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이다. ‘드디어’라는 말이 따라 붙을 정도로, 이하이의 공백은 길었다. 지난 2016년 4월 발매한 2집 ‘서울라이트(SEOULITE)’가 나오기까지도 비슷한 공백이 있었다. 2012년 SBS ‘K팝스타’를 통해 발탁되고 같은 해 첫 싱글이 나온 것을 감안하면 앨범 하나마다 공백이 3년씩 발생한 셈이다. 이에 대해 이하이는 초조함이 아닌 여유를 찾게 됐다고 고백했다. 공백 동안 자신을 다듬고 또 다듬은 이하이가, 조금은 솔직한 이야기를 꺼냈다.
Q. 3년 만의 컴백입니다.
이하이: 그래서 떨리는 마음이 크면서도 후련하기도 하고 또 설레요. 3년 만이라 긴장도 되지만, 옛날보다는 긴장 않고 차분한 마음으로 바라보려 합니다.
Q. 공백기가 길어서 우려가 많았어요. 길어진 이유가 따로 있는 건가요.
이하이: 타이틀 감이 없었어요. 사실, 녹음은 계속해서 했거든요. 수록곡도 참 좋지만 타이틀로서 기억에 딱 남을 곡은 없어서 계속 녹음을 하다 보니 시간이 길어졌어요.
Q. 3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냈나요.
이하이: 일단, 저는 따로 연습 기간 없이 오디션을 통해 빠르게 데뷔를 했어요. 그래서 3년 동안 제게 필요했던, 부족한 부분들을 메울 수 있던 것 같아요. 노래나 감정 표현도 배우면서 좀 더 성숙해진 느낌이랄까요? 스스로 노력하면서 제가 소화할 수 있는 장르도 다양해진 것 같아요.
Q.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해요.
이하이: 곡을 잘 쓰고 싶어서 음악 공부도 많이 하고, 작사 욕심도 있어서 그 부분도 공부를 했고요. 앨범의 아트워크도 참여하고 싶어서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앨범 명도 직접 정했고요. 여러 가지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담으려 했어요. 저는 노래만 하고 회사에서 정해진 대로 앨범을 내는 게 아니라, 제작 과정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표현하고 싶어서 제 생각을 많이 담아보려 했어요.
Q. 개인적으로는 발전의 시간이었겠지만, 공백이 길어지는 만큼 ‘잊혀짐’에 대한 초조함도 있었을 것 같아요.
이하이: 오히려 이번 공백보다는 지난번 공백 때 더욱 그런 생각이 컸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제가 애쓴다고 해서 앨범이 바로 나오는 게 아니니까 현재의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을 하려고 노력했죠. 불안감이 있었지만 그것에 빠져들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침착하게, 마음을 잘 먹으려했고요. 저희 회사는 타이틀만 정해지면 앨범을 금방 낼 수 있는 시스템인데, 좋은 노래가 없어서 밀린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열심히 작업을 할 수 있었고요.
Q. 타이틀 곡이 ‘누구 없소’예요. 좋은 노래를 3년 간 기다린 셈인데, ‘누구 없소’를 타이틀로 선정한 이유가 특별히 있었을까요.
이하이: 처음 트랙만 들어봤을 땐 타이틀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강렬한 터라 제게 잘 어울릴지를 고민했거든요. 그런데 가사가 붙고 나니 ‘누구 없소’라는 구절의 임팩트가 크더라고요. 그 가사에 이 멜로디가 붙으니 색다른 느낌의 대중성이 생기면서 저랑도 어울리게 된 것 같아요. 오랜 기간 작업한 곡보다는 빠르게 작업도 이뤄졌어요.
Q. 아이콘 비아이(B.I)가 피처링에 참여했어요.
이하이: 비아이와는 동갑내기 친구예요. 작업하자는 말을 많이 했었는데 좋은 기회가 닿았어요. 비아이가 중간 중간 애드리브와 랩을 해준 덕에 곡의 분위기가 업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만족하고 있어요.
Q. ‘누구 없소’는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노래예요.
이하이: 보통 ‘누구 없소’라는 가사는 상대방을 찾는 가사잖아요. 그런데 저는 조금은 다르게 해석해봤어요. 오히려 누군가를 기다리는 느낌으로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느낌으로 곡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Q. 한영애의 원곡 ‘누구 없소’에 대한 감상이 궁금해요.
이하이: 어렸을 때부터 들은 만큼 정말 익숙한 멜로디와 가사예요. 한영애 선생님이 주는 목소리의 힘은 다른 가수들과 다르잖아요. 그래서 이 곡을 오마주하면서도 걱정이 많았는데, 트랙이나 멜로디가 젊은 느낌이고 한영애 선배님 원곡의 가사가 이번 노래와도 잘 섞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원곡을 쓰신 작곡가 분이 ‘정말 잘 바꿔줘서 고맙다’고 해주셔서 좋았어요.
