 남았죠. 이제는 연기자 소리를 듣고 싶어요. 가수가 겹쳐지지 않는, 연기자 손담비로만 오롯이 기억되고 싶어요.

Q. 야심차게 준비한 이번 도전이 성공했으니, 앞으로도 계속 도전을 이어갈 원동력이 됐겠네요.
손담비:
도전은, 무조건 할 거예요. 도전하지 않으면 계속 제자리인데, 계속 같은 자리에 머물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김예슬 기자 yeye@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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