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이랜드 인큐베이팅 홈페이지 캡처.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를 선언하며 사업 다각화에 힘쓰는 이랜드그룹이 공익법인 운영에도 전문성과 투명성을 확보해 체계적으로 잘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랜드그룹은 번 돈의 10%를 환원하겠다는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의 경영 이념에 따라 이랜드재단, 이랜드복지재단, 아시안미션, 이랜드문화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이랜드재단과 이랜드복지재단은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이 공동으로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랜드재단과 이랜드복지재단은 재단 이사장뿐 아니라 재단 이사회도 동일하다. 박성경 이사장을 제외하고는 윤형주 해비바트 이사,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 대부분의 이사가 사회복지 전문가로 이뤄져 있다. 또한 이사회 회의록 전문을 모두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3개월이 지나면 삭제하는 재단이 대부분인데, 이랜드재단은 2013년도부터 모든 회의록이 빠짐없이 공개돼 있다. 비교적 지배구조 투명성이 높은 재단이다.

이랜드재단은 지원 대상자 선정 및 지원 금액, 지원 방법의 적절성 여부를 직접 구축한 사회복지 전문가 네트워크 자문을 통해 결정한다. 전문위원은 재단 이사를 포함해 사회복지학과 교수, 의사, 사회복지현장전문가 등 24명가량으로 이뤄졌으며, 홈페이지에 명단과 소속을 공개하고 있다.

이랜드재단은 위기가정 및 사회복지 NPO를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사업에 지난해 11억원을 지출했는데, 인큐베이팅 플랫폼을 따로 만들어 후원 접근성을 높이고 기부 결과를 충실하게 공유하고 있다.

후원금 및 후원자 현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공시했으며, '피드백 스토리'를 통해 재단 후원 후 수혜자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사후 결과를 상세히 전한다. "후원금으로 산소주입기와 관련 호스들을 구매했습니다"라는 수혜자의 후기와 함께 후원금으로 구매한 여러 물품을 사진으로 공유한다.

수혜자의 피드백 스토리. (제공. 이랜드재단)

정부나 지자체 등 타 기관의 긴급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 대상자를 우선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을 대신한다'는 공익법인의 본래 정체성에 가까운 운영을 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또한 재단은 신청자 가정을 100% 방문해 현장 실사를 거친 후 후원을 진행하고 지원 후 변화를 파악해 미미한 경우 지원을 중단하는 등, 꼭 필요한 사람에게 실질적인 후원이 돌아갈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랜드재단 관계자는 24일 미디어SR에 "기업 재단들이 주로 공모사업을 많이 하는데 이랜드재단은 복지 사각지대를 직접 지원하는 사업이 재단 운영의 핵심이다. 가정 방문과 현장 실사를 모두 직접 진행하고 있다"면서 "그룹 기부금으로 운영하는 재단이다 보니 투명성과 진정성을 목표로 운영하는데 외부에 드러나게 지원하기보다 소외된 이웃이 필요한 부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단은 인큐베이팅 사업 외 장학 사업, 지역 복지사업까지 공익사업에 총 18억가량을 지출했는데 이는 총자산(150억원) 대비 12%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기타사업에도 39억원을 지출했는데 이는 이랜드클리닉 운영비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재단은 지난 2003년 한세부속의원을 인수한 후 이랜드클리닉으로 명칭을 변경해 수익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랜드클리닉은 이랜드그룹 직원 및 가족, 선교사 건강을 관리한다는 목표로 운영되고 있으나 일반인 대상으로도 진료를 진행한다.

재단은 지난해 병원 운영을 통해 43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전국 노인복지관 의료봉사를 진행하고 격월로 외국인 노동자 등 의료취약계층 무료 검진을 실시하는 등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노력한다. 의료봉사수혜자는 직전년도 대비 42% 증가하는 등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박성수 회장이 5억원을 출연해 설립하고 매년 계열사에서 낸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이랜드복지재단은 1999년부터 기업 복지재단 최초로 노인복지관을 수탁 운영하고, 2013년부터는 요양원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복지재단은 56억원의 총자산 중 절반이 넘는 34억원을 공익사업에 지출했는데 전국 9개 노인복지관과 2개 요양원 위탁 운영 비용으로 17억원, 지역사회 복지에 7억원, 북한지원사업에 5억원 가량을 사용했다.

서울시 강북구와 강동구에 운영하는 이랜드요양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설 급여 등급 판정을 받은 어르신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서류 심사를 통해 입주자를 선정한다. 입주비용은 일반인의 경우 비급여비 제외 본인부담금 20%, 차상위계층은 10%,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는 전액 무료다. 일반인 기준 한 달에 60여만원을 부담한다.

2018 이랜드그룹 사회공헌 사업·재무보고서 (제공. 이랜드재단)

한편 이랜드재단과 복지재단 모두 기부금 사용 내역을 상세히 기재했다. 국세청 홈페이지뿐 아니라 재단 홈페이지에 언제 누구에게, 왜 얼마를 기부했는지 매달 기부금 집행 시마다 보고한다. 후원자 입장에서 어디에서 들어온 돈이 어디로 나가는지 그 경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매년 홈페이지에 사회공헌 연차보고서를 공개해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와 공익법인의 공익사업을 체계적으로 통합 관리한다. 특히 후원 총량의 정량적 목표뿐 아니라 자립률, 위기해결률 등 후원 후 수혜자의 변화 추이를 통해 정성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이행해가고 있다.

▷ 다음주 [기업과 재단, 이랜드 편] 사단법인 아시안미션, 이랜드문화재단의 기획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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