Q. 이번 앨범엔 자작곡 ‘20분 전’도 실렸어요.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 작업했는지 소개해주세요.
이하이: 기타 루프를 듣고 작업을 시작하게 됐는데, 워낙 그 소리가 좋아서 가사와 멜로디를 붙이게 됐어요. 20분 전부터 상대방에게 지쳤으니 그만 만나고 싶다는 내용의 가사인데요, 솔직한 제 생각을 담아봤어요. 앞으로도 이렇게 자작곡을 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앨범 이름이 ‘24℃’예요. 올해 나이를 딴 제목인데, 사실 스물넷이라는 나이가 크게 상징성이 있는 나이는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이에 주목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이하이: 스물넷은 특별하기보단 뭔가 애매한 나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고민이 많았어요. 지금 시기에 앨범을 내는 것 자체가 애매한 내 포지션을 보여주는 건 아닐까 싶었거든요. 공백기가 그만큼 길어 보이는 건 아닐까 생각했는데, 결국 그 애매함이 제 색깔 같더라고요. 성장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과하게 무언가를 시도하기보다는, 제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그런 제목을 지어봤어요.
Q. 공백 동안 성숙해진 감정들이 노래에도 많이 실렸을 것 같아요. 어쩌면 사랑의 감정도 좀 더 느껴봤을 것 같고.
이하이: 확실히 전보다는 그런 감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전에는 너무 어려서, 사랑 노래를 하더라도 그 느낌을 잘 표현하진 못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경험을 바탕으로 표현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여러 경험은 아니지만, 작은 경험들을 통해서요(웃음). 그런 것들이 작업에는 확실히 도움이 됐어요. 자작곡 ‘20분 전’에 저의 감정들이 가장 잘 들어가 있어요.
Q. 어린 나이에 데뷔한 만큼 어떻게 성장해나가고 있는지가 대중에 오롯이 공개되고 있어요. 이에 대한 부담감이나 스트레스도 있을 법한데.
이하이: 처음에 데뷔할 땐 그런 생각이 많았어요. 어릴 때부터 오디션 프로그램 통해 데뷔를 한 거니까 제 이미지가 한 가지로만 가면 어떡하지 싶었죠. 어린 소녀였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그게 제 장점 같아요. 제 성장과정을 다 봐주신 만큼 저를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으신 것 같더라고요.
Q. 3년 만의 앨범인 만큼 이런 부분을 주목해줬으면 하는 바가 있을 것 같은데.
이하이: 가수로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앨범 마지막 트랙의 작사 작곡에 참여한 만큼 제가 직접 이 앨범을 만들어나갔다는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열여덟과 스물에 노래한 감성이 있다면 지금은 그때보다 좀 더 성숙한 감정이라고도 봐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 성숙해진 이하이로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Q. 성적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요.
이하이: 예전에는 음원 발매일에 휴대폰도 놓지 못할 정도로 계속 불안해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없어요. 오히려 후련함이 커요. 오랜만에 나온 만큼 쌓아둔 것들을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요. 1위를 하면 홍대에서 버스킹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공백이 길었던 만큼 팬 미팅도 계획 중이에요.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콘서트도 하고 싶고요.
Q. 다음 앨범 역시 긴 공백을 두고 나오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와요.
이하이: 구체적으로 정한 건 없지만, 쌓아놓은 곡이 많은 만큼 오래 걸리진 않을 거라 생각해요. 확실하게 언제 나오겠다고 딱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저는 그렇게 하고 싶어요.
Q. 2016년에 발매한 ‘한숨’이 많은 이들에게 위로송으로 인기를 얻었어요. 그때와 지금, ‘한숨’이라는 노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해요.
이하이: 그때는 제가 힘들었던 때여서, 그 노래를 통해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그 노래를 부르면서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는 걸 보고 힐링을 했죠. 지금은 그 노래를 좀 더 여유롭게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때에는 제 스스로 힐링을 받기 위해 그 노래를 부른 거라면, 이제는 많은 분들도 힐링을 받을 수 있는 노래가 된 거니까요.
Q. 공백을 겪고 성숙해지면서 노래를 해석하고 부르는 부분에서도 변화가 생긴 것 같아요.
이하이: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침착하게 기다리고 조급함을 느끼지 않는 부분에서 성숙해진 거죠. 조급하게 마음을 먹어본 적도 있지만 스스로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더라고요. 조급하게 마음먹는다고 해서 제가 제 손으로 할 수 없는 게 갑자기 되는 것도 아니고 저만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시간이 걸려도 침착하게 여유를 갖자고 생각하게 됐어요.
