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사진. 삼천리

[미디어SR 권민수 기자] 두 가문이 공동창업해 '한 지붕 두 가족' 경영으로 유명한 삼천리그룹은 천만장학회, 송은문화재단 두 개의 공익재단을 보유하고 있다. 두 가문이 그룹을 운영하는 것처럼 재단 또한 양가가 나눠 맡고 있다. 

천만장학회는 삼천리그룹 공동창업주인 고 이장균 명예회장의 장남인 고 이천득 부사장이 1987년 세상을 떠나면서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설립됐다. 

고 이천득 부사장의 동생인 이만득 삼천리 명예회장은 형과 자신의 이름을 따 천만장학회라 이름을 지었다. 천만장학회는 서울, 경기, 인천지역의 고등학생을 선발해 학비를 전액 지급하고, 특수학교와 복지시설을 후원하는 등의 공익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송은문화재단은 1989년 설립됐다. 고 유성연 삼천리그룹 공동창업주가 4억5천만원을 출연했다. 송은문화재단은 서울 대치동 삼탄 사옥 내 송은 아트큐브를 통해 신진작가 지원사업을 하고, 송은 미술대상을 운영한다. 

두 재단의 운영 방식은 비슷하다. 천만장학회의 이사장은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이 맡고 있지만, 고 이천득 부사장의 부인 유계정 씨가 상임이사로 있다. 송은문화재단 또한 고 유 명예회장의 아들인 유상덕 삼탄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수익을 얻는 방식도 유사하다. 주식 및 금융자산을 통해 창출되는 배당 및 이자수익으로 공익사업의 재원을 마련한다. 

천만장학회와 송은문화재단은 각각 504억원, 665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두 재단은 삼탄 지분을 각각 3.13%, 6.85%을 쥐고 있으며,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자산은 대부분 예금 등 금융자산이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천만장학회는 18억원, 송은문화재단은 27억원을 벌었다. 

천만장학회가 지난해 공익사업에 사용한 금액은 8억원, 송은문화재단은 21억원으로 총자산 대비 1.5%, 2.7%로 자산 대비 지출이 아쉽다. 재단측은 미디어SR에 "지난해 자산 대비 지출 부분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소득을 5년 이내에 모두 지출하는 계획으로 순차적으로 집행중이다"고 전했다. 

두 재단 모두 기부금품 지출명세서를 공시하지 않은점은 문제로 보인다. 이에 두 재단이 공익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디에 얼만큼, 무엇을 위해 돈을 썼는지 구체적인 내역을 알 수 없었다. 천만장학회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기부금을 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공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부금품' 지출 명세서이기 때문에 기부금 외의 수익을 재원으로 사용했다면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답변이다. 

그러나 상증세법 시행령 시행규칙의 공시 서식에 따르면, 기부금수익이 아닌 기본순자산의 증가로 직접 반영되는 기부금(출연금)을 포함해 지출명세서를 공시해야 한다. 기부금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감사보고서의 주석사항에 지출내역을 기재하거나 홈페이지에 별도 지출명세서를 게재하는 방식 등을 선택할 수도 있다. 

관련 법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출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공시'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행위라 볼 수 있다. 특히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공익법인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세제혜택을 받으므로 공익사업에 투입되는 자금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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