Q. 특별히 마음을 바꾼 계기가 있었나요.
이하이: 2집을 마치고 쉬면서 그런 마인드의 변화를 느꼈어요. 주변 환경들을 통해 스스로 여유를 깨우치기도 하고, 저 혼자서 앨범을 만들 수도 없는 거니까 혼자 조급하게 있어봤자 안 되는 일이라는 걸 느꼈거든요. 그래서 더더욱 제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죠. 저는 제가 계속 듣고 싶은 목소리를 가졌다고 생각해서, 그게 가장 좋은 장점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런 만큼 다양한 장르에 녹여내려고 하고 있어요.
Q. 성숙해지고 있는 이하이가 꿈꾸는 미래가 궁금해요. 그런 과정들을 거쳐 결과적으로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이하이: 한 가지 장르만 하는 가수는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장르를 하고 싶어요. 한 가지 타이틀로만 저를 묶어놓고 싶지는 않아요. 다양한 음악을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을 것 같아요. 펑키한 노래도 해보고 싶고 올드스쿨 비트에 힙합도 해보고 싶고요, 계속 해왔던 소울이나 알앤비도 꾸준히 하고 싶어요.
Q. 3년 씩의 공백을 거쳤던 이하이에게, ‘기다림’이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이하이: 그냥, 타이밍이 올 때를 기다리는 거예요. 그걸 기다리면서 타이밍을 잡아 제 것으로 만드는 거죠. 제 세상이 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적절한 타이밍이 왔을 때 제가 가꿔왔던 것을 보여드리는 게 곧 주체적인 거고요.
Q. ‘하이수현’의 다음 앨범은 계획에 있을까요.
이하이: 저도, 수현이도 정말 하고 싶어요. 찬혁이가 군대에 가 있는 기간이 기회라 생각했는데 저희에겐 그 시간이 너무 짧더라고요(웃음). 수현이도 솔로를 준비하고 저도 제 앨범을 준비하다보니 시간이 너무 흘러가버렸는데, 기회가 된다면 꼭 같이 하고 싶어요. 수현이 외에도 저희 회사에 있는 방예담이라는 친구와 협업을 해보고 싶고요. 정말 잘하거든요. 지소울 씨와도 작업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같이 하게 돼 좋았어요.
Q. 과거에는 일본 공연도 했었잖아요. 해외 활동에 대한 욕심은 없었나요.
이하이: 사실 저도 욕심은 있었어요. 그래서 일본어로도 앨범을 내고 콘서트를 했었는데,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님이 좀 더 한국 활동에 집중하길 바라시더라고요. 앨범에 계속 공백도 생기니까 제 앨범에 좀 더 집중하게 됐어요. 이번 앨범이 나오니까 프로듀서님이 타이틀 곡을 정말 마음에 들어 하시더라고요. 제가 더 열심히 해야죠.
Q. 긴 공백 끝에 나온 앨범인 만큼 각오도 남다를 것 같아요.
이하이: 그냥, 여러 가지로 활동하고 싶어요. 너무 오래 쉰 만큼 많은 분들이 제 사적인 모습이나 무대 아래 모습을 못 보셨잖아요. 그런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고 무대에도 많이 서고 싶어요. 불러주시기만 한다면 방송도 많이 하고 싶고요. 제가 예능 프로그램 중에 ‘대탈출’을 좋아하거든요. 연락만 주시면 최선을 다 할게요(웃음).
Q. 오랜만에 나왔는데 YG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이슈들이 많아요.
이하이: 하지만 그건 저와는 별개의 문제라 생각해요. 오랜만에 나오는 만큼 팬 분들도 그걸 별개로 봐줄 것 같아서 속상하진 않아요. 팬 분들께는 항상 기다려달라고만 해서 미안할 따름이에요. 기다려줘서 고맙고, 꼭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Q. 이번 앨범을 들을 리스너들에게 위로와 치유, 힐링의 메시지를 전해본다면.
이하이: 우리나라는 모두 채찍질에 익숙한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스스로의 마음 속 공간이 줄어서 힘들고, 그 과정에서 슬럼프도 오는 거죠. 그러니까 스스로 ‘수고했다’고 말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지난번 공백기에 슬럼프가 왔었거든요. 그러다 든 생각인데, 완벽에 대한 강박을 갖기보단 조금 늦어도 좋으니까 스스로에 대한 칭찬에 인색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요.
Q. 공백 기간 동안 개인적으로는 여유를 찾았고 음악적으로는 많은 성숙을 이뤘어요. 그런 인고의 시간 끝에 나온 이번 앨범을, 대중이 어떻게 바라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을까요.
이하이: ‘잘 자랐다’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릴 때의 모습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잘 자랐다고 봐주신다면 개인적으로는 성공인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 음악이 재밌는 놀이 같았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음악이 제게는 ‘일’이 됐어요. 재미가 없어진 게 아니라 그에 따른 책임감이 늘어난 거죠. 그런 만큼 좀 더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이번 활동을 통해서는 많은 모습들을 보여드릴 생각이니까 관심을 갖고 응원해주세요.